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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울타리' 넘어 수사로, 재판으로 가는 학교 사건들



사건/사고

    '교육 울타리' 넘어 수사로, 재판으로 가는 학교 사건들

    훈육 중에 "똑바로 서"…아동학대로 경찰 조사받는 교사
    학폭 관련 행정소송 급증…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학내 부작용 잇따라
    학내 분쟁 발생 시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2030청년위원회 소속 청년 교사들이 지난달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서초구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실질적인 교권 회복 대책 마련과 교권 보호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공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2030청년위원회 소속 청년 교사들이 지난달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서초구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실질적인 교권 회복 대책 마련과 교권 보호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공
    "아이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아동학대로 신고합니다"

    최근 울산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학부모였다.

    훈육 중에 "똑바로 서" 말했다고 아동학대 신고?

    학부모는 "선생님의 지도에 아이가 너무 겁을 먹었고 협박당했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A씨가 언어폭력을 한 학생에게 "똑바로 서"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

    아동학대 혐의 등은 신고만으로 형사 입건된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야만 하고, 기소될 경우 재판에 넘겨진다. 교사가 결국 아이에게 사과해 경찰 조사는 면했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신고를 접수한 사법경찰관리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지체 없이 아동학대범죄 현장에 출동해야 하고 아동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 등을 격리시키는 등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소속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등 제삼자가 위급하지 않은 학내 사안까지 개입하는 일이 잦아진다.

    유명 만화가이자 유튜버인 주호민씨. 연합뉴스유명 만화가이자 유튜버인 주호민씨. 연합뉴스
    최근 유명 만화가이자 유튜버인 주호민씨가 특수학급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논란이 되고 있다. 주씨는 교사가 "진짜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등 과격한 언어로 아이들 학대했다고 주장했지만, 교사는 당시 질문과 답변이 오간 훈육 상황이었다고 항변했다.

    경찰과 검찰은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해 재판에 넘겼으며, 현재 수원지법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특수교사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학폭위 처분 불복해 행정소송 급증…법원은 '글쎄'

    비단 교사들이 경찰 조사를 받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 폭력을 다루는 교내 학교폭력 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내렸던 결론조차 수용하지 못해 행정소송 등 사법절차를 밟는 사례도 급증했다.

    교육부가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도별 학교폭력 관련 행정소송은 2020년 116건이었지만 2021년에 236건, 2022년에는 299건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그러나 행정소송으로 학폭위 처분이 뒤집힌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각 연도별로 행정소송 청구 대비 인용건수를 살펴보면, 2020년에 11.2%, 2021년에 12.2%로 10%대에 머물다가 지난해에는 4.68%로 급감했다.

    '학생은 징계대상 아닌 교육대상'…학교는 교권·교육받을 권리 공존해야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과도한 학부모 민원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학생을 징계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학교폭력 근절 대책이 이러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학교교육 이수 중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치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그 내용을 적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학교폭력 조치사항 1·2·3호(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금지, 학교봉사)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지만, 나머지 조치(사회봉사, 특별교육·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들은 각 조항마다 최소 2년에서 영구적으로 보존된다.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는 "과거 학교폭력이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가해학생에게 강제로 징계를 내리거나, 징계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등 관련 법이 강화됐다"며 "하지만 시시비비를 가려서 가해학생을 징계하는 것에만 목적을 두면 교육 기관인 학교가 제기능을 발휘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사과와 재발 방지다. 하지만 학폭위가 열리고 징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가해학생 부모들은 일단 자기 아이가 처벌받지 않는 것만 우선적으로 하게 된다"며 "결국 대학 입시에 악영향을 주는 생기부 기재를 막기 위해서 소송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학교가 학내 사안을 스스로 해결해서 교권과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김민석 교권상담국장은 "이번 주호민 사건만 보더라도 교육감이 교사를 직위해제했다가 스스로 복직시키는 것을 보면 교육청 스스로도 이번 직위해제가 신중한 판단은 아니었다고 인정하는 꼴"이라며 "부모가 학교 폭력으로, 아동 학대로 교사를 고소하는 것을 막으려면 학교 사회에 적합한 행정력이 개입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도 교육청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전담 기구를 둬야 한다"며 "학교라는 교육기관에 맞도록 (형사 절차가 아닌) 교육법에 따라 판정과 조치를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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