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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축구 중계에 등장한 '괴뢰'…우리나라 법에도 있다?[노컷체크]



사회 일반

    北, 축구 중계에 등장한 '괴뢰'…우리나라 법에도 있다?[노컷체크]

    CBS 주말 뉴스쇼 모아모아 팩트체크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북, 남북 축구 경기 중계에서 대한민국을 '괴뢰'로, '북한' 호칭 논란도
    통일부 관계자 "북한 자신감 결여를 노출한 것"
    우리는 2000년대 이후 '괴뢰' 표현 거의 안 써…체제경쟁 우위 반영
    '몰수품처리법'에 유일하게 '북한괴뢰' 표현 남아있어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왼쪽)·대한민국을 '괴뢰'로 표기한 북한 방송. 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왼쪽)·대한민국을 '괴뢰'로 표기한 북한 방송. 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 
    ◇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주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명칭대전이네요. 설명을 좀 해주시죠.
     
    ◆선정수> 아시안게임은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아시아인들의 스포츠 축제죠.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은 코로나 때문에 1년 연기돼서 지금 열리는 거지만요. 선수들에겐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꿈의 무대입니다.

    빅 이벤트를 기다렸던 스포츠 팬들에겐 눈이 즐거운 나날이죠. 경기장 안에서 펼쳐진 열전만큼 뜨거운 외교/문화적 이슈도 눈에 띕니다. 명칭과 관련된 이슈가 굉장히 많았는데요. 그래서 팩트체크를 해봤습니다.
     
    ◇조태임> 먼저 짚어볼 주제는 '괴뢰 논란'입니다. 무슨 이야기인가요?
     
    ◆선정수> '괴뢰', 꼭두각시라는 뜻으로 일상생활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인데요. 이게 최근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일 항저우아시안게임 남북 여자축구 경기 결과를 보도하면서 대한민국을 '괴뢰'로 지칭한 겁니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열린 남북한 여자 축구 경기 결과를 지난 2일 뒤늦게 소개하면서 "경기는 우리나라(북한) 팀이 괴뢰팀을 4:1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타승한 가운데 끝났다"고 보도했다고 합니다. 북한팀 득점 장면 위주로 편집한 영상 하단의 스코어 자막에서도 '조선 대 괴뢰'라는 국가명을 사용했고요.

    '괴뢰(傀儡)'라는 말을 풀어보면 '허수아비 괴'와 '꼭두각시 뢰'라는 한자로 이뤄졌습니다. 말 그대로 꼭두각시를 뜻합니다. 비유적으로는 남이 부추기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입니다.

    이게 북한 사전에는 "제국주의를 비롯한 외래 침략자들에게 예속돼 그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조국과 인민을 팔아먹는 민족 반역자 또는 그런 자들의 정치적 집단" 이라고 풀이돼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눈에는 대한민국이 '미 제국주의 침략자들에게 예속된' 것으로 비치나 봅니다.

    해외 각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괴뢰 정부' 또는 '괴뢰 정권'(puppet state)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일제가 세운 만주국, 나치 독일이 세운 프랑스 비시 정부 등이 그 사례입니다. 한반도에선 남북이 분단된 이후 양측이 서로 상대방을 '괴뢰'라고 표현했습니다. 남측은 북측을 '북괴', '북한 공산집단', '북한 괴뢰정권'이라고 불렀고, 북측은 남측을 '남조선 괴뢰'라고 불러왔습니다. 서로 상대방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연장선에서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양측의 정식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죠.
     


    ◇조태임>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 결과인데요. 옛날 전쟁영화를 보면 북괴군, 괴뢰군 이런 말이 나왔던 것 같기는 한데. 요즘엔 잘 안쓰는 말이 됐잖아요?
     
    ◆선정수> 2000년대 이후 남측에선 '북괴'라는 말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미 체제 경쟁이 무의미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국력이 커져버린 것이죠. 여기에 몇 차례의 남북 해빙무드에 힘입어 북괴, 북괴군이라는 말은 점차 사라졌습니다. 관련 법령에서도 괴뢰라는 말은 사라졌습니다.

    국가유공자법,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등 수많은 법령에 들어있던 북괴, 북한괴뢰집단 등의 표현은 '북한' 등으로 대체됐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엔 북한을 '괴뢰'로 지칭하는 법이 있습니다.

    <몰수금품 등 처리에 관한 임시특례법>(몰수품처리법)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범죄자로부터 몰수한 물품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하도록 만든 법입니다. 이 법은 몰수금품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데 <1. 북한괴뢰집단 및 그 구성원, 2. 북한괴뢰집단에 동조하는 반국가단체 및 그 구성원 3. 제1호 및 제2호에 규정된 자로부터 지령을 받아 활동을 하는 자, 4. 북한괴뢰집단에 동조하여 반국가적인 활동을 하는 자>로부터 몰수된 물건이나 금품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얻어 국정원장이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과 연계돼 있는 법이어서 '북한괴뢰집단'이라는 표현이 남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국회의 무관심 속에 유일하게 '괴뢰'라는 표현이 남아있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2018년 문재인정부 시절 한자로 된 법문을 한글로 바꾸는 개정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조태임> 북한팀 관계자가 나라이름을 정식 명칭으로 불러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는데요. 우리나라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요?
     
    ◆선정수> 남북관계발전법을 보면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이다"라고 정리합니다.

    대한민국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보면 북한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으로 규정됩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주민이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 거주하며 이 지역에 직계가족ㆍ배우자ㆍ직장 등 생활의 근거를 두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구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도 북한을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이라고 표현합니다.

    국가보안법은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고 정합니다. 북한을 지칭하는 겁니다.

    9.19 군사합의문 즉, '판문점선언(4·27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는 남북한 양측이 서로를 지칭하는 말로 '남과 북'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합의문에는 "쌍방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조태임> 북한도 우리나라를 인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요. 이번 국명 논란은 어떻게 진행된 건가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을 이틀 앞두고 북한 선수단이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촌을 나서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을 이틀 앞두고 북한 선수단이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촌을 나서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선정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남북간 국명 논란은 북한이 먼저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여자 농구 남북 대결에서 북한이 패배한 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북한 대표팀 정성심 감독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북한'을 언급하자, 선수단 관계자가 질문을 끊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언성을 높이며 "우리는 노스 코리아(North Korea)가 아니다.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다"며 "그건 옳지 않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모든 국가명을 정확하게 불러야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리유일 감독이 한국 취재진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다시국명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리 감독은 "미안하지만 북측이 아니고 조선인민주의공화국 또는 조선이라 불러달라. 그렇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취재진이 '북측'이라고 부른데 대해 거부감을 나타낸 것이죠.

    북측의 정식 국가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자기들끼리는 '조선'이라고 줄여 쓰는 모양입니다. 남측의 정식 국가명칭은 대한민국입니다. 줄여서는 한국이라고 쓰죠. 각자의 입장에서 남측은 북측을 북한으로 줄여쓰고, 북측은 남측을 남조선으로 줄여씁니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뭐라 불러도 상관없지만, 대립이 격해지면 호칭 문제에도 날카롭게 반응하는 것이죠.
     
    ◇조태임> 그런데 북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인공기를 달고 나올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선정수> 세계도핑방지기구 WADA의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WADA는 2021년 10월, 북한 도핑방지기구가 WADA의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올림픽·패럴림픽을 제외한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북한 인공기 게양을 금지했습니다.
     
    WADA는 전 세계 선수들의 약물 복용 여부를 철저히 감시하고자 주기적으로 검사 인원을 개별 국가에 파견해 도핑 테스트를 진행하는데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자국 유입을 우려한 북한이 팬데믹 기간 국경을 완전히 봉쇄한 탓에 WADA 인력은 북한 땅을 밟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WADA의 정기 검사를 건너뛴 북한 선수들이 햇수로 3년이 넘는 코로나19 기간 약물을 사용했는지는 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죠. 이런 이유로 WADA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이 국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결정한 겁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인공기 사용을 강행했구요.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이를 묵인한 겁니다.
     
    ◇조태임> 김치와 관련된 명칭 논란도 있다면서요?
     
    ◆선정수>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메인미디어센터(MMC)와 미디어 빌리지의 식당에서 김치를 '泡菜'(파오차이)로 표기한 것을 확인해 조직위원회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서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많은 누리꾼에게 같은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四川)성 지역의 채소 절임 음식을 뜻하는데, 중국은 이를 근거로 자기들이 김치의 원조라고 주장합니다.
     
    서 교수는 "MMC에서는 중국어로 한궈파오차이, 미디어 빌리지에서는 한시파오차이라고 표기했다"며 "영어로는 한궈파오차이를 '한국식 야채절임'(Korean Pickled Vegetables)으로, 한시파오차이를 '한국식 발효 야채'(Korean-Style Fermented Vegetables)'라고 설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문제 제기에) 영문 표기와 설명은 'Kimchi'(김치)로 정정됐으나 한자 표기는 그대로였다"며 "오히려 MMC에서는 중국 동북 지방의 배추절임 음식인 '辣白菜'(라바이차이)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항의 메일에서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인 '辛奇'(신치)로 빨리 수정해 아시아인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하며 김치와 파오차이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다국어 영상을 함께 첨부했습니다.
     
    ◇조태임>고유어 '김치' 라는 명칭이 분명히 있는데 왜 자꾸 파오차이로 칭하는건지 이해가 안되네요. 오늘 명칭 논란에 대해 얘기해봤는데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하는 만큼 명칭이 중요한 듯한데요. 이런 논란 이제 더이상은 없었으면 하네요. 지금까지 모아모아 팩트체크 뉴스톱 선정수기자였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오디오 클립, 팟캐스트, 유튜브 '노컷'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오디오 클립, 팟캐스트, 유튜브 '노컷'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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