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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착취 당하는 작사가들…K팝 그늘 수면 위로

[파고들기]착취 당하는 작사가들…K팝 그늘 수면 위로

"많은 K팝 작사가님들이 제게 말씀하십니다. 돈은 바라지 않으니 크레딧이라도 제대로 실렸으면 좋겠다고. 자신이 작사한 곡이 자신의 창작물로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요. 대부분의 K팝 작사가가 이중생활로 인한 어려움과 학원의 갑질에 따른 자존감 하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재 K팝 작사가들은 곡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작사가들의 노력이 제대로 여러분께 온전하게 전달될 수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트위터에 등장한 익명 계정 '익명의 케이팝작사가 대리인'(이하 대리인)은 눈부시게 성장하는 K팝 산업의 이면에, 제대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착취 당하는 작사가들이 있다는 점을 공론화했다. 대리인은 현재 작사가들이 겪는 문제를 크게 △학원비 △저작권 △참여 과정 △가스라이팅 4가지로 분류했다. 그 중심에는 지망생일 때부터 정식 작사가가 된 후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학원'이 있다. 작사만으로는 생업이 불가능해 본업을 따로 가져야 하고, 내 가사가 소속사에 전달되긴 했는지, 내 가사가 채택됐는지, 채택된 가사의 저작권 지분은 어떻게 하는지 등 당사자로서 꼭 알아야 할 정보에서 소외당하며 소모된다는 것이 작사가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왜 작사가들은 학원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까. 데뷔 기회가 사실상 학원으로 일원화된 환경 탓이다. 정식 작사가가 되기 전까지는 데모(임시 녹음)곡을 받아야만 실전 작사에 참여할 수 있는데, 그게 학원 안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달 30만~40만원씩을 내고 주 1회 단위 수업을 듣는데, 그마저도 일정 기간이 지나야 데모곡을 받을 수 있다. 데모곡을 받는 기회가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여러 수강생들 가사 중 마음에 드는 부분들을 조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기획사로 가게 되더라도, 정작 창작자인 수강생들은 자신의 가사가 최종 가사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나아가 저작권 비중을 얼마나 차지하는지 모르는 게 대다수라는 점을 대리인은 지적했다. 정식으로 작사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대리인에 따르면 실제 참여 비중이나 기여도와 달리 '학원에서 정한' 비중에 따라 저작권이 분배되고, 퍼블리싱 계약으로 인해 작사가에게 돌아오는 몫은 더 줄어든다. 일부 학원에서는 기획사에서 지급한 작사비를 당사자에게 전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획사 역시 다양한 작사가 집단을 보유한 '학원'을 통해 작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기에, '작사가 개인'은 기획사에 직접 접근하기도 어렵다. 대리인은 6일 CBS노컷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작사가들이 겪은 피해가 한둘이 아니고 각자 생각이 달라 '최우선'해야 할 부분을 명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가장 문제 제기된 것을 꼽자면 작사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명확한 크레딧을 얻고, 본인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확실히 보장받고 싶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대리인은 또한 "(학원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현재의 불합리한 구조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라며 "작사가들이 하는 일은 엄연히 '노동'이자 '창작행위'다. 작사가는 K팝이라는 브랜드를 사랑하고 아끼며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또 다른 아티스트다. 작사가가 업계의 고질적인 구조적 착취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환경에서 창작할 수 있을 때, K팝 역시 더 큰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대리인이 공론화한 '작사가 노동환경 실태'는 트위터 내에서 반향을 일으켰고,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해외 K팝 미디어 코리아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다루며 해외에서 진행되는 '더팩트'(#thepact)라는 운동을 소개했다. 이는 앨범에 참여하지 않은 아티스트나 음반사 관계자가 크레딧에 오르는 관행을 폭로한 사건으로, 사이트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이런 관행을 근절하자는 서명을 받고 있다. '더팩트' 측은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건 단순히 이 메시지를 지지한다는 것을 넘어 이런 관행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알렸다. 테일러 스위프트, 션 멘데스 등과 작업한 프로듀서 조엘 리틀, 체인스모커스의 앤드류 태 거트와 알렉스 폴, 가수 겸 영화배우인 테일러 파크스 등이 공개적으로 이 운동을 지지하고 나섰다. 대리인은 "해외처럼 국내에서도 관행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미 있는 목소리가 더 커졌으면 좋겠다. 익명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실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내부의 정치 싸움이나 개인적인 관계에 휘둘려 전체 K팝 산업에 해를 끼치는 일을 그만두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 활동을 위협받는 일도 생겼다. 작사가와 수익을 착취한다고 지목받은 학원 측이 대리인 계정을 고소하겠다고 알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리인은 "많은 분이 익명으로 제보를 주고 있다. 익명으로 제보받고 계정 역시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어 위축될 일은 없을 것이다. 작사가와 지망생들로부터 용기를 내줘 고맙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고소가 진행되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리인의 공론화 이후 153/줌바스 아카데미는 지난 1일 공지를 올려 △참여 작사가 지분 및 사안에 관련해 작사가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것은 없고 △시안 채택에 따른 작사비는 회사가 받아 해당 작사가에게 일괄 지급하며 △당사를 통해 발매된 곡은 당사 관리를 원칙으로 하고 계약조건은 모든 수강생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늘 작가님의 편에 설 수 있는 153/줌바스 아카데미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알렸다. 라라라스튜디오 역시 공지를 통해 "최근 SNS와 기사를 통해 알려진 한 작사가와 그와 관련된 학원의 각종 문제점들은 저희 라라라스튜디오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 확인 드린다. 같은 작사가로서 최근 발생한 사건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타까움과 분노가 일반화돼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엘다이어리는 CBS노컷뉴스에 "최근 일어난 작사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저희 본원에서도 검토하고 있다"라며 "본원과 해당사항이 있는 것인지 심사숙고해 빠른 시일 내에 학원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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