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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총선 '압승' 이재명, '법정 유세'는 침묵으로…사법리스크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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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총선 '압승' 이재명, '법정 유세'는 침묵으로…사법리스크는 계속

    편집자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故) 김문기·백현동 특혜 의혹 발언'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故) 김문기·백현동 특혜 의혹 발언'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4·10 총선 이틀 뒤인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압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법정에 또다시 출석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13일 중 총 사흘을 법정에 출석할 수밖에 없던 자신의 상황을 적극 변론하던 총선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재판부와 기싸움 아닌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었던 이 대표는 총선 승리 이후 다시 찾은 법원에서 입을 굳게 닫았습니다. "사법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의원직 상실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등 취재진 질문을 뒤로 한 채 말이죠. 
     
    오늘 '법정B컷'은 총선 전후 달라진 이 대표의 재판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선거 유세장' 됐던 법정 앞…총선 '승리' 후에는 다시 '침묵'

     먼저 총선 바로 전날인 9일 오전 10시 15분, 대장동 의혹 재판에 출석한 이 대표입니다. 제1야당 대표이자 당시 인천 계양을에 출마 후보 신분이었던 이 대표는 11분 동안 자신의 입장을 그야말로 쏟아냈었습니다. 

    2024.04.09 서울중앙지법 앞 이재명 대표 기자회견 中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주인이 대리인에게 신상필벌을 엄히 해야 주권이 제대로 작동합니다. 그것이 민주공화국 시민의 권리이자 책무입니다. (중략)
     
    국민 여러분. 이번 총선에서 절대로, 절대로 주권을 포기하지 마시고 꼭 투표하십시오. 국민을 거역하는 권력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의 손으로 증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초박빙' 접전지라며, 7명의 후보자 이름을 일일이 언급했던 이 대표. 형사 피고인 신분임을 잊을 만큼 이날 법정 앞은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22대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 공판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22대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 공판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법정 유세'가 통했던 걸까요. 175석의 의석을 등에 업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다시 법원을 찾은 이 대표는 침묵 기조로 돌아섰습니다. 직전 재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날 선 공방을 벌였던 것과 대조적으로 법정 안에서도 비교적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 혐의는 지난 대선 중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한 점과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아파트를 짓기 위해 용도 변경을 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점입니다. 
     
    이날 오전에는 개발 특혜의 핵심 인물인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습니다. 법정에서 정씨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놨는데요. 그러나 이 대표는 대부분 눈을 감고 증언을 잠자코 들을 뿐이었습니다. 
     
    성남시 공무원들을 접촉한 적이 있다던 정씨는 "백현동 용도 변경하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국토부의 압박이나 회유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검찰 측 증언에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검찰이 재차 "국토부가 압박 내지 회유를 한다는 '소문'이라도 들은 적이 있느냐"고 했지만,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가 직접 신문에 나선 것은 국토부 공무원이 증인으로 등장했을 때입니다. 국토부 공무원의 압박 여부는 재판의 핵심 쟁점입니다. 이 대표 측은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공문'을 그 근거로 들었습니다. 
     
    2024.04.12. 서울중앙지법 34부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증인신문 中
    이재명 대표: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공문을 세 번이나 보냈는데, 다 국가균형발전법에 따라 요청한다고 쓰여 있어요. 이것에 의해 요구한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 모르겠어요?

    국토부 공무원: 네,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이 대표: 좋습니다, 또 볼게요. 감사원이든 중앙기관은 관련 사무에 대해 광역이든 기초든 지방자치단체에 직무감찰 권한을 갖고 있지요?

    국토부 공무원: 예
     
    이 대표: 그러니까 지자체, 특히 기초 지자체의 경우는 자신들이 관할하는 광역뿐 아니라 중앙정부 공무원들에 대해 실제로 매우 어려워하는 건 사실이죠? 그냥 일반 민원인 취급합니까?

    국토부 공무원: 제 기억으로는 오히려 권한이 지자체로 다 넘어가서 중앙 공무원이 오히려 지자체에 사정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증인으로 나온 국토부 관계자가 되레 지자체 즉 성남시 권한이 더 강했다는 취지로 증언하자 이 대표는 다시 한번 직접 신문에 나섭니다. 다소 답답하다는 표정과 함께 말입니다. 

    2024.04.12. 서울중앙지법 34부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증인신문 中
    이 대표: 그건 팩트인데, 이건 결국 국토부 입장에선 식품연구원이 신청하면 그에 맞춰서 '협조해 줘라', '조치해 줘라', '지원해 줘라'는 공문을 보내는 건 식품연구원이 해달라니까 해주라는 거 아닙니까.

    국토부 공무원: 식품연구원이 무엇을 요구하든지, 어떤 용도로 할 것인지는 지자체 권한이기 때문에, 지자체장이 판단해서 그 부지가 원활히 매각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이 대표: 아니 그러니까. 묻는 건 그게 아니고 자꾸 그렇게 발뺌하지 마시고요. 투명하게, 객관적인 팩트는 식품연구원이 2종 주거지역으로 바꿔 달라고 두 번 신청했단 말이에요. 

    국토부 공무원: 그건 제가 모르겠어요.
     
    이 대표: 객관적으로는 그래요. (국토부가)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세 번을 보냈는데, 제가 묻는 건 해석이 아니고 식품연구원이 2종 주거지역으로 변경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는데, 그에 맞춰 식품연구원이 하려고 하니까 협조해 주라는 말은 그 식품연구원이 용도 변경해달라는 대로 해달라는 것 아닙니까?

    국토부 공무원: 그건 받아들이는 분의 생각이고 국토부가 그렇게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이 대표: 강요 얘기가 아니고 그런 의미가 아니냐는 거죠.

    국토부 공무원: 아닙니다. 하라는 대로 해주라고 한다면 그건 안 되는 거죠.
    이날 이 대표가 직접 신문에 나서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총선 직전 팽팽했던 재판보다는 비교적 긴장감이 덜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대표 측은 선거 운동 기간, 법정에 붙잡혀 있어야 하는 상황을 두고 재판부에 불편한 기색을 여러 번 드러냈거든요.

    2024.03.26. 서울중앙지법 33부 '이재명 대표 대장동 의혹 재판' 中
    이 대표 측: 다른 것도 아니고 총선이고 곧 끝나기도 하고 당 대표로 선거운동도 해야 하는데 선거 운동 기간에도 재판 기일을 잡는다는 것은 다른 사건, 다른 정치인들의 사례에 비춰볼 때 굉장히 피고인에게 개인적으로 불리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속한 제1야당의 역할 등을 생각해 볼 때 문제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얘기까지 드리지 않으려 했는데, 지금 여당 나경원 의원 같은 경우에도 재판 몇 년간 계속 사실상 공전하는 상황이고, 선거 기간을 빼고 (기일이) 지정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 후보 같은 경우엔 본인뿐 아니라 당대표로서 지위 활동도 있는데, 정식 선거기간과 선거 직전까지 기일을 잡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모양새도 좋지 않은가 싶습니다.
     
    재판부: 피고인 측 의견 잘 알고 있습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 피고인의 정치 일정까지 고려해서 재판기일 조정하면 분명 '특혜'란 얘기 나올 거 같습니다. 재판부 입장은 지정 된 대로 하겠습니다. 불출석하면 저번 말씀드린 대로 구인장까지는 하겠다. 그런 입장입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느라 재판에 지각(지난달 12일)을 하기도, 재판에 불출석(지난달 19일)하기도 했었던 이 대표에게 재판부는 재차 구인장 발부를 거론했습니다. 
     
    재판부 경고에 이 대표는 총선 전날까지 어쩔 수 없이(?) 7시간 반 가까이 법정에 앉아야만 했었죠. 
     
    신경이 날카로웠던 탓일까요. 이 대표는 총선 전날 대장동 의혹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가 "선거를 도와줬다고 하면 실제로 남욱 등 민간업자들은 땅 매입자로서 기득권을 잃어버린 것인데, 그 사람들하고 저하고 유착됐으면 왜 그들의 기득권을 다 박탈했겠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이득을 본) 김만배가 있잖아요! 김만배가!"라며 소리를 높인 겁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박종민 기자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박종민 기자

    퇴정도 당했던 이재명 지지자…승리 이후엔 "힘내세요"

    총선 전후 법정에서의 태도가 사뭇 달라진 것은 이 대표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총선 전날까지 법정에 나와야 했던 이 대표 처지에 날이 서 있던 지지자들의 면면도 달라졌습니다. 
     
    이 대표가 법정에 출석하는 날이면, 지지자와 유튜버도 재판 끝날 때까지 법원 곳곳에서 대기하고 있는데요. 지난 2일 대장동 의혹 재판에서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는 유동규 전 본부장을 향해 소리친 방청객이 퇴정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날 공동 피고인인 정진상 측 변호인이 "이재명에게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소개한 적 없다'고 답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과정에서 였습니다.

    2024.04.02. 서울중앙지법 33부 '이재명 대표 대장동 의혹 재판' 유동규 증인신문 中
    변호인: '이재명과 김문기 접점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라고 물으니 잘 모르겠다고 했었죠.
    유동규: 답변 않겠습니다.

    변호인: 이재명에게 김문기를 추천이나 소개했느냐는 질문에는 '없습니다' 라고.
    유동규: 거짓말입니다.

    변호인: 답변 했지 않습니까.
    유동규: 예전에는 다 그렇게 했죠! 이재명을 다 가려주려고

    방청석 1인: 목소리 낮춰!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자 한 방청객이 유씨를 향해 "목소리 낮추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재판을 잠시 중단하고 해당 방청객을 퇴정시켰습니다.
     
    하지만 총선 승리 이후 지지자들은 다소 온화(?)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밤을 '꼴딱' 새워 총선 결과를 봤다"는 지지자들은 제1야당 대표 그 이상의 '타이틀'을 원한다고 했죠. 
     
    '분노'에 차 있던 총선 전과 달리 '응원'만을 전한 지지자들에게 이 대표도 법정을 나서며, 엄지를 들어 보였습니다.
     

    의원직 당선과 총선 '압승'에도 꺼지지 않는 '사법리스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최고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손을 맞잡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최고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손을 맞잡고 있다. 윤창원 기자

    본인의 의원직 당선은 물론 총선에서는 그야말로 압승을 한 이 대표. 하지만 그의 '사법리스크' 불씨는 꺼지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은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국회의원직을 잃게 됩니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만 △위증교사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성남 FC 불법 후원금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받고 있습니다. 
     
    이중 1년 7개월 째 1심 심리가 진행 중인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올해 안에 1심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죠. 무엇보다 공직선거법 위반죄는 일반 형사 사건보다 기준이 더 엄격합니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만 확정받더라도 국회의원직을 잃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됩니다.
     
    향후 대권까지 바라보는 이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안개 속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 재판은 이번 달에만 세 번 더 대장동 의혹 재판에 출석해야 합니다. 
     
    다음 달 17일에는 또 다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같은 달 27일에는 위증교사 재판이 잡힌 이 대표가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가져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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