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으로 변한 길가. 고상현 기자"쓰레기장이 따로 없네."
추석부터 개천절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마지막 날인 3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한담해변. 이곳은 아름다운 해안 길과 주변에 유명 카페가 있어서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해안 산책로 인근 공사장 한편에 가득 쌓인 쓰레기더미를 본 한 관광객이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갔다.
서울시에서 제주로 여행을 왔다는 고모(62·여)씨는 해안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며 "너무 한 것 같다. 시민의식을 지켜야 하는데 안 지키니깐 더러운 것 같다"며 혀를 찼다.
실제로 취재진이 직접 한담해변을 거닐어 보니 길가에 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인근 카페에서 나온 일회용 컵이나 담배꽁초가 대부분이다. 비교적 인파가 많은 곳은 깨끗한 편이었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 쓰레기가 집중됐다. 한 사람이 버리기 시작하니, 쓰레기 투기가 이어졌다.
전남 광양시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 왔다는 신양수(56)씨는 "아름다운 풍광을 보려고 왔는데 쓰레기가 쌓여 있으면 미관상 좋지 않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어느 한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하면 주변이 금방 더러워진다. 누구 하나 안 버리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거 같다"고 했다.
제주 한담해변. 길가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고상현 기자
주민들도 불편함을 토로했다. 가뜩이나 좁은 골목길에 차들이 몰려 불편한 데다 주택가 골목마다 쓰레기가 버려져 있어서다. 주민들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한담해변 인근에 산다는 이경선(74·여)씨는 "사람이 지켜서고 있으면 그나마 깨끗한데, 사람이 안 보고 있으면 쓰레기들을 마구 버린다. 한국 사람은 그나마 쓰레기를 잘 안 버리는데, 중국 관광객들이 오면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린다. 아름다운 제주 환경을 함께 지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일정 금액을 물리는 '제주환경보전분담금'을 도입하려 한다. 현재 실행방안 마련 용역을 한국환경연구원에 의뢰해 내년 8월까지 끝낸다는 방침이다. 환경오염의 책임을 나눈다는 데서 '분담'이란 용어가 사용됐다. 용역을 통해 산출 근거 등이 마련된다.
이밖에 민간에서도 제주 환경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클린올레' 등이 대표적인 환경 캠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