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태국인 근로자가 지냈던 숙소.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제공"숙소는 짐승 우리만도 못했다. 돼지 배설물 악취 때문에 방 앞에서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사망 후 농장주에 의해 인근 야산에 유기된 60대 태국인 근로자 A씨가 지내던 경기 포천시 돼지농장의 숙소를 찾은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대표는 금방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돼지 울음소리와 함께 코를 찌르는 악취, 유독가스로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던 때문이다.
농장 안에 있는 아주 낡은 축사 입구에 있는 숙소는 가로 2m, 세로 3m 정도인 작은 방과 방의 절반 크기 정도 되는 주방이 있었다.
방 내부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고, 장판은 들뜬 상태였다. 안 그래도 좁은데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난방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A씨는 이 농장에서 10여 년간 농장주 B씨와 함께 돼지 1000여 마리를 키웠다고 한다. 주로 한 일은 돼지 배설물 치우는 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인 A씨는 관련 기관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다. 태국에 있는 가족과는 가끔 연락했지만, 이웃이나 같은 태국인들과 교류를 자주 하지 않고 주로 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국말은 서툴지만, 평소 밝은 성격이었다고 한다.
김달성 대표는 "아무리 농장주가 일을 도왔다 해도 돼지 1000여 마리를 노동자 혼자서 키우는 일은 심히 과도하다"면서 "소위 불법 체류자는 죽도록 부려 먹다 죽으면 내다 버려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A씨의 시신에서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건강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농장주 B씨는 A씨가 숨지자 트랙터에 실어 인근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의정부지법은 7일 B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B씨가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농장의 임금과 근로 환경 등 전반에 대해 조사 중이다.
또 B씨의 아들 C씨를 상대로 범행 가담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C씨는 경찰에 신고하자고 아버지를 만류했지만, 결국 함께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