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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폭우' 1년…차수막 설치·지상층 유도? '효과 미미'[정다운의 뉴스톡]



사건/사고

    '살인 폭우' 1년…차수막 설치·지상층 유도? '효과 미미'[정다운의 뉴스톡]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대담 : 김정록 기자


    [앵커]
    지난해 8월, 그야말로 '살인 폭우' 기억하시죠. 당시 집중호우 기간에 서울에서만 7명이 사망했습니다. 장마를 앞두고, 대비는 잘 되고 있는지, 당시 사고가 났던 지역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그때 현장을 취재했던 김정록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김 기자!

    [기자]
    네.

    [앵커]
    지난해 폭우 피해를 크게 입었던 반지하 주택가를 직접 다녀왔다고요.

    [기자]
    네 저희 취재진이 지난해 폭우로 인명사고까지 났던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 반지하 주택, 그 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지난해 8월 동작구 상도동 성대전통시장 근처 한 반지하 주택이 폭우로 물에 잠겨 안에 있던 40대 여성이 숨졌는데요.

    당시 시장은 물론이고 마트부터 스타벅스, 다이소 같은 대형매장까지 물이 들어차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악몽 같았다고 손사레를 쳤습니다.

    성대시장 인근에서 15년 동안 세탁소를 운영한 A씹니다.

    [인서트]
    "하모 밑에 다 젖어서 난리가 나부렀어. 손님들 옷도 다 그렇게 돼버리고 어떻게 다 물어줘야지"

    1년이 좀 안된 지금 다시 방문했는데, 사고가 났던 곳 주변 주택들 문앞에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철판인 차수막이 설치돼 있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제 여름이 시작됐고 밤새 경기 북부와 서울 강북에 비가 많이 내렸잖아요. 이 차수막은 충분히 설치됐나요?

    [기자]
    수요에 비해선 아직 한참 부족한 수준입니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물량이 부족할 지경이라 아직도 설치가 안 된 곳이 많습니다.

    서울시에서 올해 차수막 등 침수방지시설이 필요한 가구가 약 2만 8천 가구라고 조사했는데요. 이중에 겨우 20%, 약 5500가구만 설치를 마쳤습니다.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인서트:서울시]
    "남아있는게 한 2만 3천가구 정도 돼요. 이제 그걸 어떻게든 간에 저희가 이제 6월 말까지 장마 시작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설치를 하려고 하고"

    지난해 인명사고가 났던 동작구 반지하 주택 인근에 차수막이 설치됐다. 김정록 기자지난해 인명사고가 났던 동작구 반지하 주택 인근에 차수막이 설치됐다. 김정록 기자
    [앵커]
    아니 1년 동안 20%만 설치했다면, 당장 올해 장마철까지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차수막을 제때 설치하긴 어려울 텐데요. 이유가 있나요?

    [기자]
    서울시도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합니다.

    반지하에 사는 세입자가 설치를 원한다고 해도, 반지하 주택들이 사유지인만큼 결국 집주인이 동의를 해줘야 하는데요.

    집주인으로서는 차수판이 있으면 '내 집이 폭우 위험 지역이다'라고 광고하는 꼴이라며 집값이 떨어질까 싶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앵커]
    말씀대로 차수막 설치 자체도 쉽지 않은데요. 어느 정도 비가 오면 차수막이 막을 수 있지만, 정말 큰 폭우가 내리면 차수막을 넘쳐서 비가 올 수도 있잖아요.

    [기자]
    네 저희가 만나본 주민들도 차수막만으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실제 지난해 비가 올 때 차수막을 설치했던 주민도 있었는데, 물이 다 타고 넘어와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차수막을 쓰기보다 모래주머니를 쌓아두는 것이 낫다고 했습니다.

    주민들 목소리 들어보시죠.
    [박스팝]
    "무용지물이다. 어차피 물 다 넘어서 들어온다. 차수막 있었는데 작년에 물 들어왔다."
    "차수막 잘 안쓰고 그냥 모래주머니만 쟁여놓는다"

    다만 주민들은 다른 뾰족한 해결책도 없으니 차수막이라도 있으면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겠냐며 구청에 앞다투어 설치해달라고 호소하는 실정입니다.

    [앵커]
    기억을 돌이켜보면, 지난해 사고가 났을 때 윤석열 대통령도 현장에 방문하고, 여러 대책들도 나왔잖아요. 제일 기억에 남는 게 정부가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서울시가 서울주택도시공사, SH를 통해 서울 반지하 주택을 매입하고, 거기 살던 반지하 거주자들은 지상층으로 유도하겠다는 대책이었는데요.

    지금 실적을 보면 올해 목표치 3450호 가운데 겨우 2.8%인 98호만 매입을 완료했습니다.

    부동산 업계를 취재해보면, 이 경우에도 집주인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해요.

    해당 건물이 여러 집주인이 있는 다세대 주택이면 집주인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지상층 주인들은 동의할 이유가 없고요.

    다가구 주택이라도 일반적으로 시세보다 낮은 공시지가에 집을 넘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난해 인명사고가 났던 관악구 반지하 주택. 김정록 기자지난해 인명사고가 났던 관악구 반지하 주택. 김정록 기자
    [앵커]
    반지하에서 지상층으로 이사 가면 보증금도 지원하겠다고 했거든요. 이건 성과를 거뒀습니까?

    [기자]
    네, 반지하 거주자가 지상층 전세 계약을 할때 연 2% 저리로 보증금 최대 1억 3천만 원을 지원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전세 지원제도인데요.

    역시 효과가 없다는 분위기에요.

    지금 약 13평짜리 지상층 집의 평균 전세 보증금이 2억 원 정도 됩니다.

    그럼 남은 보증금 7천만 원을 구해야하는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반지하 거주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거죠.

    또 반지하 거주자가 지상층으로 옮기면 2년 동안 월세 20만 원을 보조하는 바우처도 제공하는데, 서울에 있는 침수 우려 가구 중 3.4%만 사용했어요.

    이 경우에도 2년 지원이 끊이면 비싼 월세를 낼 길이 막막해 다시 값싼 반지하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앵커]
    결국 아무리 폭우 피해가 컸던 지역의 반지하라도 다시 사람들이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기자]
    네, 지상층에서 살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시 이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실제 물난리가 났을 당시에는 반지하 매물을 원하는 사람들이 확 줄었는데 얼마 안 있어 다시 회복했다고 합니다.

    신림동 공인중개사 윤경화씹니다.
    [인서트:윤경화]
    "지하 초기에는 난리나고 그러고 나서… 싼 것 찾아서는 와요. 오늘도 300에 30…관리비까지 35만원 찾으시는 분이 왔다 가셨어"

    [앵커]
    올 여름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측되는데, 관련 대비가 시급하겠네요. 지금까지 사회부 김정록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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