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친중 성향의 거물급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유명을 달리하면서 중국 관영매체들이 중국과 이들 인사의 인연을 집중 부각시키며 추모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30일 미국 외교계의 거목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별세하자 중국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긴급 기사로 이를 타전하고, 그의 생애를 조명하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중국중앙(CC)TV는 이날 오전 키신저 전 장관 관련 특집 보도에서 "키신저 전 장관은 중미 관계 발전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화석'"이라며 "그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공식 방중을 성사시켜 세계를 뒤흔든 '태평양을 넘어서는 악수'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중국신문망도 키신저 전 장관이 '중미 관계의 증인'이라며 "그는 정치 생애 동안 중미 관계를 위해 걸출한 공헌을 했다. 예리한 안목으로 세상의 풍운을 꿰뚫어 본 그가 전설적인 일생을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키신저 전 장관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그가 냉전이 한창이던 지난 1970년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죽의 장막'을 걷어내고 화해무드를 조성하는데 공헌한 소위 '핑퐁외교'를 주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가 이어지며 양국 사이에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최근까지도 미중 양국 사이의 협력과 화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친중 노선을 이어갔다.
연합뉴스키신저 전 장관은 100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에도 중국을 찾았는데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그를 극진히 대접했다.
시 주석은 그를 '라오 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키신저 박사를 비롯한 미국의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들이 중-미 관계를 정상 궤도로 회복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중국 관영매체들은 워렌 버핏의 오른팔로 전설적인 투자자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 이틀 전 숨졌을 때도 마찬가지로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찰리 멍거 부회장. 연합뉴스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30일자 보도에서 "멍거 부회장의 중국에 대한 이해는 서구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유산"이라며 생전 중국에 대한 그의 투자 철학을 집중 조명했다.
이 매체는 "멍거를 추모하는 사람들은 그가 최근 다양한 공개석상에서 중국 자산에 대한 낙관론을 표현함으로써 중국의 경제 시스템과 투자 기회에 박수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이라며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의 발언을 자세히 소개했다.
위드코로나 전환에도 불구하고 올해 대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시 주석까지 나서 해외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멍거 부회장은 "중국 경제가 향후 20년 동안 거의 다른 어떤 거대 경제보다 더 나은 전망을 갖고 있다"며 투자 의사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