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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찰위성 '오후 10시 발사', 기습이 아니라 일부러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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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北 정찰위성 '오후 10시 발사', 기습이 아니라 일부러 골랐다"

    핵심요약

    장영근 전 한국항공대 교수, CBS노컷뉴스에 보낸 분석자료에서 설명
    '태양동기궤도-반복지상궤적' 패턴상, 같은 주기로 같은 곳 지나가
    "햇볕 등 감안할 때 오전 10시가 가장 좋은 촬영 시간"
    北 공개한 세계 각지 촬영 시간, 현지시간으로 모두 '오전 10시'쯤
    국정원 "오후 10시 발사는 기상조건과 궤적 모두 감안한 것"
    北 '12월 1일 정식 정찰임무 착수 예정' 발표했지만, 별도 언급 없어

    연합뉴스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하면서 국제사회에 통보한 발사 예정시각보다 빨리 발사한 것이 '기습발사' 등의 정치적 이유가 아닌, 가장 좋은 시간에 한반도를 촬영하기 위한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다.

    앞서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12월 1일부터 정찰위성을 실제 정찰 임무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12월 1일과 2일 관영매체에는 특별히 여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장영근 미사일센터장(전 한국항공대 교수)은 최근 CBS노컷뉴스에 보내 온 '북한 만리경-1호 군사정찰위성의 기술적 평가'라는 13페이지 분량 분석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북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실은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의 발사 시각은 각각 5월 31일 06시 29분, 8월 24일 03시 50분, 11월 21일 22시 43분이다. 1·2차 발사는 새벽이었고, 3차 발사는 한밤중이었다는 차이가 있다.

    장 센터장은 "만약 한반도에서 위성 발사를 한다면 주로 밤 시간에 발사해야, 충분한 광량이 존재하는 낮에 한반도를 포함한 저위도 지역의 촬영이 가능하다"며 "3차 발사는 승교점(위성이 적도궤도를 통과할 때 지나는 직하점) 통과 시간이 오전 10시경이고, 한반도를 지나는 시간이 햇볕의 반사 등을 고려해도 가장 좋은 촬영 시간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은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세계 각 지역의 촬영 시간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게 된다. 실제로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첫 발사 이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공개된 세계 각 지역의 촬영 시각을 전수조사했는데, 그 결과 모두 현지시간으로 '오전 10시'쯤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북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

    • 세계 각지를 촬영했다는 시각은 모두 '오전 10시'쯤

      평양시간 11월 22일 오전 9시 21분(현지시간 11월 22일 오전 10시 21분) : 괌 앤더슨 공군기지와 아프라 항
      평양시간 11월 24일 오전 10시 15-27분 : 목포, 군산, 평택, 오산, 서울 및 북한 일대
      평양시간 11월 25일 오전 9시 59분 40초-10시 2분 10초 : 진해, 부산, 울산, 포항, 대구, 강릉
      평양시간 11월 25일 오전 10시 1분 10초 : 부산 남구 용호동 해군작전기지
      평양시간 11월 25일 오전 5시 13분 22초(현지시간 11월 24일 오전 10시 13분 22초) :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
      평양시간 11월 25일 오후 5시 56분 28초(현지시간 11월 25일 오전 9시 56분 28초) : 이탈리아 로마
      평양시간 11월 27일 오전 9시 17분 07초(현지시간 11월 27일 오전 10시 17분 07초) : 괌 앤더슨 공군기지
      평양시간 11월 27일 오후 11시 35분 53초(현지시간 11월 27일 오전 9시 35분 53초) :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 뉴포트 뉴스 조선소
      평양시간 11월 27일 오후 11시 36분 25초(현지시간 11월 27일 오전 9시 36분 25초) :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펜타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명예연구위원도 북한이 발사 3일 뒤인 11월 24일 오전 10시 15-27분 사이에 위성이 한반도를 촬영했다고 발표한 사실을 언급하며 "정찰위성이 하루에 2-4번 한반도를 통과하지만 이는 비슷하게 비켜 가는 것이고, 비교적 정확하게 목표 지역을 통과하는 것은 2-3일 주기라고 한다"며 "발사 3일 후의 이 시간대에 통과하는 지역이 원래 촬영 목표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광학위성이 지표면을 촬영하는 최적의 시간은 태양빛을 잘 받는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로, 이 시간을 지나면 지표면이 더워지면서 수증기 같은 것이 올라와 해상도를 떨어뜨린다. 북한이 촬영 최적시간대에 한반도를 통과했다고 밝힌 것"이라며 "발사 시간은 위성이 이 시간대에 한반도를 통과하도록 맞춘 것이다. 기습발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장 센터장은 미 우주군의 궤도정보(TLE) 자료를 기반으로 만리경-1호가 평균고도 502km에 지구선회 주기(1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 94.67분, '태양동기궤도-반복지상궤적(SSO-RGT)' 패턴으로 비행한다고 분석했다. 태양동기궤도란 태양과 위성의 궤도면이 이루는 각도가 항상 일정하다는 얘기로, 이렇게 되면 위성이 같은 주기를 갖고 같은 곳을 지나가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북한 입장에서 가장 정확히 정찰할 필요가 있는 지역은 당연히 가까운 한반도와 함께 미 해군 7함대와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이다. 더 넓게 보면 전략폭격기가 배치돼 있는 괌이나 미 인도태평양사령부·태평양함대 본부가 있는 하와이 정도를 들 수 있다.

    장 센터장이 TLE 데이터로부터 지상궤적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만리경-1호가 지구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올라오면서 괌과 일본 열도 근처를 지나 한반도를 지나게 되며, 그것도 오전 10시쯤에 계속 지나가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보통 전자광학(EO) 위성은 적외선(IR) 센서 없이 밤에 촬영할 수 없는데, 장 센터장은 북한 위성에 IR 센서는 없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정된 성능으로 최적의 효과를 위해서는 시간 선정이 중요한데, 여기엔 위성이 특정 지점을 지나가는 시점과 함께 발사 당시의 기상 조건 등도 작용한다. 국가정보원은 11월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해당 시간을 고른 것에 대해 당시 21일 오후 11시 30분부터 22일 오전 1시까지가 최적의 기상조건이었다며, 여기에 더해 인공위성이 비행하는 궤적 또한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보고했다.

    한편 북한은 12월 1일부터 만리경-1호가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하게 된다고 보도했지만 정작 여기에 대해 12월 1일이나 2일에도 별다른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장 센터장은 여기에 대해 "이미 시험 촬영은 했고, 이를 통해 명령을 보내고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장비를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다음부터는 영상을 후처리하는 등 사진 화질을 높이는 검보정 과정이 필요한데, 이는 계속 운용을 하면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그냥 지금까지처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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