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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나를 잊지말아 달라'는 물망초(勿忘草) 전직 대통령



칼럼

    [칼럼]'나를 잊지말아 달라'는 물망초(勿忘草) 전직 대통령

    유일한 사법적 자유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언행 불일치
    강성 팬덤정치의 원조 "누가 누구를 비판하나?"
    "상왕정치" "양산대원군" 자초하는 공개 행보
    이명박·박근혜 잇따르는 공개 행보에 불편한 시선
    '물망초'를 넘어 사실상 퇴임 뒤 정치행보
    찬양만 받지 못하는 이들, '제발 좀 조용히 다니셨으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가 10일 양산 평산마을에 문을 연 평산책방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가 10일 양산 평산마을에 문을 연 평산책방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에는 지금 전직 대통령 3명이 생존해 있다. 퇴임한 대통령의 동정이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는 드물다.
     
    재임시 부정, 비리와 관련돼 검찰수사를 받을 때 보도가 집중됐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랬다. 한국정치의 어두운 그림자다.
     
    문재인 대통령만이 사법의 영역에서 벗어나 전직 대통령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들은 퇴임할 때 한결같이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잊혀진 인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랬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하기 2년 전인 2020년 신년 회견에서 "대통령 업무에 전력을 다하고 끝나면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기회 있을 때 마다 "퇴임 후 잊힌 삶을 살겠다" "현실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는 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한지 2주 만인 지난해 5월 방한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결국 만남이 무산됐지만 이례적으로 외교부의 지원까지 받아가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고 역시 언론에 공개됐다.
     
    문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SNS를 통해 수시로 자신의 근황을 알렸다. 텃밭을 가꾸고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진을 올리고 산행중에 컵라면 먹는 모습까지 공개했다.
     
    독서광 답게 이른바 '문재인 권장도서'를 수시로 올리는 것은 양념이다.
     
    그런데, 세상사 모든 일은 과유불급. 무엇이든 지나치면 오해와 반작용을 부른다. 특히 정치권의 영역에 던져지면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가 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수시로 비판해왔다.
     
    "정권이 바뀌어도 9.19 남북 군사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등 윤석열 정부의 외교. 안보와 민생, 친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다보니, 퇴임할 때 40%대 후반에 이르던 역대급 지지율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고 반대 진영의 반발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에서 조차 우려를 표한다.
     
    지난 3월에는 문 전 대통령 발언의 진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수사와 재판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이재명 외 대안이 없다"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전언과 "당이 달려져야 한다"는 박용진 의원의 다른 전언이 등장했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서로 유리하게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것이다.
     
    모든 책임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애초에 말을 아꼈다면 같은 상황을 놓고 이렇게 서로 다른 버전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당내 좌표찍기와 문자폭탄 사태에 우려스럽다는 뜻을 밝혔다고 박용진 의원이 전했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행태를 문 전 대통령이 지적할 처지는 아니다. 진보 진영 극성 팬덤정치의 원조가 문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양산 사저 근처에 '평산책방'이라는 서점을 열었다. 
     
    퇴임한 전직 대통령에게 무조건 침묵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활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과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물망초(勿忘草) 꽃을 피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퇴임 이후 1년 동안 보인 문 전 대통령의 행적은 사실상 "날 잊지말아 달라"는 메시지다.
     
    문 전 대통령은 스스로 "잊힌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상왕정치, 양산대원군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야들여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청계천에서 '청계천을 사랑하는 모임' 구성원 및 옛 참모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대표적인 치적 중 하나로 꼽힌다. 류영주 기자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청계천에서 '청계천을 사랑하는 모임' 구성원 및 옛 참모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대표적인 치적 중 하나로 꼽힌다. 류영주 기자
    공교롭게도, 퇴임한 문 전 대통령의 활기찬 퇴임생활에 힙입은 듯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최근 공개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5일 재임 당시 참모 등 40여명을 동반한 채 청계천 산책에 나섰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당시 대표적 업적이다.
     
    이 전 대통령을 지난해 12월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뒤 한동안 조용히 지낸다가 지난 3월 천안함 용사 묘역 참배와 유인촌 전 장관이 출연하는 연극 관람 등 잇따라 공개 할동을 갖고 있다. 
     
    이런 동정들은 예외없이 이 전 대통령의 홍보 참모를 맞았던 인사를 통해 언론에 알려진다.
     
    고향인 대구 달성에 칩거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달 대구 동화사를 공개 방문하고 재임 당시 참모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 지역 언론인들과 식사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의 총선 출마를 도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오전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찾아 통일대불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오전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찾아 통일대불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쯤 되면 전직 대통령들의 정치가 다시 시작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재임 당시 부정과 비리로 사법처리를 받았던 전직 대통령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굳이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행보를 거듭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직전 대통령의 5.18 묘역 참배를 굳이 언론에 알리고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해 정치적 건재를 과시할 시점인지 의문이다.
     
    전직 대통령들에게 무조건 집 안에만 있으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얏 나무 아래서 신발 끈을 매지 않는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들은 제발 조용히 다니셨으면 좋겠다. 굳이 언론에서 봐야 하고 다큐멘터리 관람까지 강요받고 싶지 않다.
     
    불행하게도 생존해 있는 3명의 전직 대통령들 모두 떳떳하게 공개행보할 만큼 찬양만 받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깨닫기 바란다. 그리움은 추억 속에 있을 때 더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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