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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큰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우이신설선 '아슬아슬' 출근길

사건/사고

    핵심요약

    우이신설선 현장 점검
    9호선 보다 혼잡도 덜하지만…
    출퇴근 시간대 고통은 마찬가지
    2량짜리 미니 전철에 폭도 좁아
    무인운행에 무인역사까지…사고 나면 어쩌나?
    노선 연장 추진…완공되면 악화 불보듯

    출근시간대 발디딜 틈 없는 우이신설선. 김미현 인턴기자 출근시간대 발디딜 틈 없는 우이신설선. 김미현 인턴기자 
    "이러다 사고나요, 그만타세요"

    4일 오전 8시 30분 우이신설도시철도(경전철) 성신여대입구역의 안전요원은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에게 연신 외쳐댔다. 이태원 참사 이후 사람이 몰리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안전요원은 "그만 타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안전을 위해 문이 두 번 세 번 계속 열리기 때문에 계속 밀려 들어온다"고 토로했다.

    최근 김포 골드라인과 대곡과 소사를 잇는 서해선 개통으로 경전철과 9호선 일부 구간의 극심한 혼잡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동북지역 대중 교통의 한 축인 우이신설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취재진이 탑승한 출근시간대 우이신설선은 말 그대로 '지옥철'이었다. 북한산우이역을 출발한 전철은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솔샘역부터 승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전철이 다음역인 북한산보국문역에 도착하자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계단까지 줄지어 있었다.

    열차 출입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밀려 들어오자 여유롭게 휴대전화를 바라보던 한 승객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길게 심호흡을 했다. 힘들어질 것 임을 각오한 듯했다. 승강장에서는 안전요원이 확성기를 들고 다음 열차를 이용하라고 소리쳤지만 출근길을 서둘러야 하는 사람들에겐 짜증나는 소음에 불과했다.

    열차 안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더 이상 수용 공간이 없었지만, 사람들은 발이 들어가면 몸을 욱여 넣었다. 체구가 작은 승객은 손을 잡을 곳을 찾지 못한 채 인파 속에 끼어 있었고, 손을 둘 곳을 찾지 못해 두 손을 하늘로 뻗은 승객도 보였다.

    정릉역에서 열차가 멈춰 서자 내리려는 사람들과 타려는 사람들이 뒤엉켰고, 플랫폼은 금방 아수라장이 됐다. 화재라도 난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겨우 역을 떠나는 전철은 출입문에 승객들이 붙어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밀집도가 높았다.

    우이신설선이 고장으로 정차하자 승객들은 지하 터널 속 비좁은 객차에 갇혀 있어야 했다. 김미현 인턴기자우이신설선이 고장으로 정차하자 승객들은 지하 터널 속 비좁은 객차에 갇혀 있어야 했다. 김미현 인턴기자
    무인 운행이 혼란과 혼잡을 가중 시키기도 했다. 이날 8시 10분쯤 성신여대입구역을 향하던 전철에 오작동이 발생했다. 정차 위치를 벗어난 채로 캄캄한 터널에 멈춘 전철 천정 쪽에서 '수동으로 잠시 정차한다'는 안내방송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몸을 가눌 수 없이 빽빽한 인파 속에 갇힌 승객들은 언제 열릴지 모르는 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한 여성 승객은 거친 숨을 내쉬며 신음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결국 우이신설선 직원이 걸어서 고장으로 정차해 있는 전철에 도착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수동 조작을 하고 나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우이신설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승하차 관리를 담당하는 안전요원 A씨는 "출퇴근 시간대에 이런 사고는 빈번하다"며 "출퇴근 시간대 증차를 한다 해도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안전 사고 가능성을 우려했다.

    2017년 개통한 우이신설도시철도는 강북구 우이동과 동대문구 신설동을 잇는 경전철이다. 객차가 2량에 불과하고 수도권 철도교통 소외지역에 위치해 이용객이 몰리면서 출퇴근 시간대에 혼잡이 심하다.


    북한산보국문역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이태원 참사 이후 '나도 사고를 당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느낀 순간이 우이신설선을 타며 특히 많았다"며 "특정 구간에서 사람이 확 몰리다 보니까 압사 사고가 일어날까 걱정된다"고 불안감을 표출했다.

    우이신설선은 2023년 1분기 기준 하루 평균 탑승객이 8만 1천명에 달한다. 하루 이용객의 절반 이상이 출퇴근 시간대에 몰려있다. 정릉역의 경우 혼잡도가 154%, 북한산보국문역은 136%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혼잡도 100%는 좌석과 입석 승객이 꽉 찬 상태를 의미한다. '지옥철'로 유명한 9호선의 2021년 기준 평균 혼잡도는 185%였다. 하지만 2량에 불과한 우이신설선 객차와 협소한 승강장 규모를 감안하면 혼잡도와 복잡함이 출퇴근 시간대에 혼잡하기로 악명 높은 9호선에 뒤지지 않았다.

    우이신설선은 혼잡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출근 시간대에 차량을 집중 배치해 배차 간격이 2분에서 3분 정도로 짧았지만 혼잡은 여전하다.  

    한 안전관리 요원은 "우리 노선은 짧은 정차 시간 내에 하차하려는 사람과 무리하게 탑승하려는 사람이 얽히면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단순한 증차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악순환을 반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우이신설선의 모든 승강장이 2량의 열차 크기에 맞춰져 있어 확장이 불가능한 것도 문제다. 운행 속도와 지연 사고를 고려하면 추가 증차도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우이신설선은 무인열차로 운행되고 심지어 역무원이 없는 역사도 있다. 혼잡 시간대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는 있으나 나머지 시간대에 무인 역사에서 사고가 날 경우 초동 대처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우이신설선의 차량 폭은 2.65m로 3.12m인 다른 서울 지하철에 크게 못 미쳐 체감 혼잡도는 훨씬 높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와 중장기적인 단계별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이신설선과 지하철 1호선 방학역을 잇는 연장선 건설사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신림선도 출근 시간대에 혼잡하기는 마찬가지. 이은재 인턴기자신림선도 출근 시간대에 혼잡하기는 마찬가지. 이은재 인턴기자
    2022년 운행을 시작한 또 다른 경전철 신림선의 사정은 좀 나은 편이다.

    여의도 샛강역에서 관악산역을 연결하는 경전철 신림선은 서울 도시철도 중 열차 크기가 가장 작아 수용 인원이 160명에 불과하다. 지하철 4개 노선으로 환승할 수 있도록 설계된 덕분에 우이신설선보다 인원이 분산됐지만, 전체 11개 역 중 9개 역의 출근길 평균 혼잡도가 100%를 넘는다.

    5일 오전 8시. 2호선과 만나는 경전철 신림선 신림역 승강장으로 승객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3량짜리 열차 칸에 맞춰 출입문은 6개 뿐인데 출입문 앞마다 20명씩, 모두 100명 넘는 인원이 승강장을 가득 채웠다. 서원역을 거쳐 신림역에 들어온 열차는 이미 만원이었지만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출근을 위해 서둘러 탑승을 시도했다.

    신림선은 유독 급곡선 구간이 많아 일반 지하철보다 더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 만원 상태에서는 몸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신체 접촉 논란까지 발생할 수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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