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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법이 상식을 벗어날 때 일어나는 일들

칼럼

    [칼럼]법이 상식을 벗어날 때 일어나는 일들

    핵심요약

    '법과 상식'은 최종심판자이자 합의
    상식을 벗어난 '50억 무죄'와 '출국금지 무죄'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논리
    법은 반드시 상식으로 받아들여져야 최고 가치
    사법부가 논란의 종식이 아닌 출발점이 돼서야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정치인들은 '법과 상식이 최고 권력'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법을 만들고 이를 매개로 정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최종심판은 법과 상식에 맡기자는 일종의 합의인 셈이다.
     
    한동훈 법무장관도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법과 상식에 맞게 나쁜놈들을 잘 잡으면 된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런 나쁜놈을 최종적으로 벌하는 것은 사법부이다. 따라서, 사법부에게 최고 가치는 당연히 법이고 상식일 것이다.
     
    현실에서 법은 상식이 되지만 상식이 반드시 법이 되지는 않는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병채 아버지'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원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법과 상식의 괴리를 잘 보여준 사례이다.
     
    첫 월급 15만원을 시작으로 매달 200만원대의 월급을 받았던 20대 청년에게 주어진 50억원의 퇴직금은 어떤 경우를 들이대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누가 봐도 청와대 민정수석인 아버지를 보고 준 돈이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버지와 아들은 독립생계이기 때문에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새로운 뇌물 통로의 지평을 열어준 50억원 무죄 판결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국민들 상식의 돋보기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해외 출국을 막은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게 내려진 법원의 판결도 상식적이지 않다.
     
    재판부는 "출국금지 조치는 위법하지만 직권남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출국금지 조치가 위법하지만 출국 때 수사가 난항에 빠져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필요성이 있으면 위법하더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법을 어겼는데 무죄라는 결정을 상식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류영주 기자·박종민 기자류영주 기자·박종민 기자
    이 판결은 '술을 마셨지만 음주운전이 아니다' '강간했지만 성폭행이 아니다'라는 말과 다름없다.
     
    당시 긴급 출국금지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은 납득이 가지만 이는 양형에 참작할 요소일 뿐이다. 그런데 이를 유·무죄의 근거로 삼으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되는 셈이다.
     
    국민의 정서가 법리를 앞설 수는 없다. 법원은 공소장과 오로지 증거에 의존해 판결을 내린다.
     
    때문에, 50억 무죄나 위법적 절차를 직권남용이라고 인정하지 않은 법원에만 돌팔매를 던질 수는 없다.
     

    검찰의 수사의지나 능력부터 의심하는게 먼저일 수도 있다.
     
    검찰의 정치화는 이미 절정에 달했고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고 현직 법무부 장관이 차기 대통령으로 거론되는 세상이다.
     
    50억 무죄 사건이나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역시 정쟁의 대상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 정치적 입장에 따라 유무죄를 받아들이는 입장이 달라지기도 한다.
     

    사법부는 불법과 몰상식을 재단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사법부마저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심판없는 격투기 경기를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법과 상식이 최고 권력'이라는 명제에 합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50억원 무죄와 출국금지 조치 무죄는 법리에 충실했을지 몰라도 상식을 벗어난 판결이다.
     
    상식이 반드시 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은 반드시 상식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법이 상식을 벗어날 때 법에 대한 저항이 움튼다. 사법부가 새로운 정쟁의 출발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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