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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쉬어? 일 해놓고 가야지?" 직장인 80%, 연차 다 못써



사건/사고

    "왜 쉬어? 일 해놓고 가야지?" 직장인 80%, 연차 다 못써

    20대·비정규직·5인 미만 기업, 연차휴가 미사용률 높아
    "요새 MZ는 '회장 나와라'한다"던 고용노동부 장관
    현실은 '상급자 눈치'로 연차휴가도 못써
    직장갑질119 "연차휴가 신고센터 만들어야"

    야근하는 직장인들. 연합뉴스야근하는 직장인들. 연합뉴스
    최근 연차를 쓰려던 직장인 A씨는 자신이 마치 '콩쥐'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A씨는 "연차를 쓰려고 사유를 말하면 회사에서는 '그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왜 종일 쉬느냐', '반차나 '반의 반차'로 해도 된다'며 '답정너'로 답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A씨가 연차를 쓰는 하루 동안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할지를 확인시키고 나서야 회사는 연차를 허가해줬다. A씨는 "'(연차를) 쓰려거든 일도 다 해놓고 가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정 속에 직장인 10명 중 8명이 법정 연차휴가(15일)를 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일감이 몰릴 때 장시간 일하고, 쉴 때 마음껏 쉬면 된다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기조와는 동떨어진 현실이다.

    19일 직장갑질119가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엔 1천 명을 상대로 진행한 연차휴가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정 연차휴가인 15일을 전부 사용하지 못한 직장인이 80.6%에 달했다.

    조사에 따르면, 연차휴가를 '6일 미만' 사용했다는 직장인이 41.5%, '6일 이상 9일 미만'이 13.3%, '9일 이상 12일 미만'이 12%, '12일 이상 15일 미만'이 13.8%, '15일 이상'이 19.4%였다. 직장인 3명 중 2명(66.8%)은 연차휴가를 평균 월 1회도 사용하지 못했다.

    특히 연차휴가 미사용률은 20대·비정규직 직장인과 5인 미만 기업에서 더 높았다. 1년 동안 연차휴가를 6일 미만으로 사용한 직장인들을 살펴보면, 20대가 55.1%, 비정규직이 61%, 5인 미만 기업 직장인이 62.1%, 월급이 150만 원 미만인 직장인이 68.8%였다.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는 '휴가를 사용할 경우 동료의 업무 부담'이 28.2%로 가장 높았다.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직장 내 분위기 등 조직문화'(16.2%), '본인의 업무 과다'(15.1%) 순으로 뒤를 이었다.

    휴가를 자유롭게 쓴다는 응답은 40.6%에 그쳤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10명 중 3명(32.8%)만이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쓴다'고 응답했다. 20·30대 직장인도 3명 중 1명만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쓴다고 답했다.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이유 중 '상급자의 눈치가 보인다'는 응답이 12%였다.


    "너 놀려고 했지? 애가 빠졌네"…'상급자 눈치'가 휴가 막아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직장인 B씨는 최근 건강 검진을 위해 연차 2일을 사용하면서도 '눈치'를 봐야만 했다. 연차 2일 중 첫날은 의사를 만났는데, 검진 일정이 꽉차 다음 달로 검진 날짜를 예약했다. 그러자 직장에서는 '왜 다음날 연차를 반납하지 않았느냐'며 면박을 줬다.

    B씨는 "직장에서 '너 왜 다음날 연차 반납하고 출근하지 않았어?', '너 놀려고 그랬지?'라고 하고 '애가 빠졌다'라며 뒷담화를 하고 면박을 준다"며 "애초에 연차를 쓰는데 자세한 사유를 왜 일일이 말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는 최근 '노동개편'을 추진하는 정부의 인식이 현실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요새 MZ세대들은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고 하는 등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30 직장인들도 법정 연차휴가조차 상급자의 눈치가 보여 잘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직장인 C씨는 회사에 연차와 연장근무에 대한 급여가 없는데도 사장에게 따지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C씨는 "빨간날만 특근으로 인정을 해주는데, 직원들끼리 연차랑 연장근무비에 대해서 (회사에) 얘기를 해보려고 했다"며 "하지만 혹시 그러다가 '사장이 기분 나쁘다고 일 없을 때 시급제로 준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이 나와서 말도 못하고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노동자가 원하는 시기에 연차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장이 마치 연차휴가가 '선물'인 것처럼 통제하는 곳이 여전히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주 120시간 일할 자유'를 주장하고, 최근 '주 69시간제'를 추진하다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유체이탈 화법'으로 물러서기도 했다.

    직장갑질119는 "연차휴가는 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인데, 사장님들은 연차휴가를 통제하고,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정부는 '연차휴가 신고센터'를 만들어 근로기준법 60조를 위반한 사업장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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