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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간호법에 정치적, 이념적 프레임 씌우는 무리 누구인가?

    윤원숙 대한간호협회 이사윤원숙 대한간호협회 이사간호법은 어느 날 갑자기 발의되고, 논의되었던 법안이 아니다. 현행 의료법이 1951년 국민의료법으로 통합, 제정된 이래 인구의 증가, 고령화 등 보건의료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보건의료 인력의 질적, 양적인 변화 속에서도 지난 70여 년간 변화, 개선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급증하는 국민의 의료 요구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이유가 된다.

    의사와 의료기관 운영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으로는 확장, 폭증하고 있는 간호·돌봄의 업무를 포괄할 수 없어 2005년 국회에서 처음 간호법이 발의되었고, 2019년에 이어 2021년 3월에 세 번째로 간호법이 발의되었다.

    그만큼 숙의되고, 문제를 공유할 충분한 시간을 거쳐 이제 드디어 대통령 공포만을 기다렸지만, 입법 독주법, 의료체계 붕괴법, 차별법이라는 명목의 정치적, 계급적 프레임을 씌워 거부권이 행사되었다. 이러한 오명의 한가운데에서 '간호법의 진실'은 어디 가고, 간호법과는 그 어떤 관계도 없는 정치적 공방, 이념적 프레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간호법의 진실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낡은 의료법의 법적 체계가 미비함 속에서 열악하고,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일하고 있는 간호사의 업무, 권리와 책임을 명확하게 하여 간호사를 보호하고, 환자의 안전하고 수준 높은 간호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의사 부족으로 간호사를 비롯한 직역 간 업무가 법적인 범위를 넘어 불법적으로 전가되고 있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직역 간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주요인이 되어 왔으며, 이미 수년간에 걸쳐 논란이 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의대 정원은 17년째 증원 없이 유지되고 있다. 간호법 거부권이 행사된 이후 대한간호협회에서 간호사에게 불법적으로 지시되는 업무에 대한 신고센터를 운영한 지 5일 만에 1만2천여 건의 신고가 접수되는 등 무수하게 드러난 불법적, 관행적인 의료현장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의료체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간호법이 거부된 다음 날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일 먼저 의료기관에서 법적인 뒷받침 없이 불법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진료보조(PA, 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을 만나 처우 개선을 약속하며 불법적 업무를 계속해 달라고 하는 장면은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여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간호업무만 하겠다는 간호법을 거부하고, PA 간호사들을 만나 불법적 의료행위를 종용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2018년 보건복지부는 간호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대책을 발표하였지만, 한낮 미봉책에 그치고 말았다는 평가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는 법적 구속력 없이 이루어지는 정책의 남발은 상황을 개선, 발전시킬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간호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이행되면서 지역사회에서 노인의 간호·돌봄 체계 구축이 보건 이슈의 핵심이 되고 있으며, 그것이 간호법에 '지역사회' 문구를 넣은 이유이다.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후폭풍 속에서 여러 보건의료 전문가와 비평가들이 공통으로 지역사회에서의 간호·돌봄 체계의 미비를 지적하고 있으며, 시급히 구축해야 할 보건의료의 과제로 보고 있다. 의사와 보건의료 당국이 낡은 의료법을 고수하며, 의료기관 내에서의 의료서비스만을 치중한다면 지역사회의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간호법은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의료인으로서 적법한 활동을 하며 간호·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간호법이 정치적 정쟁 도구가 될 만한 부분이 어디에 있으며, 이념적 갈등을 가져올 내용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간호법의 진실, 진심을 안다면 더 이상 정치적 정쟁의 도구, 이념적 프레임을 씌워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 보장을 위한 보건 의료체계의 바람직한 변화의 단초를 말살하지 않기를 바란다.

    ※본 기고/칼럼은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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