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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언론인의 전쟁 고발…거대한 '팔레스타인 실험실'



책/학술

    유대인 언론인의 전쟁 고발…거대한 '팔레스타인 실험실'

    세계적인 감시·첩보 기술 보유국 이스라엘 실체
    가자지구 초토화 작전서 신무기 실험 실상 고발

    소소의책 제공 소소의책 제공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향해 수백 발의 로켓포를 발사하고 이스라엘인 등 1200여 명이 살해되거나 납치된 사건은 전 세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이스라엘이 치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1만3천여 명 넘는 민간인과 어린아이들이 사망했다.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는 연일 이어지는 폭격과 지상군의 진격에 잿더미로 변했다. 미국은 정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유대 네트워크 앞에 늘 그러했듯 분쟁과 폭력의 실상을 눈감아주는 형국이다.

    미국과 독일, 영국이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하며 무기를 지원하고, 이스라엘과 예민한 관계에 있는 주변 이슬람 중동 국가들조차 조용히 관망할 정도로, UN(국제연합)의 메시지는 가려지고 시간이 갈수록 이스라엘이 힘의 우위에 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독립 언론인으로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에서 활발한 기고와 영화감독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하며 20년 넘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뤄온 전문가 앤터니 로엔스틴은 책 '팔레스타인 실험실'을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비참한 광경 이면에 이스라엘이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유대 국가의 위상을 갖게 되었는지를 고발한다. 팔레스타인에서 자행되는 불법적인 감시와 차별, 통제 등 인권 침해의 민낯, 이스라엘 무기와 점령 기술이 어떻게 전 세계에 파급되고 있는지도 풍부한 자료와 관련자 취재를 통해 파헤친다.

    스스로가 유대인이기도 한 저자는 끝없는 이-팔 분쟁에 대해 이스라엘이 거대한 장벽과 드론, 감청 장비 등으로 가자를 에워싸면서 사실상 가자에 고립된 팔레스타인 230만 명을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에 수용해두고 아무런 부작용이 없을 것이란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가자 초토화 작전을 통해 신무기를 실전에서 시험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하는 데 사용된 전쟁 무기를 버젓이 홍보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책은 이스라엘이 아파르트헤이트 남아프리카공화국, 피노체트의 칠레, 차우셰스쿠의 루마니아, 수하르토의 인도네시아, 1994년 집단 학살 전후의 남수단, 르완다의 권위주의 정부를 포함해 지난 75년간의 방위동맹에서 이루어진 비밀스러운 관계를 보여주는 새로운 문서들을 공개한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어떻게 무기 산업과 정교한 감시 및 정보 장비를 설계하고 판매하는 글로벌 리더가 되었는지 심층적으로 파헤친다.

    저자는 그 밑바탕에 팔레스타인을 통제한 경험과 무기 실험이 있었다고 고발한다.

    이스라엘의 퇴역군인들이 설립한 NSO그룹, 우리에게 아이폰 등 모바일 포렌식 분석 솔루션으로 잘 알려진 셀레브라이트, 블랙큐브와 같은 감시 기업의 활동 양상도 폭로한다.

    NSO가 만든 악명 높은 휴대전화 해킹 소프트웨어 페가수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해된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쇼기와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됐다.

    저자는 가자지구 상공 전투임무에 배치된 이스라엘 드론은 현재 유럽연합(EU)에서 지중해 순찰에 사용되고, 난민 감시에 이스라엘 하드웨어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안면 인식 및 지도 앱 같은 감시·모니터링 도구 중 상당수는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에서 처음 개발되고 시험됐다면서 이스라엘의 전쟁 및 감시 기술이 어떻게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이번 이-팔 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의 끝없는 테러와의 전쟁을 공식화하기를 원하는 군부와 정치 세력은 대담한 용기를 얻고 있다"며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하마스를 나치스에 비유하며 이 집단을 물리치는 데 필요한 전술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서 배워야 하는 한 가지 핵심적 교훈은 수십 년간 이어진 분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수십 년 동안 곪도록 방치된 채 한반도에서 지속되는 긴장은 오랜 전쟁과 불만을 고의로 무시하면 왜 결국 실패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필연적인 현실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호전성이 커져가는 한반도의 상황 역시 저자의 말처럼 결코 여의치 않다.

    앤터니 로엔스틴 지음 | 유강은 옮김 | 소소의책 | 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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