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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구했지만" 두 차례 화마로 빼앗긴 나이지리아 가족의 '코리안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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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는 구했지만" 두 차례 화마로 빼앗긴 나이지리아 가족의 '코리안드림'

    안산 주택서 불…나이지리아 네 남매 사망
    어머니, 두 살 막내와 창문으로 뛰어내려
    허리 다쳐 다시 집으로 들어가지 못해
    남편은 불길 잡으려 물 퍼 나르다 화상
    2년 전에도 화재 겪어…큰아들 2도 화상
    경찰, 화재 발생 원인 전기적 요인 추정

    27일 오전 3시 28분쯤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다세대주택. 이준석 기자27일 오전 3시 28분쯤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다세대주택. 이준석 기자
    27일 새벽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다세대주택 2층에서 발생한 불은 네 명의 나이지리아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불로 창틀은 떨어져 나가고 창문은 모두 깨져 버렸다. 집안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까맣게 그을렸다.

    인근 빌라의 한 주민은 "불길이 건물보다 더 높이 치솟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도 연기 때문에 눈이 아플 정도였다. 특히 2층은 더 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잠자던 가족 덮친 화마…막내만 가까스로 대피


    화재 당시 주택.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화재 당시 주택.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화재 당시 어머니 A(39·)씨는 숨진 남매와 두살짜리 막내 여아와 함께 안방에서 자고 있었다.

    A씨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잠에서 깼을 때에는 이미 불은 걷잡을 수 없었다. 집안에는 검은 연기가 가득 찼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A씨는 우선 두 살 막내를 안고서 무작정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가까스로 불길에서 벗어난 A씨는 집안에 남겨진 네 남매를 구하려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2층에서 뛰어내릴 때 허리를 다쳐 움직일 수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이 연기로 앞을 볼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안고 창문을 찾아 뛰어 내린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A씨의 남편 B(55)씨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집안을 헤매다 거세진 불길에 밖으로 나와 물을 퍼 날랐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다시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려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말리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2번의 화마에 무너진 나이지리아 가족의 '코리안 드림'


    주택 내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주택 내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안타깝게도 이들 가족은 2년 전에도 화재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을 판 돈으로 어렵사리 살아오던 일곱 식구를 2021년 1월 화마가 덮쳤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큰 아들(당시 5세)이 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집도 잃고 병원비마저 필요했던 처지의 가족에게 지역의 한 기업이 후원하면서 그나마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전기적 요인 추정…주민들 치료받는 대로 화재 경위 조사


    불이 난 2층 주택 모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불이 난 2층 주택 모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는 화재 직후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실시한 뒤 "출입문과 인접한 거실 바닥에서 불이 최초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해당 지점에는 TV가 연결된 멀티탭이 설치돼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합선 등 전기적인 요인으로 불이 났을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다.

    화재 당시 거실에 있던 B씨도 경찰 조사에서 "거실에 있던 TV 쪽에서 불길이 올라왔다"고 진술했다.
     
    A씨는 허리 부상과 화상을, B씨는 팔과 다리 등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치료를 마치는 대로 당시 경위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고,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며 "화재 발생 지점으로 추정되는 2층에 거주했던 A씨와 B씨는 진통제를 복용해 조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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