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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콘크리트 유토피아' 씨앗 심은 변승민 대표 속내



영화

    [EN:터뷰]'콘크리트 유토피아' 씨앗 심은 변승민 대표 속내

    핵심요약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제작사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변승민 대표 <하>
    '콘유' N차 관람할 관객들 위한 안내서 - 제작 과정과 제작자의 도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 이후 우리 '아파트' 하나만 살아남는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 같은 질문에서 시작한 영화다. 온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무너지며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황궁 아파트만이 그대로다.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사투와 갈등이 이뤄지는 곳, 황궁 아파트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요 생존과 갈등의 시작점이자 끝인 아파트는 여러모로 중요한 공간이다.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선 배우들의 연기력만큼이나 아파트가 현실성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관객들이 스크린을 넘어 재난이라는 현실 안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그렇기에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장소도 바로 '황궁 아파트'다. 사실적인 규모감을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5개월에 걸쳐 실제 3층까지 아파트 세트를 지었다. 여기에 디테일하게 설정된 각 캐릭터의 전사(前事)와 직업, 성격 등을 고려해 아파트 내부를 디자인했다. 이는 제작자인 변승민 대표에게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변 대표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성취는 무엇이었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변승민 대표. 클라이맥스스튜디오 제공클라이맥스스튜디오 변승민 대표. 클라이맥스스튜디오 제공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또 다른 주연 '황궁 아파트'


    ▷ 영화의 또 다른 주역은 영화의 배경이기도 한 아파트다.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어야 하는 공간인 만큼 현실성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했을 듯하다. 실제 3층까지 아파트 세트를 지었는데, 아파트 세트를 어느 정도까지 제작하고 현실감을 담보해야 할지 고민이었을 것 같다.
     
    제작비나 물리적인 제약을 생각한다면 훨씬 더 작은 사이즈로 짓고, 우리만 아는 디테일을 고려했다면 훨씬 더 경제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가장 추구했던 게 '리얼함'이다. 보여주기 위한 리얼함도 있지만, 그 안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처한 환경의 리얼함을 정확히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아파트가 또 하나의 가장 중요한 배우라고 봤다. 그런 아파트를 온전하지 못하게 하는 건 반쪽짜리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부분을 절충하더라도 아파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주목적이었다. 그 결정에 대해서 고민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 정답은 정해져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아파트만 지었던 게 아니라 아파트 윗부분 전체를 덮는 트러스(강재(鋼材)나 목재를 삼각형 그물 모양으로 짜서 하중을 지탱시키는 구조)를 설치한 후 천을 덮었다. 재난이 일어난 이후 대기는 굉장히 탁할 것이고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기에 이러한 리얼함을 생각했다. 또 그렇게 환경을 조성해 놓으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빛을 컨트롤하고 쓰임새를 정확히 통제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있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번 영화에서 섬세한 현실 반영에 놀랐던 지점이 보통의 재난 영화에서 배제되는 여성의 어려움을 짚어냈다는 점이다. 명화가 혜원에게 여성용품을 건네주는 장면과 같은 디테일이 현실감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은 감독의 아이디어였나?
     
    여러 가지로 글 작업할 때부터 다 들어가 있었다. 그런 디테일이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 외에도 아파트 로비를 게시판에 적힌 내용들이 있다. 과연 이러한 사달이 났을 때 거기에 뭐가 붙여져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물자를 바꾸자는 고지부터 누군가를 찾는다는 고지, 어디서 만나자 등 디테일한 메모들이 되게 많다.
     
    이걸 클로즈업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실제 배우들이 왔을 때 그 게시판에 적힌 내용들을 보면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이런 방식으로 굉장히 현실적인 설정과 배경에 관해서 감독님뿐만이 아니라 제작팀, 연출팀의 아이디어까지 더해졌다. 많은 사람이 한 가지 목적을 위해서 많이 노력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도전하며 얻은 성취

     
    ▷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 속 누군가에 이입하거나 누군가를 통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어떤 캐릭터에 이입했을지 궁금하다.

     
    나는 명화(박보영)와 민성(박서준)이다. 사실 영탁(이병헌)까지 포함해서 세 명을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 명은 하나의 캐릭터다. 극적 구성을 위해 몇몇 부분이 도드라지게 보이지만, 사실 세 사람을 합쳐 놨을 때 비로소 한 사람이 가진 기본적인 형상들이 나온다. 많은 분이 영탁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명화와 민성 역시 재난을 마주하는 시선과 갈등, 고민과 용기가 누구보다 잘 표현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두 명에게 되게 많이 공감했다.
     
    ▷ 이번 영화에서 제작자로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지점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대중의 반응이다. 예산이 굉장히 많이 들었고, 장르적 색채 때문에 좀 어둡게 느껴지는데, 과연 이게 어떤 텐트폴로 걸릴 수 있는 상업 영화 기획인지에 대한 질문을 초반부터 굉장히 많이 받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텐트폴 영화의 공식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느 정도 도식화시킬 수 있지만, 사실 나는 그러한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계속 생각해 왔다.
     
    영화라는 산업 자체가 워낙 큰 자본을 쓰다 보니 이런 시도에 있어서 어느 영역보다도 과감하지만 동시에 보수화된 산업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시도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있어서 좋은 촉매제가 되면 좋겠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고, 우리가 하려고 했던 시도가 꼭 가야 할 변화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 되면 좋겠다. 성공적으로 끝까지 해낼 수 있는지가 사실 제일 어려운 과제이자 제일 중요한 지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시간이 많이 지나서도 찾아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동시대에 사랑 받는 것도 중요한데, 시간이 지난 다음에 또 사랑 받을 수 있을까. 사실 그게 영화가 가진 가장 마지막 단계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서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면, 우리가 과연 영화적이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 올바르게 답변하고 영화 산업이 장기적인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과제를 얻은 만큼 제작자로서 얻은 성취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새로운 걸 시도해도 우리의 진의나 퀄리티에 대한 부분을 알아봐 주시는 관객분들이 되게 많다는 걸 실제로 마주하면서 용기가 더 생기는 것 같다. 영화는 흥행 산업이고, 절대 예측할 수 없는 분야다. 우리가 영화를 계속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작은 성취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성취가 계속될 때 그게 실력이 된다. 성취를 이어가다 보면 아티스트도 실력이 늘어서 나중에는 관객들이 원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에 다가갈 수 있다.
     
    나나 감독뿐 아니라 배우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항상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대중의 익숙함과 만족도를 배반할 수 없는 게 배우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뿐 아니라 이 작품을 본 또 다른 배우들도 작품을 선택할 때 다양한 기준점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 우리가 조그마한 발돋움이 되는 부분을 제공했다면 굉장히 기쁠 것 같다.
     
    <에필로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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