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높은 가계·기업 부채 등의 잠재적 불안 요인이 존재하지만 아직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잠재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 고용 제도를 유연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연금개혁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4%, 내년에는 2.2%로 전망하며 지난달 발표했던 수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재정건전성 노력 긍정적, 고금리 당분간 유지해야"
IMF는 17일 '2023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IMF는 매년 회원국의 거시경제 및 재정금융 등 경제상황 전반을 점검하고 정책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이번에는 헤럴드 핑거(Harald Finger) 미션단장 등 총 6명의 미션단이 올해 8월 24일~9월 6일 방한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정부부처 및 관계기관과 실시한 면담을 기반으로 보고서가 작성됐다.
우선, IMF는 한국경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출 개선, 관광산업 회복 등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올해 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높은 2.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3.6%, 내년 2.4%를 기록하고, 내년 말에는 물가안정목표(2%)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주요 교역국의 수요 부진 등으로 올해 1.3%(GDP 대비) 수준이나, 점차 개선되어 중장기적으로 4.0%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뉴스IMF의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치와 같다. 보고서 발간 시차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수치가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한국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했다.
IMF는 정부의 예산안과 재정준칙 도입 등의 노력들이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지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재정준칙에 대해서는 관리지표, 한도 등이 적절하게 설정되었으며, 급격한 고령화 등 한국의 장기적 과제에 대응하여 재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가안정을 위해서 현재의 고금리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한국의 통화정책은 적절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 제도 유연화, 노동 성별격차 완화해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자료사진. 연합뉴스
금융부문에 대해서는 높은 가계·기업부채, 비은행 금융기관 PF 대출 등 잠재적 불안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도 현재까지는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가계·기업의 충분한 금융자산 보유량, 엄격한 거시건전성 규제 등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금융지원은 취약 가계·기업에 대해 한시적·선별적으로 이뤄져야하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규제 강화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IMF는 한국의 잠재성장률 제고와 인구 고령화 대응을 위해 구조개혁 노력도 지속할 것을 당부했다. 고용형태, 근로시간, 임금구조 등 고용관련 제도를 보다 유연화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시장 내 성별격차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금개혁은 중장기 재정건전성과 높은 노인빈곤율을 균형있게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하고, 한국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IMF는 올해부터 한국의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시 기존의 정량평가를 제외하고 다른 선진국들과 같이 정성평가로만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포함한 정성평가 결과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외부충격에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