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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몽유병에 관한 호기심"…'잠'을 깨운 '봉준호 키드'



영화

    [EN:터뷰]"몽유병에 관한 호기심"…'잠'을 깨운 '봉준호 키드'

    핵심요약

    영화 '잠' 유재선 감독 <제1장>
    '잠'에 관해 알고 싶은 모든 것 - 연출 편

    영화 '잠' 유재선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잠' 유재선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라는 세계적인 거장 봉준호 감독의 한 줄 평만으로도 '잠'은 가장 궁금하고 가장 기대되는 영화가 됐다. 첫 연출작으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토론토 국제영화제, 판타스틱 페스트까지 세계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칸 비평가주간 집행위원장 에이바 카헨은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잠'은 졸릴 새가 없다.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감독은 고군분투하는 젊은 커플이 아이를 낳기 전과 후에 대한 센세이셔널한 영화를 만들어 냈다"고 호평했다. 토론토 프로그래머 피터 쿠플로스키 역시 "각본가이자 감독인 유재선은 서스펜스와 재치, 그리고 강력한 모호함을 통해 능숙하게 장르를 전복했다"고 극찬했다.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유재선 감독은 9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그동안 갈고닦은 내공을 응축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에서 나오는 미스터리한 이야기와 예측 불가한 전개는 팽팽한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자아냈다. 과연 어떻게 시작해서 독특한 방식으로 전 세계 관객들을 매료시켰는지, 유재선 감독으로부터 하나하나 들어봤다.

    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잠'에서 시작해 주인공을 '부부'로 설정하기까지


    ▷ 영화는 평범한 신혼부부가 남편의 수면 중 이상행동이 시작된 이후 겪게 되는 공포를 그리고 있다. 영화의 시작점이 되는 소재는 '잠'이었나 '부부'였나?
     
    처음 자리에 앉아서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재밌는 장르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했던 소재가 몽유병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터넷이라든지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를 통해서 몽유병 환자에 관한 극단적인 괴담을 많이 듣는다. 창문 밖으로 잠결에 뛰어내린다든지, 자고 있는데 운전한다든지, 수면 중 배우자를 해하려 한다든지 말이다.
     
    이런 식의 일차적인 자극이 나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지나며 궁금했던 게 몽유병 환자들의 일상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점이었다. 더 중요하게는 몽유병 환자들의 곁을 지키는 배우자, 가족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거기서부터 시작하게 됐다.
     
    ▷ 소재를 택한 후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키워드는 무엇인가?
     
    몽유병을 소재로 재밌는 장르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게 일 순위 목표였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쓰면서 아무래도 내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녹아들어 가기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썼을 당시 현재 아내가 된 여자 친구와 결혼을 앞둔 상태였다. 내 개인적인 화두이자 가장 중요한 주제는 결혼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두 인물을 신혼부부로 설정했다.

    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주인공을 신혼부부로 설정한 후 그들의 결혼 생활을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무엇인가?
     
    보통 결혼 이야기를 다룬 영화든 어떤 이야기든 주된 갈등은 서로에게 있다. 누군가가 만회할 수 없는 실수를 한다든지, 심하게 싸운다든지, 아니면 사랑이 식어버린다든지 이런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난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그런 비관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서로 사랑하고 응원하고 믿고 의지하는 부부를 설정하고, 누구의 탓도 아닌 외부의 장애물을 하나 던져놓은 뒤 둘이 부부라는 단위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 수진과 현수 사이, 즉 부부 사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흥미로운 지점인 것 같다.
     
    내가 집중하고 싶었던 건 굉장히 끈끈한 부부 관계다. 부부 관계를 헐겁게 여기는 인물은 주변 인물들이다. 수진의 어머니, 아랫집 이웃 등은 조금 더 모던하다고 해야 하나. 자기 행복을 위해서라면 결혼은 부차적이라 생각한다. 의외로 더 젊은 수진은 자기가 희생해서라도, 지금 당장 행복하진 않지만, 사랑과 가족을 위해서라도 결혼 관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수진이다. 그런 끈끈한 관계를 헐겁게 여기는 인물이 수진에게는 일종의 장애물이다.

    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잠'의 장르와 구성에 관한 이야기

     
    ▷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중심에는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있다. 이를 공포 스릴러라는 장르로 보여주고자 한 이유가 궁금하다.
     
    제1순위가 장르물이었다. 재밌는 장르 영화를 만들고, 장르적 재미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목적을 갖고 시나리오와 영화 작업을 진행했다. 결혼 관련 테마는 내 무의식에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자기가 아는 것과 주위 이야기를 차용할 수밖에 없다 보니, 그 당시 내 인생의 중요한 테마와 이야기였던 걸 영화에서도 중요하게 여기게 되더라. 하지만 순서 자체는 재밌는 장르 영화를 만들자는 거였다.
     
    ▷ 영화를 총 3장으로 나눠 진행하면서 장과 장 사이 시차를 뒀다. 이러한 구성 방식을 택한 이유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듣고 싶다.
     
    썼을 당시에는 그냥 내가 느끼기에 재밌는 방식으로 썼던 거 같다. 완결하고 나니 3장으로 나뉘어 있더라. 왜 이렇게 했을까 되돌아보면, 수진과 현수의 상황이 극단적으로 바뀌는 세 가지 시기를 보여주는 게 이야기로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중간은 과감히 생략하는 게 오히려 더 재밌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대신 시간을 점프한다. 점프하는 정도의 차이도 장마다 다르다.
     
    그 사이 알 수는 없지만 무슨 거창한 일들이 있었던 거 같은데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 점프 덕분에 관객들이 장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추측하는 이야기적인 재미가 있다고 본다. 연출적으로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한정된 장소에서 촬영하다 보니 자칫하면 단조로울 수 있다는 위험이 있었는데, 장마다 상황에 맞는 촬영과 미술을 적용함으로써 시각적으로 다채로움을 제공하게 되면서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9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굉장히 효율적이면서도 간결한 연출을 보여 줬다. 원래 이러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편인가?
     
    이번 작품이 유독 그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그런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데뷔하는 감독이고,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뭐가 필요하고 필요 없는지를 되게 세심하게 고민했다. 꼭 필요한 것만 남겨두니 간결해지지 않았나 싶다. 결과적으로는 그런 면도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지루함도 떨어지고 사족이 없어 보여서, 깔끔하다는 느낌이 그런 데서 기인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긴장과 공포를 오가는 사이사이 코미디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다.
     
    사실 단편 시절에도 그렇고 이번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할 때도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유머가 있는 상황이나 대사를 쓰진 않았다. 그럼에도 재미와 유머를 찾는 분이 있어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그게 왜일까 고민해 보면, 아마 황당무계한 사건 속에 두 인물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반응하는 모습에서 어이없는 웃음, 황당한 웃음을 느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보통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는 동물 살해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잠'에서는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은 것도 눈길을 끈다.
     
    강아지 관련된 신들은, 사실 그런 장면을 넣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마음 아픈 일이었지만 이야기 전개상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절제의 미학, 뺌의 미학이 있다. 상상력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다고 하는데,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쉽게 상상이 된다. 촬영 감독님,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 게 장르적으로 훨씬 효과적이겠다고 결정했다.
     
    ▷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며 관객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뒀다.
     
    영화는 한 번 개봉하면 관객의 소유물이라 생각한다. 내 의도가 어찌 됐든 관객들의 해석 또한 틀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내가 괜히 내 버전을 말씀드리면서 해석의 문을 닫고 싶지 않다. 그래서 열린 결말로 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오히려 영화를 관람하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듣기로는 영화를 보시고 나서 엔딩이 무얼 의미하는지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들었다. 그런 게 굉장히 만족스럽다.
     
    <제2장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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