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전셋값 하락으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올해 1분기 서울에서 전세 거래된 빌라 절반 이상이 직전 분기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된 '하락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의 순수 전세 거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조사 대상 1471건 중 804건(55%)이 하락 거래였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동일 단지, 동일 면적에서 전세 계약이 1건이라도 체결된 거래의 최고 가격을 비교한 결과다.
지역별로 보면 은평구와 강남구, 서초구는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많았던 데 따른 여파로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하위 대체재인 빌라 전셋값까지 떨어져 하락 거래 비중이 컸다.
은평구는 전세 거래 81건 중 54건이 하락 거래(67%)였고, 강남구는 55건 중 34건(62%), 서초구 72건 중 43건(60%)이었다.
도봉구(24건 중 16건, 67%)와 양천구(60건 중 38건, 63%)에서는 주거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구축 빌라를 중심으로 하락 거래가 이뤄졌다.
소위 '빌라왕' 등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된 강서구는 1분기 전세 거래 153건 중 94건(61%)이 하락 거래였다.
보증금 하락 폭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구 내발산동 A 빌라 전용면적 29.98㎡는 지난해 11월 보증금 3억 원(2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그러나 올해 2월에는 같은 면적이 2억 5천만 원(3층)에 거래돼 석 달 새 5천만 원 떨어졌다.
또, 동대문구 답십리동 B 빌라 전용면적 29.16㎡는 지난해 12월 4억 원(5층)에서 올해 3월 3억 원(6층)으로 보증금 하락 폭이 1억 원이나 됐다.
업계에서는 빌라에서 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이전되고 전세 사기와 역전세, 깡통전세 우려로 빌라 전셋값 약세가 이어지면서 역전세 우려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임차인과 임대인 간 갈등과 전세 보증사고 등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역전세 우려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