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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美경제…'노 랜딩'이 한국경제에 위험한 이유



경제정책

    이상한 美경제…'노 랜딩'이 한국경제에 위험한 이유

    노 랜딩으로 기준금리 계속 오르면 우리경제에는 큰 위험
    초과저축 고갈로 갑작스런 실업률 급증 등 '서든 스톱' 올 수도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노 랜딩'(No Landing), 무착륙. 연착륙인 소프트 랜딩(Soft Landing)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착륙인 하드 랜딩(Hard Landing)도 아니고, 아예 착륙하러 내려오지를 않는 상태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이 지난해 12월, 올해 미국 경제를 전망하면서 내놓은 시나리오 중 하나로 언급되면서 삽시간에 투자시장의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일반적으로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돈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대출 이자가 비싸지기 때문에 대출을 일으켜 자산을 사들이는 행위가 위축된다. 따라서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의 가치는 떨어지는 대신 확실한 이자가 보장되는 예금으로 돈이 몰리게 된다.

    자본주의 경제는 신용을 바탕으로 확장한다. 즉 신용을 바탕으로 한 대출을 통해 그 규모가 커지는데,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이 위축되기 때문에 경제규모는 위축된다. 즉 경기가 하강하는 것이다. 즉 금리가 올라가면 경기는 하강하고 저점을 향해 '랜딩'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가능한 '부드럽게' 연착륙 시키는 것이 경제 운용의 목적이었다.

    미국경제, 금리 올려도 약발이 안 듣는다?

    발언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발언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그런데 금리를 올려도 경기가 하강하는 랜딩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른바 '노 랜딩'이다. 지난해 미국의 통화당국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는데도 지난 1월 실업률은 3.4%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4% 아래로 내려가면 완전고용 상태라고 보는데, 이미 완전고용 상태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 1969년 5월 이후 실업률이 최저 수준에 달할 정도로 미국 고용시장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21일 S&P 글로벌이 발표한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개월만에 가장 높은 50.5,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합산한 PMI도 50.2를 기록했다. PMI가 50을 넘으면 구매관리자들이 구매를 늘릴 계획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5.4%로 시장의 예측치를 앞질렀다. 이는 소비 물가가 예상보다 더 올랐다는 뜻이다.

    기준금리는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으로 올렸는데 여전히 일할 사람은 구하기 어려워 임금을 올려줘야하고, 소비가 활발해 물가가 올라가며, 기업들도 구매를 늘리는, 한마디로 경기가 하강하며 랜딩할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 무착륙의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준도 퇴로가 차단된다. 물가가 떨어지지 않으니 금리를 내릴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초 디스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발언하며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했던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한 달 만에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며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다시 얼굴을 바꿨다.

    노 랜딩이 우리 경제에 미칠 여파는?

    사진공동취재단사진공동취재단
    이렇게되면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은 노 랜딩을 하고 있을지 모르나 우리 경제는 이미 랜딩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수출은 5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있다. 수출부진에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2.7% 감소했고, 내수를 떠받치는 소비와 설비투자도 급감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경제지표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으니 금리를 계속 더 올리겠다고? 시장은 미국의 노 랜딩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오는 6월까지 연준이 금리를 세차례 연속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6% 턱 밑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3.5%에서 동결했는데, 이로써 미국과는 금리격차가 1.25%P로 벌어졌다. 그런데 미국 연준이 3월에 기준금리를 0.25%p 더 올리면 그 격차는 1.5%p로 더 벌어지고, 만약 빅스텝을 단행해 0.5%p를 더 끌어올린다면 역대 최대치의 1.75%p의 금리역전이 발생하게 된다.

    금리가 벌어질수록 돈은 금리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외국인들이 투자했던 자금을 달러로 바꿔 미국으로 다시 가져가고, 국내에는 달러가 마르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게 되는 것이다. 시중에 돈이 마르면 자산가치는 크게 추락하게 되고 경기침체 속도는 더 빨라진다.

    때문에 지금은 우리 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투자자들이 경기침체를 고대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달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지표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다들 실업 좀 늘어라 이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노랜딩이냐 서든 스톱이냐…어찌됐든 커지는 리스크

     연합뉴스 연합뉴스
    그렇다면 미국의 침체, 특히 고용시장의 칼바람은 언제 불어닥칠 것인가. 지난해 12월 미국령 괌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괌은 미군 기지와 함께 관광수입으로 사람들이 먹고사는 지역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이민한지 오래 되었다는 동포 택시기사분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는 2020년 이후 3년 가까이 관광수입이 끊겼는데도 오히려 주민들의 통장에는 더 많은 돈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막대한 현금을 살포하면서 저축률이 크게 올라갔고, 물가는 크게 오르고 관광수입은 끊겼으나 통장에 들어온 달러 때문에 여전히 일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고용시장에 구인난이 발생하는 이유다. 아직 일하지 않거나 과거보다 일을 조금씩만 하면서 버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벌지 않고 쓰면 언젠가 통장 잔고는 바닥난다. 결국 일자리를 구하러 나오는 사람이 늘어나고 실업률은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은 최대 1조8천억 달러, 우리돈으로 2400조원이 넘는다는 추산이 나왔는데, 높은 물가가 지속되고 저축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어 이대로 가면 올 연말이 오기 전에 초과저축은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통장잔고로 버티고 있지만 이들이 한꺼번에 고용시장으로 나올 경우, 그간 숨어있던 실업률이 갑자기 크게 오르는 등 경기지표가 한꺼번에 나빠지며 랜딩 수준이 아닌 이른바 '서든 스톱'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닥치는 것이라 우리 경제에 더 좋지 않다. 노 랜딩이 되든, 서든 스톱이 되든 올 한해 우리 경제에는 넘어야할 큰 파고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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