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 소속의 각료와 주요 당직자 전원을 교체하려던 방침을 바꿨다고 13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14일 아베파 소속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 4명의 각료를 교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사실상 경질이다.
또 아베파 소속 호리이 마나부 내각부대신 등 5명의 부대신(차관)도 교체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아베파 출신 각료와 부대신, 정무관 등 15명 전원을 물갈이 할 계획이었으나 아베파의 반발을 고려해 차관급 인사 가운데 일부는 유임시키는 방향으로 조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수장을 맡았던 '기시다파'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따라서 정부와 자민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아베파 인사를 물갈이하더라도 사태가 수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모든 아베파 의원을 정무 3역에서 제외한다는 애초 방침을 실행하지 못한다면 총리의 구심력이 급격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아베파 정치자금 모금 행사. 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아베파 각료 교체 방침과 자민당 비자금 파문에 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파 비자금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왔는데 또 다른 파벌인 기시다파와 니카이파도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파티' 수입을 부실 처리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수사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파가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 규모는 아베파와 니카이파 보다 적다고 한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가 이끌던 파벌에서도 부정행위가 암암리에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상황에 따라서는 여당 내에서 나오기 시작한 총리 퇴진론에 속도가 붙고 기시다 총리에게 치명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