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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무대 장악한 박해수의 '메피스토'…'파우스트'



공연/전시

    [노컷 리뷰]무대 장악한 박해수의 '메피스토'…'파우스트'

    연극 '파우스트'

    LG아트센터 서울서 4월 29일까지

    샘컴퍼니,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샘컴퍼니,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역작 '파우스트'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선과 악, 사랑, 욕망, 구원 등 심오한 주제를 방대한 분량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부터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 중인 연극 '파우스트'는 원작의 전반부를 165분으로 압축했다. 원작에 충실하되 현대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덕분에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파우스트'의 가장 큰 힘은 '메피스토' 역을 맡은 박해수의 연기력이다. 극중 '메피스토'는 노학자 '파우스트'(유인촌)에게 쾌락을 선사하며 그를 파멸과 타락의 길로 이끄는 악마다. 평범한 얼굴로 접근해 조금씩 '파우스트'의 영혼을 갈아먹으며 흡족해한다.

    의기양양한 태도로 대극장 무대를 헤집는 박해수는 정확한 발음·발성과 넘치는 에너지로 좌중을 휘어잡는다. 그런 가운데 박해수가 출연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따온 대사 "식사는 잡쉈어?" 같은 재미요소가 곳곳에 포진해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샘컴퍼니,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샘컴퍼니,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박해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람보르기니 끌고 금팔찌 차고 선택은 네가 하라는 식으로 파우스트에 접근했다. 평범하면서 에너지 있고 강력한 느낌을 주려 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영상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패널과 3D 이머시브 비디오(Immersive Video)를 활용한 세련된 무대는 이 연극의 또 다른 힘이다. 거대한 숲과 동굴, 성모 마리아상, 탄화 코르크로 표현한 흙 등으로 채워진 무대를 타원형의 LED 패널이 둘러싸고 있다. LED 화면은 파우스트 서재, 아우어바흐 술집, 마녀의 부엌, 숲과 동굴 등 26번에 걸쳐 전환된다.

    LG아트센터 서울, 샘컴퍼니 제공 LG아트센터 서울, 샘컴퍼니 제공 
    특히 연극 무대에서는 보기 힘든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기반 입체 영상이 눈길을 끈다. 무대 뒤편에 마련된 공간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장면을 영상을 통해 라이브로 송출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무대 소품 170개, 의상 110벌, 가발 15개를 사용하는 등 대극장 무대에 걸맞은 스케일을 보여준다.

    '파우스트' 역 유인촌의 노련미, '젊은 파우스트' 역 박은석의 패기, 연극 데뷔 무대인 '그레첸' 역 원진아의 섬세함이 어우러져 밀도 높은 극이 완성됐다.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주연배우 못잖은 존재감을 보여준 극단 '여행자' 배우들의 열정도 빼놓을 수 없다.

    연출은 '페리 귄트' '페리클레스' '한여름밤의 꿈' 등 고전을 무대화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양정웅이 맡았다. 이번 작품은 '파우스트' 비극 1부인만큼 2부, 3부도 기대해 볼 만하다. 유인촌의 아들이자 연극배우인 남윤호가 양 연출과 공동 각색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메피스토'의 생각과 말은 우리 내면과 닮아 있다. 고전이 계속 연극으로 만들어지고 관객이 대사를 곱씹는 이유다.  LG아트센터 서울, 샘컴퍼니 제공 LG아트센터 서울, 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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