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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발달 장애인 바리스타, 우체국 카페엔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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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반

    [르포]발달 장애인 바리스타, 우체국 카페엔 ○○가 있다

    핵심요약

    발달장애인이 만드는 커피…부천 우체국 카페 'I got everything'
    '고급 원두' 사용 아메리카노 2800원…지역 주민과 소통창구 역할도
    우체국 공익재단, 임대료 등 지원…현재까지 발달장애인 10명 고용

     경기 부천 우체국 내 위치한 'I got everything' 카페. 이정주 기자경기 부천 우체국 내 위치한 'I got everything' 카페. 이정주 기자
    경기도 부천 우체국 건물 안에 있는 'I got everything' 카페에서 지난 23일 만난 손님 A씨(60대)는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인데, 여기 커피는 특히 질이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A씨의 일행인 B씨(60대)도 "커피가 우리나라에서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대체로 가격이 비싸졌는데 여기는 저렴하면서도 아주 맛있다"고 거들었다.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났을 때라 손님이 북적이진 않았지만 3~4인용 테이블 10여개가 마련된 카페엔 간헐적으로 두 세명씩 사람들이 몰려왔다. 부천 우체국 업무 공간과 유리문 하나를 사이를 두고 위치한 이 카페엔 '맛있는 커피' 외에도 특별한 게 하나 더 있다.

    우체국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1월부터 운영 중인 이 카페에는 발달 장애인 2명이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일반 장애인에 비해 2배 이상 취업이 더 어려운 발달 장애인들의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우체국이 연간 임차료 6천만원과 함께 공사비용을 지원했다.

    여기에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커피 머신 등 운영 장비와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이 카페는 길거리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았다. 우체국 업무 공간과 바로 맞닿아 있어 우편, 택배 등 우체국을 이용하기 위한 시민들이 이 곳을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카페에서 요거트를 주문한 손님 C씨(30대)는 "우체국 업무를 보러 왔다가 옆에 카페가 있길래 궁금해서 와봤다"며 "발달 장애인 분들을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데, 만나보니 친절하게 잘 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커피 맛 비결은 '고급 원두'…품질 관리가 경쟁력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언급한 것처럼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커피에는 비결이 있었다. 아메리카노 1잔이 2800원에 불과하지만, 민영 카페들의 중저가 커피와 달리 이 곳에선 '고급 원두'를 사용한다고 했다.

    사업수행 기관 더블루 대표인 이기학 한국장애인복지연구소 소장은 "민영 경쟁 업체들에서 중저가 음료를 많이 팔다보니 우리가 2800원에 팔아도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며 "그래서 중저가 제품에는 쓰지 않는 고급 원두를 사용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카페에서 사용하는 원두인 '밸런스 브라운'은 생두와 프로파일 등 로스팅을 동일하게 적용해 표준화시켰다.

    원두커피 전문기업으로부터 개발된 원두 로스팅 기술을 이전 받아 지정된 로스터리 전문 장애인 보호 작업장에서 생산(HACCP 인증)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커피감별사 지원을 통해 지속적인 품질관리도 하고 있다고 한다.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는 1잔에 2800원,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3300원, 기타 음료들도 4000원 안팎에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 차별화 전략을 위해 마련됐다는 '오늘의 커피'는 1잔에 1500원이었다.

    20대 발달 장애인 김종범씨…"속도 느려도 이해해주는 손님들, 힘 난다"


    발달 장애인 김종범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고 있다. 이정주 기자발달 장애인 김종범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고 있다. 이정주 기자
    만 19세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이후 다른 민영 카페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이 곳에서 근무 중인 발달 장애인 김종범씨(25세)는 "이용하는 분들이 저희가 속도가 느리더라도 차분하게 기다려주고 이해해주셔서 힘이 된다"며 "여기에선 음료 제조와 손님 응대까지 모든 걸 다 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을 주문하자, 김씨는 커피 머신을 작동 시킨 후 얼음과 컵을 준비하는 등 능숙한 솜씨로 커피 한잔을 불과 3분 안에 완성했다. 우체국의 지원을 받아 발달 장애인을 고용해 운영하는 곳은 부천 우체국을 포함해 전국에 총 4곳이다.

    이들 카페들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I got everything'라는 브랜드를 사용한다. 발달 장애인 근무 현황을 보면, 지난해 11월 문을 연 남대구 우체국에는 2명, 지난해 12월 개소한 인천남동 우체국엔 4명, 올해 1월 시작한 대전둔산과 부천 우체국에는 각각 2명이 근무 중이다.

    운영 방법은 카페마다 사업수행기관을 선정해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다. 카페의 입지 선정도 까다롭다. 우체국 직원과 방문객 등 상주인구가 1000명 이상, 접근성이 높은 1층에 있으며 대중교통 이용이 수월한지 검토한다. 또 매일 평균 지역 내 유동인구 등도 주요 고려 사항이다.

    지속가능성 확보 관건…우체국 공익재단, 장애인 일자리 등 확대  


    경기 부천 우체국 내 위치한 'I got everything' 카페. 이정주 기자경기 부천 우체국 내 위치한 'I got everything' 카페. 이정주 기자
    궁극적으로는 발달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취지로, 이들이 근무하는 카페가 적정 수익을 내면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최대 목표다. 실제로 29세 미만 장애인 약 19만명 중 약 63%(12만명)이 발달 장애인이다. 그럼에도 장애인 전체 취업률(35%)에 비해 발달장애인 취업률은 24%에 불과한 실정이다.

    발달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특수 상황 등을 고려해 이들 카페는 평일 근무 주 5일로 운영된다. 카페 수요가 주말에 몰려있단 점을 고려하면 주 7일 운영 중인 민영 카페와 경쟁하기 힘든 구조지만, 가성비라는 장점을 살려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소장은 "아무래도 가장 큰 애로사항은 매출"이라며 "민간 기업이 진행한 카페의 블라인드 입찰 경쟁에서 우리가 커피 맛에서 경쟁사들을 이기고 선택됐을 정도로 질이 좋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나 쿠키들도 모두 장애인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사업은 100명 이상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체국공익재단은 약 100억원 이상 재원을 확보해 장애인 공익사업 4건을 포함해 모두 14건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장애인들에게 물품 제공 등 일시적 도움보다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게 더 가치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해 확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직접 카페를 방문한 박종석 우체국공익재단 이사장은 "장애인들에게 카페에서 일하는 것은 경제적 자립 이외에도 지역 주민들과 소통의 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전국 어디든 시민들 가까이에 있는 우체국이 공익 사업을 더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체국은 오는 7월 장애인 휠체어 농구대회 개최와 함께 올해 안에 장애가정 아동성장 멘토링 사업, 저소득 장애인 암보험 지원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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