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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해달라" 성희롱에 상처입는 요양보호사…"전문성 인정해달라"

인권/복지

    "뽀뽀해달라" 성희롱에 상처입는 요양보호사…"전문성 인정해달라"

    편집자 주

    3월 8일은 115주년 세계여성의 날입니다.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투쟁에 나선 지 10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 사이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는 얼마나 신장됐을까요. CBS노컷뉴스는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꿋꿋이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봤습니다.

    [세계여성의날②]
    요양보호사 경력 인정하려는 시도… 하지만 대상자 '말 한마디'에 날아가는 경력
    "우리는 국가자격증 통과한 사람"…그럼에도 요양보호사 노동 가치는 '평가절하'
    전문가들,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차별적 시선에 기반한 문제"

    연합뉴스·어크로스 제공연합뉴스·어크로스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지금 소희'는 여전히 수화기를 놓지 않는다
    ②"뽀뽀해달라" 성희롱에 상처입는 요양보호사…"전문성 인정해달라"
    ③일터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청소노동자들…'숨겨진' 이들의 추가노동
    ④안팎에서 치여도…여전히 강한 '여성 경찰관'들

    최근 정부에서는 돌봄노동자들의 경력을 인정하는 '요양보호사 승급제'를 시범 운영하는 등 돌봄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질병을 가진 노인들을 돌보는 돌봄노동자들은 일정 수준 이상 의료 지식을 갖춰야 하는 엄연한 고숙련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많은 돌봄노동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경력'을 인정받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은 대상자(노인)들의 '갑질'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성희롱을 겪으며 남모를 고충을 참아내고 있다.
     

    중장년 여성 비율 높은 요양보호사 직종…고강도 업무에 청년층 기피

    연합뉴스연합뉴스
    서울 한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이모(65)씨는 4년차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2교대로 근무해서 일주일 중 이틀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야근을 해야 한다.
     
    요양원 거주 노인들의 식사부터 목욕까지 모든 일상생활을 돌보는 것이 요양보호사의 하루 일과다. 이모씨는 "(요양원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혼자서 할 수 없다"며 "그것을 우리가 다 돌봐준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굳이 중장년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점을 고려하지 않아도 요양보호사의 업무강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보건복지부에서 2019년 발표한 '장기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은 58.7세이고 요양보호사 94.7%가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노인들은 아무리 체격이 왜소하고 말랐어도 40~60kg 정도는 나간다"며 "우리가 그분들을 들고 다룰 때는 굉장히 육체적으로 힘들고, 남들이 꺼리는 3D업종 특징을 다 갖춘 일"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요양 노동을 하는 분들을 보면 다들 연세가 있고 젊은 사람들이 이 일에 뛰어들지 않는다"며 "저희들은 나이 먹으면 갈 데가 없다. 그러다 보니까 산전수전 다 겪은 엄마들이 많이 견디는 직종이 됐다"고 말했다.
     

    국가시험 통과해도 무시받는 전문성…엎친 데 덮친 격 갑질·성희롱까지 '억울'

     요양보호사. 어크로스 제공요양보호사. 어크로스 제공
    요양보호사들은 전문 교육기관에서 실습교육을 이수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한 뒤 자격증을 취득해야 근무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요양보호사들이 현장에 나서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할 뿐 아니라, 대상자들의 폭언과 성희롱까지 감내해야 한다.
     
    특히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는 기관에 머물며 근무하지 않고 홀로 보호대상자의 집에 가서 일하기 때문에 업무 중에 대상자의 갑질이나 성희롱에 쉽게 노출된다.
     
    14년차 요양보호사 송모씨는 "아는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대상자가 남자인데 안아달라고 하고, 뽀뽀해달라고 해서 대상자한테 '그러지 말라'고 말을 했지만 '그게 어때서?'라는 답만 들었다"며 "(요양보호사의) 가슴을 만지고 성희롱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들은 대상자들의 갑질과 성희롱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대상자가 요양보호사가 마음에 안 든다며 서비스를 거부하며 요양보호사는 새로운 대상자를 소개받는다. 그런데 새로운 기관으로부터 대상자를 소개받으면, 이전의 '근무기간'은 인정받지 못한다.

    요양보호사 등은 일정한 기간 동안 기관에서 하나의 직종으로 근무하면 '장기근속수당'을 지급받는다. 다만, 3년 동안 한 기관에서 근무를 했을 경우에만 지급받을 수 있는데, 대상자가 바뀌면 근속기간이 '초기화'된다.
     
    송씨는 "대상자 쪽에서 마음에 안들거나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면 저희는 파리 목숨"이라며 "한 센터에서 3년 이상 근무를 해야 장기근속수당 6만원이 나오는데, 대상자가 잘라버리면 1년차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요양보호사의 노동처우 개선? 전문가들, "중장년 여성을 향한 성차별적 시선부터 거둬야"


    전문가들은 대상자의 갑질과 성희롱에 노출되는 요양보호사 노동처우가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까닭에는 중장년 여성들을 향한 성차별적 시선이 담겨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돌봄의 국가책임과 공공성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월 열린 '민주노총 돌봄 노동자 대회'에서 "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은 이용자의 요구가 있을 때 가정으로 찾아가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설계하여 단시간 기간제 계약이 일반적인 형태가 되었다"고 짚었다.
     
    이어 "돌봄노동자의 임금은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내고 있는 사회보험료와 국가 재정에서 지출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정임금을 정하고 민간기관들이 임금을 떼먹거나 체불하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여수진 노무사는 "실제 요양보호사분들은 돌봄 대상자분들이 싫다고 하면 요양 서비스 보호기관에서 이분들을 그냥 해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 노무사는 "사회적 시선은 나이 많은 여성들의 피해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중, 삼중으로 괴로운 상황에 속해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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