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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가 언급한 '산불 책임론'…공무원 "황당하다" 부글부글



경남

    도지사가 언급한 '산불 책임론'…공무원 "황당하다" 부글부글

    경남도, 산불 발생 시군과 담당 공무원에 예산·인사상 불이익 조치
    공무원 노조 "안그래도 기피부서인데, 일선 하위직에 죄를 덧씌운 꼴"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 기자회견. 최호영 기자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 기자회견. 최호영 기자
    "산불이 났을 때 그 지역 책임 있는 공직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합천·하동 등 대형산불이 잇따르자 박완수 경남지사는 산불 발생 시군과 담당 공무원에게 예산과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공직자 책임론'을 강조한 건데, 이는 경상남도의 산불 예방 대응 대책 중 하나다.

    산불 발생 횟수와 대형산불 횟수를 기준으로 산불이 발생한 시군에 특별조정교부금 또는 도비 보조금 지원율 감소, 공모사업 평가 뒷순위 조정 등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책임 공무원에 대한 조사와 인사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박 지사의 발언과 경남도의 대책에 공직사회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3월이 되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산불 예방입니다. 근무시간이 끝나도 해가 밤이 될 때까지 퇴근을 못 합니다. 집에 가서도 전화기를 붙들고 있습니다. 잘 때는 머리맡에 두고 샤워실에도 들고 갑니다. 맥주를 그리 좋아하는 옆자리 친구는 산불기간이 끝날 때까지 맥주를 먹지 않습니다. 밤중에 불이 나면 진화 차량을 운전해야 하니까요. 매일 늦게 퇴근하고 주말마다 출근하니 집사람도 아이들도 볼맨소리를 합니다. 괜찮습니다. 힘들어도 참을 수 있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산불을 초기 진화하면 뿌듯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산불이 나면 직원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하니 황당하기도 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산불담당 면서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는 15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시군 페널티와 책임 공무원의 인사 조치가 산불의 예방과 어떤 인과 관계가 있냐"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에서 정작 책임 있는 사람은 모두 빠지고 일선의 하위직 공무원에게만 죄를 덧씌운 꼴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2009년 전남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시군에 산림 예산과 공모사업 페널티를 적용했던 사례는 있다. 이를 두고 "그렇다고 산불이 줄었나. 다른 시군에서 번진 불길은 또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현장은 산불 관련 업무가 기피 부서가 됐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런 와중에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며 더 기피 부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산불 진화대원. 산림청 제공산불 진화대원. 산림청 제공
    이들은 "최근 합천에서 산불이 났을 때 군 공무원들은 잔불을 진화하는 데까지 오롯이 나흘을 보냈고, 재발화돼 모든 공무원들이 새벽 4시 문자를 받고 차출돼 갈고리 하나만을 든 채 생명의 위협까지 감수하며 어둡고 험한 길을 헤매고 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도청 공무원 노조 게시판에는 이런 상황을 두고 "환경오염 발생하면 환경직 책임을 묻고, 비관자살하면 복지직 책임을 묻고, 전염병 발생하면 보건직에게 책임을 물어라", "실적은 도지사가, 책임은 직원에게 얼씨구절씨구 좋다' 등의 자조 섞인 글들도 올라온다.

    이들은 "도에서 기침하니 시군에서 재채기하는 격으로, 모든 실과의 담당 읍면을 무조건 나가서 순찰하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전체 직원의 1/2이 나와서 산 근처를 순찰하라는 어이없는 명령을 계획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근본적인 산불 예방을 위해 전문 연구용역을 진행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제 대책을 세우는 것이 경남도가 해야 할 일"이라며 "인사권과 예산권을 쥐고 시군을 협박한다고 산불이 예방되는 것은 절대 아니며 오히려 일선 공무원의 사기만 떨어뜨릴 뿐"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상현 도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 "이번 산불 진압을 위해 투입된 산불 진화대원까지 순직하신 이후 내놓은 대책이라 너무나 어이없고 기막힐 따름"이라며 "그렇게 책임자를 찾아 묻고 싶다면 경남도의 최고 책임자는 박완수 지사 본인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산불 예방과 대응에 권한과 책임이 있는 부단체장 등 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하고, 특히 책임자가 예방 조치에 소홀하거나 발생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도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며 "책임 공무원이 맡은 업무에 사명감을 갖고 산불 예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한 것이 이번 대책"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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