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만세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한일관계가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념사는 정부의 향후 대일(對日) 관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일 간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아직 논의가 진행중인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3·1절 기념사에는 만세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과거와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을 진단하며 우리가 미래에 나아가야 할 내용이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번 기념사에서 "핵심 키워드는 자유, 헌신, 기억, 미래, 번영"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민주주의 핵심 가치로 '자유'를 줄곧 강조해왔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우리의 독립운동은 끊임없는 자유 추구의 과정으로, 현재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3·1절 기념사에서도 자유를 추구하는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미래를 열어가자는 의지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였던 지난해 3·1절 당시 특별성명을 내고 "3·1 정신은 대한민국 헌법에 구현된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뿌리"라며 "분열과 적대의 정치를 뒤로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 오늘의 우리가 3·1 정신을 올바로 기리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또한 "3.1정신은 무조건적인 반일(反日), 배일(排日)이 아니라"며 "우리가 진정으로 일제강점기의 상처를 추스르고,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제연대에 기초한 자강(自强)을 이루고 극일(克日), 즉 일본을 넘어서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독립운동 정신 계승이라는 큰 틀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잘 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헌신'과 '기억'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을 바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내용이 큰 틀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독립운동으로 계승된 자유의 정신이 자유 민주주의와 경제적 토대를 이루고 이제는 미래의 번영과 발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조될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인 만큼, 향후 정부의 한일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잣대로 이번 행사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일 관계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삼았다. 취임 후 지난해 9월과 11월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2차례 정상회담을 갖는 등 한일 관계 개선의 발판과 함께 '현안의 조속한 해결'이라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한일 관계 개선 의지 재확인 주목…구체적인 현안은 '신중'
다만 이번 기념사에는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양국 간 구체적인 현안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관계 비전으로 강조해 온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계승 역시 다시 거론할 가능성이 낮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일 양국의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논의가 공전하고 있는 등의 상황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3월 초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최종 접점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일 외교장관의 만남이 불발되면서 논의는 일단 뒤로 미뤄진 상태다. 3월 중으로 예상됐던 한일 정상회담도 성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언급될지 여부에 대해 "기념사가 구체적 현안을 다루는 건지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위 관계자 역시 "미래에 대한 갈 길을 언급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현안을 언급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을 앞두고 참모들과 직접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약 13분 분량이었던 지난해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보다 비교적 짧거나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