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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니다, 감형"…성범죄 '감형' 시장의 민낯[정다운의 뉴스톡]



사건/사고

    "삽니다, 감형"…성범죄 '감형' 시장의 민낯[정다운의 뉴스톡]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민소운 기자


    [앵커]
    여러분 한 해에 성폭력 범죄가 얼마나 발생하는 지 혹시 알고 계신가요. 2021년에는 총 3만 2천여 건이었고요. 한 10년 전과 비교하면 만 건 이상 늘어난 숫자입니다.

    성범죄 변호 시장도 커질 수 밖에 없었겠죠. 피고인은 당연히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만 요새 성범죄 감형 시장은 피고인에게도 피해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안 취재한 사회부 민소운 기자 나와있습니다. 민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요새 성범죄 전담 로펌이라고 광고하는 곳들이 굉장히 많아졌더라고요. 직접 다녀와보신거죠?

    [기자]
    네 성범죄 전담 로펌 두 곳에 가서 직접 '동생이 강제추행과 강간미수로 고소를 당했다'며 상담을 받고 왔습니다.

    [앵커]
    고소를 당했다. 피의자로서 죄를 지은 것 이상으로 불리한 처벌을 받게 되거나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변호인 조력이 당연히 필요할텐데. 어떤 도움을 주던가요?

    [기자]
    우선 제가 상담 받으면서 들었던 감형 노하우를 직접 들어보시죠.

    [인서트] 
    "기소 유예 받는 건 사실 어떻게 보면 식은 죽 먹기인데"

    "아무래도 전관예우가 이제 없어졌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남아있는 게 현재 실정이거든요. 그렇게 해서 도움 드릴 수 있을 것 같고"

    "피해자가 경제적 상황이 좀 안 좋아야 저희 입장에서는 편하죠. 피해자 돈 많으면 문제죠"

    일단 로펌이 내놓는 감형 노하우, 일반인이 상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치밀합니다.

    '전관예우'를 간판처럼 자랑하던 로펌에서는 강제추행으로 기소유예 받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우리 로펌엔 경찰관 출신만 100명 있다, 너네 사건 담당하는 경찰서 출신 위원도 있다, 사건을 어느 지검 무슨 검사가 담당할 텐데, 연수원 동기인 검사 출신 변호사를 붙여주겠다며 자신만만해 했습니다.

    이들에게 피해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습니다. 한 로펌은 "피해자가 받아줄 때까지 사과문을 계속 보내겠다"고 자랑했는데요. 피해자들에겐 2차 가해가 될 수밖에 없겠죠.

    [앵커]
    실체가 없는 전관예우를 광고하거나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는 방식이 노하우라고 하는 거네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정보들이 넘친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성범죄 커뮤니티 게시글들도 쭉 지켜봤는데요. 기소유예로 불법촬영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며 경험담을 올린 한 회원은 가족사진과 인생일대기 및 인생계획서까지 제출했다는 노하우를 뽐냈습니다. 이처럼 각종 표창장과 상장, 생활기록부도 감형에 동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이른바 '감형 꿀팁'인데, 이게 실제로 먹힙니까?

    [기자]
    성폭력 사건 판결문 100건을 직접 분석해 봤는데, 절반이 넘는 66건은 판사의 재량으로 감형됐습니니다. 특히 46건은 '반성·진지한 반성'을 이유로 감형됐는데, 이 부분이 감형 시장의 대표적인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물론 판결문 안에 모든 정황이 담긴 것도 아니고, 다양한 요소를 재판부가 고려했을 수 있지만요. 판결문 안을 살펴보면 앞서 말씀드린 감형 전문 로펌이나 성범죄 커뮤니티에서 강조하는 소감문, 교육 이수 등 온갖 감형 꿀팁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앵커]
    100건 중 66건이 감형됐고, 46건은 반성했다는 이유로 감형됐다. 낮지 않은 비율인데, 이렇게 감형이 가능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일단 법적으로는 판사의 재량만으로, 법정형의 하한선에서 절반까지 형을 깎는 '정상참작 감경'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떤 상황에서 재량을 발휘하게 되는 지 그 근거가 중요할텐데요. 이 기준은 대법원 양형기준에 나와있습니다.

    예컨대 성범죄 양형기준으론 진지한 반성, 분명한 사회적 유대관계, 공탁을 포함한 상당한 피해회복 등을 토대로 형을 줄여주는데요. 어느 정도가 진지한 반성에 해당되는지, 유대관계가 좋은 게 왜 성범죄자 감형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판결문을 통해 납득가능할 만큼 설명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깜깜이 감형이다, 솜방망이 처벌이다 이런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앵커]
    그런데 한편으로는 가해자도 우리와 같은 시민이잖아요. 그들에게도 충분히 변호 받을 권리가 있는데, 감형을 위해 노력하는 건 가해자의 당연한 권리이고 변호사의 의무거든요.

    [기자]
    그렇습니다. 다만 문제는 성범죄 양형기준에 있는 감형요소를 노린 양형자료들이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법원에 제출되는 과정에서 자칫 피해자들이 또다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신종 감형 수법인 '공탁금 던지기'를 살펴보면요.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든 원치 않든 상관없이 선고 바로 전날 피고인이 공탁금을 내놓는 수법입니다. 피해자가 대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공탁금을 일방적으로 넣으면, 재판부가 마치 '합의'를 이룬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단 점을 노려 '감형'을 받는 겁니다.

    시민단체와 같은 제3자에 대한 기부도 전형적인 감형 수법인데요. 사실 이런 기부는 피해자의 의사나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는 사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죠. 문제는 이러한 형식적인 반성을 반복하고, 심지어 감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피해자가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상처를 받을 수 있단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의 말로 한 번 들어보시죠.

    [인서트]
    "제출되는 양형 자료들에 대한 성인지 관점, 이것은 좀 객관적으로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내부적인 검토 이런 게 좀 지금 상황을 좀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튼 이런 범죄는 일단 피해자의 의사가 중요한 것 같고 피고인이 여기에서 감형을 받으려면 정말 피해자한테 용서를 받는, 또 그것을 확인하는 어떤 재판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성범죄 이후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이 범죄 직후에는 다른 범죄 피해자와 비슷한데, 사법절차를 마치면 성범죄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유발률이 유독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2차 가해 우려가 큰 성범죄의 특성상 법원이 피해자의 뜻도 충분히 고려해 감형자료를 신중히 살펴야 한다는 거죠.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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