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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스필버그의 담백하지만 애정 어린 고백 '파벨만스'



영화

    [노컷 리뷰]스필버그의 담백하지만 애정 어린 고백 '파벨만스'

    외화 '파벨만스'(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외화 '파벨만스' 스틸컷. CJ ENM 제공외화 '파벨만스' 스틸컷. CJ ENM 제공※ 스포일러 주의
     
    세계적인 거장은 어떻게 영화감독을 꿈꿨을까.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와 사랑에 빠진 그 순간부터 영화판에 본격적으로 발 들이는 시작의 순간을 포착했다. 이는 팬들을 향한 대답이다. 동시에 어린 시절의 초상이자 '영화'를 향한 감독의 애정 어린 고백이다.
     
    소년 새미(가브리엘 라벨)는 난생처음 극장에서 스크린을 마주한 순간부터 영화와 사랑에 빠진다. 아빠 버트(폴 다노)의 8㎜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담기 위해 열중하던 새미는 우연히 필름에 포착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다. 진실을 비추는 필름의 힘을 실감한 새미에게 크고 작은 삶의 변화가 일어나고,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의 응원으로 영화를 향한 열정은 더욱 뜨거워져만 간다.
     
    영화가 좋아 카메라를 들었던 소년은 영화를 처음 본 순간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었고,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영화사상 최초로 흥행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한 '죠스'(1975)로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었다. 이어 'E.T.' '쥬라기 공원' '인디아나 존스' 등 흥행 작품을 만들었다.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이야기다.
     
    상상과 현실 세계를 조합한 영화들을 잇달아 성공시킨 감독의 행보는 단순히 '흥행 감독'에 그치지 않았다. '쉰들러 리스트'로 콧대 높은 오스카를 거머쥔 감독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까지 선보이며 작품성까지 모두 갖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최다 노미네이트(12회)까지 '최초' '최고' '최다' 기록을 보유한 감독이다.
     
    외화 '파벨만스' 스틸컷. CJ ENM 제공외화 '파벨만스' 스틸컷. CJ ENM 제공스필버그는 사람과 현실 세계가 가진 욕망과 감성, 이야기를 포착해 영화라는 예술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감독이다. 또한 그는 SF, 어드벤처, 코미디, 드라마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그야말로 '영화'라는 매체를 자유자재로 이용해 이야기를 다루는 감독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영화를 만들어 낼 줄 알았던 스필버그 감독은 이번엔 '자기 자신'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파벨만스'는 왜 그는 영화감독이 되길 꿈꿨는지에 대한 답변이자 어린 시절 자신을 그린 초상이다. 동시에 그가 사랑하는 영화가 어떤 의미이며 무엇이 영화인지 보여주는, 그야말로 '영화'를 향한 애정 어린 헌사이기도 하다.
     
    이처럼 자신의 삶마저 영화로 만든 거장은 모든 것이 영화가 될 수 있고, 인생의 순간을 포착해내 영화로 만든다는 것이 어떤 과정인지 '파벨만스'를 통해 이야기한다.
     
    영화는 첫 극장 나들이에서 세실 B. 드밀 감독의 '지상 최대의 쇼'를 본 후 신선한 충격에 빠진 새미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새미는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을 영화적 캐릭터로 표현한 인물이다. 큰 스크린 속에 영사된 기차 충돌 장면은 계속해서 밤새 새미의 머리와 마음을 지배했고, 결국 엄마의 도움을 받아 그 장면을 재현해 카메라에 담아낸다. 영화와 사랑에 빠진 순간이자, 생애 최초로 '영화'를 만든 순간이다.
     
    이후 새미는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는다. 놓지 못한다는 표현이 적확할 것이다. 새미에게는 모든 것이 영화고, 또 영화를 만드는 것이 삶 그 자체다. 영화와 사랑에 빠진 새미는 다양한 단편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짜내어 특수효과도 넣는다. 아빠의 기술적인 재능과 엄마의 예술적인 재능을 모두 갖춘 새미는 그렇게 자신만의 영화를 제작한다.
     
    외화 '파벨만스' 스틸컷. CJ ENM 제공외화 '파벨만스' 스틸컷. CJ ENM 제공새미가 영화라는 '예술'을 인지하고 온몸으로 받아들인 지점은 바로 엄마 미치와 아빠의 절친 베니(세스 로건)의 다정한 순간을 카메라에서 발견한 때이다. 우연히 카메라에 포착된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새미는 '사실' 속에서 '진실'을 담아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배운다.

    현실에서 새미는 괴롭고 아플지라도, 그 사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게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영화가 어떻게 세상을 매개해 예술이 되는지 깨달은 새미가 만든 졸업 영상은 이를 오롯이 보여준다.
     
    엄마의 비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받은 차별 등 아픔과 슬픔은 새미를 힘들게 했다. 그러나 남은 것은 상처만이 아니다. 사람들과 현실에 존재하는 사실 중에서 진실과 이야기를 발견하고, 보다 깊고 넓은 시선을 배웠다. 상처마저 영화적 힘이 된 것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지만 결코 '위대한 감독'의 탄생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 영화를 처음 접해서 어떻게 '직업'으로서의 영화판에 발을 들였는지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연출이 어찌 보면 밋밋해 보일 수는 있지만, 그렇기에 스필버그라는 인물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외화 '파벨만스' 스틸컷. CJ ENM 제공외화 '파벨만스' 스틸컷. CJ ENM 제공감독은 자신을 그린 이야기가 지나치게 거창한 영화적 의미를 갖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순간의 포착이나 사건 등을 매우 영화적으로 탁월하게 그려냈다. 순간들의 묘사, 표현 방식은 왜 그를 두고 세계적인 거장이라 부르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엄마 미치와 아빠 버트를 연기한 배우 미셸 윌리엄스와 폴 다노는 인물 그 자체로 스크린 안에 존재한다. 왜 스필버그 감독이 이들을 선택했는지 보는 순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두 배우만큼 놀라운 건 새미 역 가브리엘 라벨이다. 영화와 가족, 사실과 진실, 꿈과 현실 사이 고뇌하고 흔들리며 성장하는 새미는 단조와 장조를 오가는 피아노곡 같은 인물이다. 그런 새미를 분명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려냈다.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영화 속 영화다. 극 중 새미가 만든 영화들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여기에 영화 마지막, 존 포드 감독으로 등장하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을 알아차린다면 그 또한 재밌는 이스터에그가 될 것이다.
     
    151분 상영, 3월 22일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파벨만스' 2차 포스터. CJ ENM 제공외화 '파벨만스' 2차 포스터.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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