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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합의 '비행금지구역', 과연 우리에게 '손해'였을까?[안보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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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9.19 합의 '비행금지구역', 과연 우리에게 '손해'였을까?[안보열전]

    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정부 9.19 효력정지 근거는 '비행금지구역으로 인한 정찰감시 제한'
    그런데 정말 우리에게 불리한지 반박 제기돼…"실제론 우리에게 유리"
    "'후사면' 문제, 사단·군단급 영향받을 뿐 나머지는 지장 없어"
    "북한 정찰기 탐지범위 10km 미만, 우린 사단·군단급 빼면 한반도 전체"
    "비행금지구역은 월남·격추 막으려 원래 있던 것, 숨겼을 뿐"
    '왜 알려지지 않았나' 물으니 "北에 불리하다는 것 알려지면 합의 하겠나"
    "보수정권서 '남북군비통제 추진계획서' 만들어, 군사합의는 그걸 참조했다"
    신원식 정책기획관이 문건 결재…"당시엔 '비핵화' 전제조건 있었다" 해명

    연합뉴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1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우리 측이 9.19 군사합의 일부(비행금지구역) 효력을 정지시키고, 북한은 사실상의 파기 선언으로 맞불을 놨다. 한반도는 접경지역에서 언제 다시 무력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인해 전방 지역에 대한 정찰감시가 제한된다는 이유를 댔고, 세간의 인식 또한 그러했다. 그런데 최근 이 논리가 정말 옳은지에 대해 반박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나 군사합의 내용 자체가 과거 보수정부 시절 작성됐던 '남북군비통제 추진계획서'에 기반해 마련됐고, 당시 이를 결재한 인물이 바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당시 국방부 정책기획관)이라는 것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문제의 "비행금지구역 우리에게 불리" 세간 인식, 최근 제기되는 반박

    국방부 제공국방부 제공
    잘 알려져 있다시피 9.19 군사합의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비행금지구역이다. 동부와 서부가 적용이 다른데 동부에서는 고정익 유인기가 남북으로 각각 40km, 무인기는 15km다. 서부에서는 고정익 유인기가 남북으로 각각 20km, 무인기가 10km이다. 회전익(헬리콥터)는 동서부 구분 없이 남북으로 10km다. 즉, 가장 긴 곳은 남북을 다 합치면 80km 길이로 비행금지구역이 형성돼 있다.

    9.19 군사합의의 대표적인 취약점으로 알려져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으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과거부터 정찰기 비행이 제한되기에 산 뒷쪽의 경사면(후사면) 관측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군사합의에 반대했다. 그리고 북한이 지난 21일 밤 정찰위성을 쏘자 우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와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관련 조항(1조 3항)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한국군에 도입된 글로벌 호크 정찰기.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미국대사 트위터 캡처한국군에 도입된 글로벌 호크 정찰기.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미국대사 트위터 캡처
    그런데 남북 정찰기의 성능 차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재 우리 군이 쓰는 사단급 무인기(KUS-9)의 경우 탐지 범위가 10km가 채 되지 않는다. 군단급 무인기(RQ-101 송골매)는 주간에 20km 정도를 탐지할 수 있다. RQ-4 글로벌 호크는 전략정찰기로 분류되는데 한반도 전역을 탐지 범위로 두고 있다.

    이외에 유인기인 RC-800 백두(신호정보)·금강(영상정보) 정찰기는 각각 '백두산'과 '금강산'까지 탐지할 수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미군의 U-2와 RC-135, 정찰위성 등까지 합치면 우리는 이미 한반도 전역을 탐지할 수 있다.

    즉 사단·군단급을 제외하면 우리는 9.19 합의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탐지 범위를 가진 정찰자산을 보유·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정찰기들은 애시당초 높은 고도에서 활동하므로, 후사면과 전사면(산 앞쪽면)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비행기를 타고 땅을 내려다보면 산의 앞뒷면이 모두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군 소식통은 "우리의 정찰기 탐지 범위가 비행금지구역보다 길면,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안 보이게 되는 부분은 앞쪽(최전방)이 아니라 뒤쪽(북한 내륙)이 된다"고 설명했다.

    당연하지만 북한 무인기는 우리보다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데, 전언을 종합하면 잘 해야 10km 미만의 탐지 범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MDL에 정찰기를 바짝 붙여야 겨우 가능하다. 합의 무효화 선언 전엔 북한군이 우리 군의 전방 지역을 정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셈이다. 더군다나 하늘에 선이 따로 그어진 것도 아니니 무인기가 MDL을 넘었다고 판단해 사격이라도 하게 된다면, 말 그대로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정찰기 '샛별-4형'. 조선중앙TV 화면 캡처북한이 공개한 무인정찰기 '샛별-4형'.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최근 들어 북한이 이른바 '샛별-4형' 등 무인정찰기를 만들어 올해 7월 27일 열병식에서 공개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500km 전방 종심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들을 비롯한 정찰수단들을 개발하기 위한 최중대 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데 대하여" 언급한 바도 있긴 하다. 물론 실제 성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평가절하를 하고 있다. 엔진, 센서, 항전장비 등 핵심 장비들 성능이 크게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우리의 사단·군단급 정찰기는 문제의 '후사면'에 영향을 받는 것이 맞지만, 정찰의 핵심은 '변화'를 찾는 것"이라며 "해당 지역 부대는 최전방 경계부대여서 특별히 변할 것들이 없고 지상 감시장비로도 볼 수 있다. 우리가 필요한 첩보는 (보다 후방에 있는) 미사일·포병·기갑부대 등의 전진배치, 즉 도발 징후가 있는지 살피는 것인데 이를 보는 데도 아무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사단·군단급 무인기가 당연히 투입되어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이미 군사합의의 제한사항은 의미가 없어진다.

    더군다나 9.19 군사합의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은 없다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는 반박도 나온다. 김도균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합의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군사합의 체결 이전에도 MDL로부터 약 9.5-10km 선까지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돼 있었다. 이는 유엔군사령부의 관할로, 사령관의 허가 없이는 항공기를 진입시킬 수 없다"며 "당시 사단·군단급 무인기의 작전요구성능(ROC)에서 탐지 거리를 짧게 잡았다는 문제가 있기는 있어서, 나중에 그 거리를 늘렸다"고 말했다.

    군 소식통도 "전방에 북한의 지대공미사일(SA-5 등)이 배치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일정 지점보다 북쪽으로 보내지 않았고 항공고시보(NOTAM)를 통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뒀다. 현재도 백두·금강 정찰기 등은 이보다 북쪽으로 올라가지 않으며 이는 9.19 합의 비행금지구역과 거의 일치한다"며 "북한은 조종사들의 월남 가능성을 매우 민감해하기 때문에 애시당초 일정 지점 남쪽으로 전투기를 보내지 않는다"고 전했다.

    DMZ는 남북으로 2km씩 모두 4km 길이인데, 속도가 빠른 전투기로는 길어야 5초 정도면 이를 넘기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남북 모두가 '공개되지 않은 비행금지구역'을 만들고는 숨기고 있었던 셈이다.

    '왜 알려지지 않았나' 물었더니 "우리가 유리하니 조용히 있는 게 낫다"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는 모습. 왼쪽 뒷편엔 문재인 당시 대통령. 연합뉴스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는 모습. 왼쪽 뒷편엔 문재인 당시 대통령. 연합뉴스
    취재진은 여러 전현직 관계자들에게 합의 체결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런 이야기들이 왜 세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물었다. 공통적인 답변은 '군비통제를 하려면 쌍방에 제한을 두는 쪽이 기본인데, 실제로는 북한에 훨씬 불리하고 우리에겐 별 영향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이 합의 체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한평정책연구소 왕선택 글로벌외교센터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합의한 내용이기에 이는 (표면적으로) 북한에 유리해야 하고, 그렇기에 우리가 유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국력의 약세로 인해 호전적인 군사정책을 통해 존재감을 확인받아야 하는 특성을 가진 나라이고, 우리는 정상국가이기 때문에 호전성을 드러내면 국가 이미지에 도움이 안 된다"며 "그런 두 나라가 군사합의를 하면 당연히 호전적인 나라가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군사합의 내용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그 기반이 되는 문서가 이미 국방부에 존재했고, 해당 문서를 결재한 인물이 바로 신원식 현 국방부 장관이라는 사실도 최근 공개됐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최종건 교수(합의 당시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는 지난 9월 14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합의 당시에, 이미 보수정부 시절 북한하고 군사 협상을 할 경우를 대비해 GP 철수, 판문점 비무장화 등 군비통제 관련 여러 조치를 기획해 놓은 문건을 참조했다"며 "해당 문건을 결재한 인물이 바로 신원식 장군이었다"고 말했다.

    신 장관은 2011년 5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국방부 정책기획관을 지냈는데, 이 자리는 현역 육군 소장이 보임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문제의 문건 제목은 '남북군비통제 추진계획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
    김도균 전 사령관 또한 이에 대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 운용적 군비통제, 구조적 군비통제의 3단계에서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정리한 문서였는데 여기에 완충구역 확대 등의 내용들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문건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된 바 없지만 2011년에 만들어졌다는 점은 명확하며, 이는 신원식 장관의 정책기획관 재직 시절과 일치한다. 복수의 전현직 관계자와 외교안보 분야 정부 자문위원을 지냈던 전문가 등도 같은 증언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장관은 2023년 9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문에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면 이러이러한 조건을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약속만 믿고, 또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기 전에 선행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에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이 있어서 남북관계가 안 좋을 때였는데 그 상황 하에서 북한이 그래도 비핵화를 하고 신뢰를 구축하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상응 조치"라며 "똑같은 내용이라도 전제조건 유무에 따라 완전히 다른 내용이 되며, 그 부분은 전제조건이 있었다는 점을 유념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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