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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당연함을 되찾기 위해 연대했던 이름 '콜 제인'



영화

    [노컷 리뷰]당연함을 되찾기 위해 연대했던 이름 '콜 제인'

    외화 '콜 제인'(감독 필리스 나지)

    외화 '콜 제인' 스틸컷. ㈜누리픽쳐스·㈜영화특별시SMC 제공외화 '콜 제인' 스틸컷. ㈜누리픽쳐스·㈜영화특별시SMC 제공※ 스포일러 주의
     
    내 몸에 대한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게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조차 남성 중심 사회에 의해 박탈당했다. 영화 '콜 제인'은 자기 몸, 자기 생명에 대한 당연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연대했던 모든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들에게 보내는 찬사다.
     
    1968년 시카고, 임신으로 목숨이 위험해진 조이(엘리자베스 뱅크스)는 긴급 임신 중절 수술 위원회에 참석하지만, 남성으로만 구성된 그곳에서 임신 당사자인 조이의 의사는 무시된다. 결국 '전원 반대'라는 결과에 절망한 조이는 "임신으로 불안하다면, 제인에게 전화하세요"라는 벽보 광고에 작은 희망을 걸어본다.
     
    1910년 임신의 모든 단계에서 낙태를 전면 불법화했고,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예외조차 95%가 남성인 의사들이 판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 결성된 단체가 '제인스'다.
     
    외화 '콜 제인' 스틸컷. ㈜누리픽쳐스·㈜영화특별시SMC 제공외화 '콜 제인' 스틸컷. ㈜누리픽쳐스·㈜영화특별시SMC 제공'제인스'(The Janes, The Jane Collective)는 1960년대부터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1973년 1월 22일 9명의 남성으로 구성된 대법원에서 7대 2로 여성의 임신 중단 결정권을 사생활에 대한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 판결로 여성의 임신 중단 권리가 보장되기까지 시카고에서 약 1만 2천 명의 여성이 안전한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단체다.
     
    제인스에는 전업주부,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한 연령, 인종, 계층의 여성이 함께했다. '콜 제인'은 제인스를 재조명한 영화로,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세상의 모든 제인, 즉 모든 여성을 위해 따뜻한 연대를 전한다.
     
    1960년대 미국도 역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였다. 그 안에서 여성은 자기 몸에 대한 권리조차 갖지 못했다. 조이가 그러했듯이 자신의 '중절', 즉 자신의 '몸'을 논하는 자리에서도 '본인'은 배제된 결정 구조에 놓여야 했다. 여성의 몸과 생명을 논하는 중심에 있는 것은 여성도 아니고 심지어 당사자도 아닌 '남성들'이었다.
     
    조이는 아이를 지우지 않는 한 자신의 목숨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그렇게 임신 중절 위원회를 열고 중절의 타당성을 이야기하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정작 당사자인 조이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조차 없었다. '중절'을 논하는 데 '여성'은 논외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임신 중절이 불발된 조이에게 누군가는 자살 충동이 심한 정신병인 척하자는 둥 계단에서 구르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둥 조이를 정신적 혹은 신체적으로 위협하는 방법만을 알려준다.
     
    외화 '콜 제인' 스틸컷. ㈜누리픽쳐스·㈜영화특별시SMC 제공외화 '콜 제인' 스틸컷. ㈜누리픽쳐스·㈜영화특별시SMC 제공영화에도 등장하지만 실제도 당시 낙태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여성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마피아와 연관된 불법 낙태 시술에 큰 비용을 지불했다. 경제력이 없었던 대다수의 여성들은 계단에서 구르거나 옷걸이 같은 도구를 신체에 삽입하는 등 사실상 '자해'의 방법을 시도했다. 심각한 경우 이 과정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대다수였다.
     
    이처럼 온갖 불법과 생명의 위협이 판치는 상황에서 1965년 당시 19세의 헤더 부스는 같은 여성으로서 이 같은 비극에서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법적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제인스'를 결성한 것이다.
     
    영화에서 조이와 다른 여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산모의 목숨이 위험함에도 남성들과 사회는 중절을 허락하지 않는다. 허락의 주체가 잘못되었음에도 무엇이 중요한지, 누가 중심에 있어야 하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남성과 사회가 정한 규칙에 따라야만 하는 여성들은 그렇게 죽어갔다.
     
    여성의 생명을 죽음으로, 불법으로 내몬 것은 여성들이 아닌 가부장 사회였다.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한 채 생명을 위협받고, 여성들은 그 모든 결과와 불이익을 '불법'과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야 했다. 이러한 부조리의 악순환을 깨고 나온 송곳 같은 움직임을 만든 것은 '제인'이라는 대명사로 불린 모든 여성이다.
     
    영화에 지나치게 혁명적이고 투쟁적인 모습은 없다. 그러나 한 명의 여성이 어떻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당함을 껴안고 살았다는 걸 깨닫는지, 이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다른 여성과 연대해서 뛰어넘는지 보여준다.
     
    외화 '콜 제인' 스틸컷. ㈜누리픽쳐스·㈜영화특별시SMC 제공외화 '콜 제인' 스틸컷. ㈜누리픽쳐스·㈜영화특별시SMC 제공
    평범한 한 여성이 어떻게 모든 제인을 위해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지, 온전한 '혁명가'가 되어 거친 투쟁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의 권리를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또한 이 영화가 가진 힘이다.
     
    '콜 제인'은 어둡고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만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힘겨운 순간도 존재하지만 여성들 사이의 '연대'의 모습에 더욱 포커스를 맞춘다. 생명을 위협받는 여성들은 차가운 현실 위에 있지만, 이를 견뎌내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그들 사이의 '연대'는 그 무엇보다 따뜻하다.
     
    이러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마주한 순간, 여성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들이 얼마나 많은 권리를 빼앗기고 목숨을 잃어가며 얻어낸 소중하고 소중한 결과인지 깨닫게 된다. 누군가는 당연해서 그것이 권리인지조차 모르는 것을 여성들은 목숨 걸고 투쟁해서 쟁취해내야 했다. 당연하지 않은 시간과 시선을 감내하고 당연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 당연함을 얻어낸 모든 여성, 모든 제인에게 박수와 존경을 보낸다.
     
    121분 상영, 3월 8일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콜 제인' 메인 포스터. ㈜누리픽쳐스·㈜영화특별시SMC 제공외화 '콜 제인' 메인 포스터. ㈜누리픽쳐스·㈜영화특별시SM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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