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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등 들고 깜깜한 창고로"…여수산단 BCK 산안법 위반 논란



전남

    "손전등 들고 깜깜한 창고로"…여수산단 BCK 산안법 위반 논란

    편집자 주

    석유화학의 최종 단계에서 생산되는 불순물인 블랙카본으로 타이어 주원료를 생산하는 외국계 기업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의 총파업이 전남 여수국가산단 조성 이래 최장기 파업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일 노조 지도부가 공장 사일로 옥상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전남CBS는 원청인 비를라카본코리아의 불법파견 의혹과 열악한 작업 환경, 부당노동 행위 의혹 등을 차례로 연재한다.

    [비를라카본코리아 불법파견 의혹③]
    창고 가건물 조명 없어..야간 작업자 위험 노출
    일회용 방진복 일주일씩 쓰고 품앗이로 버텨
    노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 진정

    야간 작업이 수시로 이뤄지는 여수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 공장 창고 안에는 조명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최창민 기자야간 작업이 수시로 이뤄지는 여수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 공장 창고 안에는 조명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최창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단독]여수산단 BCK 블랙카본 실험실 '불법파견' 의혹
    ② [단독]BCK 불법파견 증거 '파기'…조직적 은폐 논란
    ③ "손전등 들고 깜깜한 창고로"..여수산단 BCK 산안법 위반 논란
    (계속)


    어느 늦은 밤, 불 꺼진 창고 안. 하청 소속 노동자가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제품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실 불이 꺼진 게 아니다. 조명이 없는 것이다.

    전남 여수국가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 공장 안에는 대형 트레일러와 지게차 등이 쉴새 없이 드나들면서 밤낮으로 제품 생산과 포장, 출하 작업이 벌어진다.
     
    그런데 제품을 적재하고 있는 야외에 설치된 다섯 개의 창고형 가건물에는 조명이 하나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이곳에서는 야간에도 작업이 이뤄지는데 지게차 조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청 소속 노동자들은 손전등을 들고 창고 안에 진입해서 생산된 블랙카본 제품을 다루고 있다.
     
    특히 창고 가건물은 3년에 한번씩 조명 시설 없이 사용 연장을 얻고 있는데 짧게는 3년 길게는 20년 동안 사용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제품 포장과 출하가 이뤄지는 작업장 안에도 조명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맨눈으로만 봐도 작업장 내부 조명이 턱 없이 부족하고 연일 발생하는 새까만 카본 분진이 쌓인 곳이 허다하다.
     
    비를라카본코리아 작업장에서 지게차가 제품을 들어올리고 있다. 위에 조명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만 낮인데도 작업장 안은 어두컴컴하다. 최창민 기자비를라카본코리아 작업장에서 지게차가 제품을 들어올리고 있다. 위에 조명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만 낮인데도 작업장 안은 어두컴컴하다. 최창민 기자
    사내하청 노동자 A씨는 "창고 같은 경우는 조명 자체가 없어서 낮에는 희미하게 보이는데 밤에는 아무 것도 안보인다"면서 "여기에 지게차만 다니는 게 아니고 출하할 제품을 찾으러 일반 작업자들이 드나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고 5개 모두 조명이 없고 작업장 안에도 전등이 달려 있지만 어두운 곳이 많다"면서 "지게차들이 계속 다니면서 일반 작업자들이 어두워 위험한 상황이 너무 많아 언제든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을 위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은 제8조 조도와 관련해서 업주는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의 작업면 조도를 기준에 맞도록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안전보건규칙을 보면 보통작업은 150럭스(lux) 이상, 그 밖의 작업은 75럭스 이상의 조명을 갖추도록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커먼 분진이 발생하는 작업장에 방진복과 마스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 것도 안전보건규칙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작업자 1명당 한 달에 5벌의 일회용 방진복이 지급된다고 말한다. 한번 쓰고 버려야 할 방진복 한 벌을 사나흘씩 입고 작업을 하는 실정이어서 지게차 운전자들이 자신에게 지급된 방진복을 동료에게 나눠주면서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방진 마스크는 하루에 한 개씩 지급되지만 현장에서 땀이 나거나 분진이 들어와 오염이 되면 바꿔 낄 마스크가 없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비를라카본코리아 하청노조 김창우 사무장은 "씻을 때 면봉으로 코를 닦아내면 새까만 카본이 묻어 나온다"면서 "사무실 안에도 손으로 만지면 분진가루가 나오고 근무자들 몸 속에도 누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시 처벌을 보면 법에서 규정하는 공정안전보고서 작성·제출 의무와 기계·기구에 대한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사업주가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비를라카본코리아 사일로 옥상에서 2명의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창민 기자비를라카본코리아 사일로 옥상에서 2명의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창민 기자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는 작업장 내외의 조명 시설 기준 미달로 인한 안전보건규칙 위반 등의 혐의로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노조는 BCK 실험실 불법파견 의혹과 관련해 비를라카본코리아와 하청업체를 파견법상 불법파견 혐의로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는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70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두 명의 노동자가 지난 8일부터 공장 내 사일로 탱크 옥상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비를라카본코리아의 실험실 하청 근로자 불법파견 의혹에 이어 작업장 조명 미설치에 따른 안전보건규칙 위반 등 열악한 근무 환경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파업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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