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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그걸 변명이라고"…강서구 전세사기 공범들의 폭탄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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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B컷]"그걸 변명이라고"…강서구 전세사기 공범들의 폭탄돌리기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사회적 재난이 된 전세사기 사태. 정부가 10개월간 합동 특별 단속으로 검거한 전세사기 사범은 2895명에 달합니다. 전세사기 피해 금액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어디였을까요? 서울 강서구였습니다.

    오늘 '법정B컷'이 전해드릴 법정 이야기도 서울 강서구에서 벌어진 전세사기 사건입니다. 약 두 달 전에 한 번 전해드렸던 이야기이기도 하죠. 서울중앙지법에서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인 '강서구 빌라왕' 재판은 이제 7월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이 재판에서 공범 관계인 신모씨와 김모씨는 여느 피고인들처럼 법정에서 서로를 헐뜯고 있습니다. 범행 당시엔 한 배를 탔던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형량을 줄이려는 그들의 볼썽사나운 몸부림이 펼쳐진 그날의 법정으로 가보겠습니다.

    "명의만 빌려줬지 이럴 줄 알았나"… 그들의 폭탄 돌리기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전세사기 사태를 일으킨 핵심 피고인 두 명이 나란히 법정에 섰습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운영한 신씨, 그리고 그에게 명의를 빌려줘 빌라 수백채를 챙긴 김씨였습니다. 이들이 2019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챙긴 빌라만 457채에 달합니다. 확인된 피해 금액만 80억 원이 넘습니다.

    부동산컨설팅 업체를 운영한 신씨는 지인 김씨 명의로 수백 채의 빌라를 사들입니다. 빌라 소유주들에게 빌라를 대신 팔아주겠다고 접근합니다. 시세가 잘 드러나지 않는 빌라의 특성을 이용해 빌라 매매가와 전세가를 동일하게 설정합니다.

    전세세입자가 구해지면 그들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김씨 명의로 빌라를 사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신씨와 김씨는 자신들의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빌라를 샀고, 오히려 리베이트를 챙겼습니다.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은 공중분해됐고요.

    신씨와 손발이 착착 맞아떨어져 400채가 넘는 빌라를 보유한 김씨는 7일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합니다. 자신은 명의만 빌려줬다는 겁니다.

    2023.6.7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김씨 "신씨가 빌라 관련해서 분양 사업을 하는데, 등기를 쳐야 하는데 자기 와이프 앞으로도 몇 개 했지만 신용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한테 신용도에 문제가 없느냐고 물어봤고, 그래서 제가 특별히 문제는 없는데 좋은 편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제가 그때 투자할 여력은 없어서 돈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문제가 없다면 도와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후에 제가 몇 가지를 체크하고 오케이했습니다. 명의를 제공하고 법적 문제가 없도록 해보자고 했습니다"

    검사 "증인(김씨)은 경찰 조사에서 매입 방식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는데 맞습니까?"

    김씨 "네"

    검사 "증인은 2020년 중반에서야 등기부등본 등 부동산 관련 서류를 보고서 무자본 갭투자, 즉 빌라를 매수할 때 자기자본 투자가 안 되는 방식으로 매입하고 있는 사정을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이 맞나요?"

    김씨 "네. (중략) 사실은 제가 사업 구조나 자금 흐름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일절 안 물어본 상태에서 제공했습니다"


    결국 신씨 부탁으로 자기는 방식도 모른 채 명의만 제공했을 뿐이라는 것이 김씨 주장입니다. 그러던 중 보유하게 된 빌라에 부과된 세금 등을 내지 못하면서 2020년부터 압류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그제서야 이번 일을 알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2023.6.7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김씨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알았고요. 그전에는 이렇게 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검사 "동시진행 자체를 몰랐다고요?"

    김씨 "제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물어보는 것 자체도 제 기준에선 월권이라고 생각해서 안 물었습니다"

    검사 "그런데 신씨의 신용도가 안 좋아서, 증인이 명의를 빌려준 것인데 아무런 대가를 받은 게 없어요? 아무런 대가 약속이 없었어요?"

    김씨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검사 "증인이 빌라 명의자가 되면 임대차 보증금 반환 의무자가 되잖아요. 위험 부담을 얻는 것인데 아무 대가가 없었어요?"

    김씨 "제가 사실 이 자리에 있는 게 그것 때문인데요.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고요. 2~3년 후 상황을 생각 못하고 단순하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나는 모른다'는 김씨의 주장에 신씨 측은 발끈했습니다. 진흙탕 싸움의 서막이 오른 순간입니다.

    신씨 측은 김씨가 수백 채의 빌라에 대해서 근저당권을 설정한 부분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애초 빌라를 담보로 돈을 빌릴 목적으로 이번 일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이에 김씨는 돈을 빌리려고 근저당을 설정한 것이 아니라, 신씨가 부탁해 자신이 보유하게 된 빌라들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인해 가압류 문제가 발생하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2023.6.7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신씨 측 변호인 "증인(김씨)이 전세 세입자로 전세 계약한다면 근저당, 가압류가 있으면 전세 계약이 됩니까? 증인 명의로 된 480채 중 50%가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요"

    김씨 "그건 이후의 문제입니다"

    신씨 측 "2년 사이에 증인 소유 빌라의 50%가 근저당 설정이 돼 있어요. 문제 없는 게 아니잖아요"

    김씨 "근저당이 들어와도 보증보험으로 (세입자는) 문제가 없어요. 근저당 대부분은 제가 돈을 빌리면서 설정한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가압류 등)가 생겨서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매매와 소유권을 넘기려고 설정한 것인데 진행은 안 됐습니다"

    신씨 측 "증인 입장은 명의만 빌려준 것이지 저렇게 된 줄 몰랐다는 것이죠? (그런데) 증인이 직접 일부 부동산은 계약을 했어요"

    김씨 "전혀 없다고요"

    신씨 측 "A빌라 전세계약 관련해서 세입자와 중개인, 매도인 모두 증인이 와서 계약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씨 "그 부분은 제가 설명을 좀…"

    재판부 "한 적 있습니까? 그것만 말하세요"

    김씨 "제가 주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제가 꼭 가야 할 상황이 생기면 신씨가 저에게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신씨 측은 계속해 김씨가 애초 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2023.6.7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신씨 측 "세입자가 보낸 문자입니다. 전세 계약 연장하지 않겠다고 문자를 주고받았어요. 증인이 빌라 수백 채를 보유하고 있을 때죠?"

    김씨 "네"

    신씨 측 "문자가 '303호 세입자'로 저장돼 있는데 누군지 알았어요? 당시 증인 명의 빌라가 수백 채인데요?"

    김씨 "세입자인 것만 알죠"

    신씨 측 "보통 저러면 어느 빌라 303호인지 물어보겠죠?"

    김씨 "제가 다 기억을 못 해서 세입자인 것만 알고 답장한 것 같습니다"

    신씨 측 "아니 저게 무슨 계약건인 줄 알고 답변을 합니까? 거짓이잖아요? 어디 빌라인지도, 누구인지도 모르는데요" 

    (중략)

    신씨 측 "돈을 받고 근저당권 설정했죠?"

    김씨 "네"

    신씨 측 "왜 물어봤냐면 증인은 신씨에게 명의만 빌려줬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사실상 처음부터 빌라를 소유한 뒤에 기존 거래처에 담보로 제공해서 돈 빌리려고 한 것 아니에요? 그렇게 수사도 받았잖아요"

    김씨 "전혀 아니고요. 나중에 종부세 세금 체납, 압류되면서 제가 해결하려는 상황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대부분 그렇게 설정한 겁니다"


    그들은 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있었나

    강서구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뉴스강서구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뉴스
    신씨와 김씨의 재판 전략은 명확합니다. 상대방에게 책임을 더 떠넘겨 자신의 형량을 줄이는 것이죠. 그래서 김씨는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다', 신씨는 '김씨의 잘못이 더 크다'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기 혐의의 구성요건 중 핵심은 '상대방을 기망하려는, 즉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느냐'입니다. 이번 재판에선 수백 채의 빌라를 사들인 이들이 추후에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막대한 전세보증금을 변제해 줄 자력(경제력) 여부를 확인한 적이 있는지도 중요한 부분으로 꼽힙니다.

    2023.6.7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재판부 "어쨌든 소유권을 이전받으면 임차인에 대한 의무는 증인이 되는 것은 알았죠?

    김씨 "네"

    재판부 "그 상황에서 신씨가 증인의 자산이 얼마나 되고, (전세보증금) 반환과 관련해서 합의를 한 적은 있습니까?"

    김씨 "없습니다"

    재판부 "자력에 대해 증인이 확인해 준 적은 있습니까?"

    김씨 "그런 부분은 제가 별도로 보증금을 반환하는 조건이 아니라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겁니다"

    재판부 "왜 증인이 조건이 아닙니까?

    김씨 "(기존 세입자가 나가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한다고 했고, 보증보험 가입도 100%라고 신씨가 말했습니다"

    재판부 "이것 보세요. 증인. 증인은 주택 소유권도 취득하지만 보증금도 취득합니다. 채무도 부담하는 상황에서 이득을 보는지 전혀 생각도 없이 명의만 이어받았다고요? 몇백 채를 받으면서 한 번도 생각 안 해봤습니까?"

    김씨 "제 잘못된… 너무 쉽게 생각했습니다"

    재판부 "그게 쉽게 생각하는 문제입니까? 소유권을 이전받으면 종전에 있던 매도인, 임대인은 채무 면한다는 사실을 알죠? 오로지 증인이 채무를 부담한다는 것을요"

    김씨 "변명하려는 것이 아니고요"

    재판부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만 답하세요"

    김씨 "네. 매수자가 다 승계합니다"

    (중략)

    재판부 "증인은 사업을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제가 보기엔 증인 사업도 가압류가 들어온 것을 보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상황은 아니고 차용할 상황인 것 같은데요?"

    김씨 "네. 돈이 들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재판부 "신씨에게 이를 얘기했거나, 그런 상황에 대해서 신씨가 질문한 적이 있나요?"

    김씨 "전혀 없습니다"

    재판부 "증인의 자력 관련해서 신씨가 물어본 적도, 증인이 말한 적도 없다. 맞습니까?"

    김씨 "네"


    제가 느끼기에 일단 이들은 세입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능력은 없어 보였습니다. 서울 소재 수백 채의 빌라, 전세보증금을 1억 원씩만 잡아도 수백억 원에 달하는 돈이죠.

    그런데 김씨는 돌려줄 방법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보증보험으로 해결해 주면 된다는 겁니다. 그의 황당한 답변을 듣자 재판부는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느냐'라며 강하게 질타합니다.

    2023.6.7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재판부 "증인은 명의만 빌려줬다고 하는데 임차보증금은 증인이 다 부담한다는 것은 알았습니까?"

    김씨 "원칙적으로 알지만, (신씨가) 보증보험에 다 가입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 "보증보험은 담보입니다"

    김씨 "잘 안 됐을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그런 말씀을 드린 겁니다. 당연히 보증보험 청구가 되면 안 되겠죠. 세입자 교체가 되면 문제가 없는데…"

    재판부 "이것 보세요. 증인이 책임질 생각이 없다는 것이잖아요. 최종적으로 증인 아니면 신씨의 책임인데, 그것을 보증보험에 넘기는 게 맞습니까?"

    김씨 "넘긴다는 것이 아니라…"

    재판부 "지금 넘긴다는 거잖아요"

    김씨 "최악의 경우는 우선 세입자 보증금을 반환해주고요…"

    재판부 "무슨 돈으로 합니까?"

    김씨 "보증보험에서 최악의 경우에…"

    재판부 "그전에는요?"

    김씨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서"

    재판부 "그건 채무 돌리기잖아요" (중략) 증인, 사기 피해자가 보증보험에서 받을 것이니깐 사기를 쳐도 된다고 하는 겁니까? 그걸 변명이라고 합니까?"


    김씨 "…"

    재판부 "증인 소유 빌라가 한두 채라고 하면 그 말을 믿겠어요. 몇 채라면 제 입장에서도 믿겠다고요"

    김씨 "죄송합니다"

    재판부 "몇백 채를 들고 있는데 그 말을 믿겠습니까? 부동산 한 건 하면서 보증보험 얘기를 하면 알겠는데" (중략)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이야기가 이상해지는데… 1~2건도 아니고 수백 건에서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죠. 제 입장에선 몇 천만 원 날아가도 힘듭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전재산이에요. 근데 그것을 보증보험이 해결해줄 것으로 알았다고요? 적어도 두 사람이 자력이 없는데도 임대차한 것이 문제죠"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검찰은 이날 신씨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했습니다. 따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씨에 대해선 공판이 더 이어질 예정입니다.

    징역 13년이 구형되자 신씨 측은 "죄송하다"면서도 "다만 일부 계약에선 동시진행 방식 등을 세입자에게 고지한 바 있다. 피고인 행위 중 기망행위가 없는 부분은 판단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입을 꾹 닫고 있던 신씨도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 수사를 받으며 '부동산이 오를 줄 알았다', '김씨의 자력이 충분할 줄 알았다', '당시 갭투자는 관행이었다'라고 진술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 죄가 될 줄도 몰랐다. 하지만 현실을 일부러 외면했던 것 같다. 너무나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두렵지만 제가 받아야 할 벌이란 것을 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도 죄인 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떠신가요? 신씨에 대한 1심 선고는 7월 14일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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