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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타고, 화상영어' 전교생 9명→53명…시골 학교가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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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서핑타고, 화상영어' 전교생 9명→53명…시골 학교가 만든 '기적'

    편집자 주

    농어촌지역과 농어촌 학교의 소멸을 막고 '도시와 농어촌의 상생'을 지원하는 도농교류 프로그램인 '강원도교육청 농어촌 유학'이 2023년 9월 첫 발을 내딛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학생과 그 가족의 귀농, 귀촌형태의 정착이 궁극적 목표지만 시행 초기에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연친화적 생태교육환경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특별한' 유학제도라는 장점이 있다. 이미 일본에는 60년전부터 '산촌유학'이라는 명칭으로 실시하고 있다. 전라북도 등도 수년 전부터 '농어촌유학'의 인기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가족 구성원이 장소를 옮겨 새 터전을 일구고 삶의 방식이 바뀌어지는 만큼 문제점과 개선점도 있다. 강원CBS와 강원영동CBS는 첫 발을 내딘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의 '농어촌유학'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강원도 농어촌유학의 실태와 타시도의 성공비결, 전문가들의 제언을 담은 기획보도 '흙에서 자라는 희망'을 마련했다. 두 번째 순서로 유학센터나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타지역의 농어촌유학과는 달리 순수하게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외지인들의 전학을 유도하면서 통폐합 위기에서 벗어난 양양 현북초등학교의 차별화된 '자구책'을 살펴봤다.

    [흙에서 자라는 희망②]
    전국이 주목하는 양양 현북초등학교
    2018년 전교생 9명까지 줄어 통폐합 위기
    교직원, 지역사회가 학교살리기 '자구책' 마련
    서핑, 라이딩, 트리클라이밍 등 다양한 체험학습
    1:1 화상영어, 독서활동 진행…학력 균형도 집중
    학생들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지 항상 기대"
    학부모 "무엇보다 아이들 학교생활 만족감 높아"
    입소문 타면서 전학 문의 쇄도…행복한 고민도
    강성욱 교무부장 "교직원 비롯 지역사회의 노력, 열정 중요"

    양양 현북초등학교 전경. 전영래 기자양양 현북초등학교 전경. 전영래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강원도형 농어촌유학 현주소
    ② 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1
    -'자구책'으로 전국에 입소문 탄 양양 현북초

    ③ 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2
    -강원도내서 '가장 많은' 유학생 유치한 영월 옥동초
    ④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3
    -"졸업까지 하고 싶어요" 학생들의 꿈 된 농촌유학
    ⑤ 기적을 일궈낸 해남 땅끝마을 '북일초등학교'
    ⑥ 도시 아이들에게 제2의고향 만들어줄 '농어촌유학' 성공의 길

    "한때 전교생이 한 자릿수인 9명까지 떨어지면서 통폐합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50명이 넘었습니다. 무엇보다 학생을 위해 헌신하는 교직원을 비롯해 지역사회의 노력과 열정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현북초등학교. 지난 달 23일 취재진이 찾아간 학교 한켠에는 증축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학생들과 선생님 모두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이 곳에서 만난 강성욱 교무부장은 "시골학교지만 최근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증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증측공사를 하고 있는 양양 현북초등학교. 전영래 기자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증측공사를 하고 있는 양양 현북초등학교. 전영래 기자
    현북초는 올해로 개교한 지 92년이 된 학교로 한때 300여 명의 학생이 다니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역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2018년에는 전교생이 9명까지 줄어 통폐합 대상학교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2020년 16명으로 증가했으며 2021년 27명, 2022년 44명에 이어 올해는 53명으로 불과 5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었다. 불과 2019년 3명이었던 선생님 역시 올해 1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6개 학급으로 늘면서 24년 만에 교감선생님도 새로 부임했다.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위기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농어촌 학교들의 학생 수 감소 추세에서 현북초는 어떻게 기적과도 같은 성과를 이뤄냈을까?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초등학교가 통폐합 위기에 처하자 현북초 교직원과 학부모를 비롯해 지역사회가 학교를 살리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며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학교가 사라지는 것이 단순히 공공기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지역의 미래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북초는 학교를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작은 학교만이 지난 강점들을 적극 활용했다. 작은 학교이기에 교직원, 학부모, 학생의 의견이 활발히 오갈 수 있었고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면서 학생 한 명도 소중히 여기는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서핑을 배우며 즐거운 학습활동을 하고 있는 양양 현북초 학생들. 현북초 제공서핑을 배우며 즐거운 학습활동을 하고 있는 양양 현북초 학생들. 현북초 제공
    우선 학생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고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각 교실을 편백나무를 재료로 리모델링하고 곳곳에 쉬면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여기에 다양한 활동으로 여가를 즐기면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서핑의 성지'라는 특성을 살려 서핑 강습 프로그램을 비롯해 바닷가 자전거 라이딩과 트리클라이밍 등 다양한 스포츠를 교육과정과 방과 후 활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텃밭을 가꾸고 직접 기른 작물을 수확해 맛보는 즐거움을 경험하기 위해 블루베리 나무 가꾸기, 쑥캐서 떡 만들어 먹기, 텃밭(옥수수, 고구마, 감자, 땅콩, 배추, 무 등) 가꾸고 수확해서 나누기, 1인 1반려 식물 키우기 등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고 하루하루 기대가 넘치도록 변화시킨 것이다.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현북초 학생들. 현북초 제공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현북초 학생들. 현북초 제공
    현북초에서 만난 이채원(6학년)양은 "수도권에서 다니다가 여기로 전학오니까 학생 수가 적어 모든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며 "서핑과 라이딩 등도 학교에서 배울 수 있어 학교가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고 전했다.

    1학년때부터 현북초를 다니고 있는 김보민(6학년) 양은 "학교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으니까 학교에 가면 오늘을 무엇을 배울지 항상 기대가 된다"며 "학생 수가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니 학교가 밝아지는 것 같고, 이 같은 변화가 신기하기도 하다. 앞으로도 학생 수가 지속돼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일 20분간 필리핀 현지인과 1:1 화상영어를 진행하고 있는 현북초 학생들. 현북초 제공 매일 20분간 필리핀 현지인과 1:1 화상영어를 진행하고 있는 현북초 학생들. 현북초 제공
    특히 현북초는 작은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도 중요하지만 학력의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영어와 독서'에도 집중하고 있다. 매일 20분간 필리핀 현지인과 1:1 화상영어를 진행하고 아침 활동으로 독서 활동을 진행하면서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독서 발표회와 영어 발표회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발표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프레젠테이션(PPT) 능력도 키우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코딩 수업, VR(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수업 등 미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교육도 여러 선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선 사교육으로 배워야 할 영어와 독서, 코딩을 학교에서 가르쳐주다 보니 사교육 환경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만족도 역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4학년과 2학년 2명의 자녀를 둔 학부모 윤형준(42)씨는 "2년 전 지인을 통해 현북초에 대해 알게됐고 자세히 알아보니 다양한 활동도 많고 당시 교장선생님과의 면담을 갖은 뒤 전학을 결심했다"며 "이곳에 기반이 전혀 없다 보니 2년 정도로 생각을 하고 왔는데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해 하니까 앞으로 2년 정도 더 지낼 생각이다. 아이들이 가족 여행을 간다고 해도 학교 일정을 먼저 생각할 정도로 학교가는 것을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현북초는 한 달에 한 번씩 독서 발표회와 영어 발표회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북초 제공현북초는 한 달에 한 번씩 독서 발표회와 영어 발표회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북초 제공
    이처럼 현북초는 유학센터나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타지역의 농어촌유학과는 달리 순수하게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라는 점이 독특하다. 교직원들이 학생 중심 교육을 최우선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생, 학부모들의 만족도와 함께 인지도도 상승했다.

    자연스럽게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와 맘카페 등에 확산됐고 현북초의 차별화된 교육과정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학 문의와 입학 상담 등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현재 현북초 재학생 53명 중 84%인 44명은 수도권을 비롯해 충청과 부산 등 전국에서 전학 온 학생들로 현북에서 태어난 학생은 1명에 불과하다. 이에 현북초는 농어촌유학보다는 '농어촌이민'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농어촌 참좋은 학교'로 선정되면서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기시켜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오영근 교장은 "이전에는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저희들이 지역을 다니면서 홍보도 하고 신문에도 내고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를 하면서 학생들을 유치하는데 힘을 많이 썼다"며 "하지만 지금은 우수한 교육과정이나 또 여러 가지 체험활동들이 다른 곳에 많이 알려지고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행복하게도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문의를 주시고 상담도 늘어나면서 전학을 대기하는 학생들까지 생겼을 정도"라고 말했다.

    양양 현북초 학생들과 선생님. 현북초 제공양양 현북초 학생들과 선생님. 현북초 제공
    농촌마을의 작은 학교인 현북초의 이 같은 '기적'은 지역사회와 자치단체, 기업 등의 도움이 없이는 이루기 어려웠다고 한다. 강성욱 교무부장은 "지역 특성에 맞는 활동을 위해 군의원, 도의원의 협력하에 지자체로부터 교육경비를 지원받고 있다"며 "화상영어는 한 기업에서, 서핑은 지역 내 서퍼비치의 교육기부 등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외지에서 온 가족이 이사할 집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장님 등 마을주민들의 도움으로 마을회관에서 집을 구할때까지 머무른 가족들도 있다"며 "현북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학생을 위해 헌신하시는 교직원을 비롯해 지역사회의 노력과 열정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북초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학부모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학보모들이 외지에서 온 만큼 학부모 밴드와 독서 동아리 등을 운영해 학부모 간 그리고 학교와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뤄가고 있다. 해마다 연말에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해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이성희 학부모회장은 "학교에서 학부모 동아리 활동을 지원해 주면서 외지에서 온 학부모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의지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1년 살이 하러 왔다가 학교 프로그램과 선생님들의 의욕적인 모습에 만족도가 높아 3,4년 연장하는 가족들도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다소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 학교와 편하게 소통하고,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아이들한테도 좋은 영향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트리클라이밍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 현북초 제공트리클라이밍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 현북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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