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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철거냐 재생이냐…세운상가의 운명은?



서울

    [딥뉴스]철거냐 재생이냐…세운상가의 운명은?

    세운상가 전경. 양 옆으로 공중보행로가 설치돼 있다. 장규석 기자 세운상가 전경. 양 옆으로 공중보행로가 설치돼 있다. 장규석 기자
    세운상가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세운상가를 포함한 이른바 '세운지구'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운상가를 허물고 그 자리에 녹지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종묘에서부터 남산까지, 그리고 용산공원과 한강까지 이어지는 서울의 녹지축을 조성하겠다는 오 시장의 구상이 이뤄지려면, 가장 먼저 세운상가에서 대림·청계상가-삼풍상가-PJ호텔-신성·진양상가로 연결되는 1km 가량의 건축물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

    세운상가 공중보행교 위에서 종묘가 일부 보인다. 세운상가를 철거하면 북악산에서 종묘, 남산에 이르는 전경이 확보된다는 것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구상이다. 장규석 기자세운상가 공중보행교 위에서 종묘가 일부 보인다. 세운상가를 철거하면 북악산에서 종묘, 남산에 이르는 전경이 확보된다는 것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구상이다. 장규석 기자
    세운상가를 허물어 종묘에서 남산까지 선형 공원을 조성하고 탁트인 경관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은 오세훈 시장이 과거 임기 때도 '세운녹지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바 있다. 실제로 종묘 바로 잎에 있던 현대상가는 지난 2009년 철거돼 광장으로 조성되기도 했다.

    문제는 철거비용과 이주문제였다. 서울 도심의 금싸라기 땅인 거대한 세운상가군을 매입해 철거하고, 기존에 있던 상인들을 이주시키는데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세운상가군 좌우측의 땅을 8개 지구로 나누고 이곳을 재개발하는 사업자에게 용적률을 대폭 높여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매입과 철거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는 방안을 내놨다.

    "종묘, 세계유산목록에서 삭제될 수도"


    그러나 이런 구상은 문화재청 등의 반대에 부닥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고층 빌딩이 들어서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해칠 경우 세계유산목록에서 삭제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이후, 세운4지구의 최고 높이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치면서 계속 낮아졌다.

    SH공사가 주도하는 세운4지구(종묘에서 바라보는 바로 왼쪽 지역)의 경우, 지난 2006년 서울시가 개발가능한 건물의 최고 높이를 122.3m까지 높였지만 6차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8년여의 기간 동안 71.9m로 낮아졌다.  그만큼 사업성은 떨어졌고 공사는 지지부진해졌다.

    그러던 와중에 오세훈 당시 시장이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하고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세운상가군은 '존치' 쪽으로 방향이 180도 뒤바뀌었다.

    세운상가군을 양 옆으로 가로지르는 공중보행로. 장규석 기자 세운상가군을 양 옆으로 가로지르는 공중보행로. 장규석 기자
    세운상가군을 연결하는 공중보행로를 설치해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되살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세운상가군 양 옆으로 8개 지구로 나눠졌던 세운지구도 세운상가 매입이 불필요해지면서 171개 정비구역으로 쪼개졌다.

    철거-재생-철거, 돌고도는 세운상가 


    1천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공중보행로는 2021년 8월에 완공됐지만, 이번에는 서울시장으로 복귀한 오세훈 시장이 다시 세운상가 철거 계획을 들고 나왔다.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11월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 종로2가와 청계천을 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는 틈 날 때마다 '사업이 그대로 진행됐으면 서울의 모습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박 전 시장이 진행한 세운상가 재생사업에 큰 불만을 표시했다. 공중보행로는 "개발을 가로막는 대못"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세운상가를 직접 찾아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했다. 세운지구 개발에 나서는 주체가 세운상가군을 매입하도록 해 이를 철거하고, 대신 용적률을 높여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과거의 구상이 그대로 재활용됐다.

    서울시 제공서울시 제공
    용적률 상향 이야기가 나오자 곧바로 세계유산인 종묘가 해결 1순위 과제로 떠올랐다. 2009년의 재연인 셈이다. 이번에는 오 시장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문화재보호조례를 개정해 높이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최근 문화재청과 서울시 사이에 실무적으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도 지난 12일 최응천 문화재청장을 만나 문화재 주변 건축높이 규제를 완화하자는 건의를 전달했다.

    "문화재 더 돋보일 것" vs "신중검토 필요"


    오 시장은 지난 24일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한 자리에서 "종묘 앞에 50~70m폭의 남산까지 연결되는 녹지가 완성되면 문화재가 굉장히 돋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장께도 앞에 높은 건물만 안 짓는다고 문화재가 돋보이는게 아니라 오히려 (선형공원을 만들어) 돋보이게 하고 양쪽 측면에 높이를 좀 높이면 돈 안들이고 녹색 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설명을 드렸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청에서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청에서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하지만 세운지구 개발의 키를 쥔 문화재청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23일 설명자료를 통해 "높이기준 완화에 대해 서울시로부터 공식적인 협의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세운지구 건축높이 완화는 세계유산 종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면서 "향후 세운지구 재정비촉진계획에 대한 변경 사항이 발생할 경우, 서울시와 긴밀하게 소통해 세계유산 종묘에 미칠 영향 등을 문화재위원회와 논의하고, 필요시 유네스코에서 권고하고 있는 유산영향평가(HIA)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종묘 외대문에서 바라본 세운상가 지역. 이미 양 옆으로 고층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장규석 기자종묘 외대문에서 바라본 세운상가 지역. 이미 양 옆으로 고층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장규석 기자
    지난 2009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넘지 못한 '세운녹지축' 계획이 '녹지생태도심 재창조'로 이름을 바꿔달았지만  이번에도 그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이와함께 세운상가 임대 상인들의 이전 문제와 함께 세운상가 일대에 형성된 전자, 인쇄 등 제조업 생태계를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앞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다.

    세운상가 내부. 업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장규석 기자 세운상가 내부. 업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장규석 기자
    일례로 지난 16일에는 서울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이 토론회를 열고 세운지구 재정비사업추진 계획과 관련해 인쇄생태계 육성보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세운상가와 인근 지역 업체·상인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잘게 쪼개진 세운지구 정비구역들을 다시 합쳐 사업성을 높이는 작업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 지역은 이미 오피스텔이나 생활숙박시설 등으로 준공까지 마친 상태다. 이미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지역까지 감안해 새로운 개발계획을 재구성하는 작업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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