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영정을 만지며 슬픔에 잠겨있다. 참사 유가족 측은 이날 녹사평역 분향소를 서울광장 분향소로 이전해 통합 운영한다고 밝혔다. 류영주 기자서울시가 핼러윈 참사 유가족에게 서울광장 분향소의 행정대집행(강제철거)을 경고하며 함께 제시했던 자진 철거 기한인 15일로 종료된다. 이에 맞서 전날(14일) 녹사평역 분향소까지 정리한 유가족들은 서울광장 분향소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분향소를 실제로 철거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또다시 정부와 유가족이 물리적 충돌을 빚을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언론 브리핑에서 유가족들에게 "15일 오후 1시까지 일주일간 행정대집행을 유예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이 날까지 시청 앞 서울광장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고, 다른 장소로 분향소를 옮기라고 요구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4일 서울광장에 기습 설치된 분향소가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설물이라며 녹사평역 지하4층 등으로 추모공간을 옮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은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추모공간 후보지를 통보했다며 시의 요청을 거부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전날(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녹사평역 분향소를 정리하고 서울광장 분향소에서만 추모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저희들은 녹사평 분향소를 오늘 정리할 생각"이라며 "시청 분향소와 이전·통합해 시민들과 함께 온전한 추모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고인의 영정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다. 참사 유가족 측은 이날 녹사평역 분향소를 서울광장 분향소로 이전해 통합 운영한다고 밝혔다. 류영주 기자 유가족들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서울시에 '관급 건물'을 추모공간으로 요청했다. 민간 건물에 추모공간이 마련되면 건물 소유주 마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추모공간을 찾아 헤매는 일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유가족들이 녹사평역 지하4층을 먼저 제안했다는 서울시의 주장을 반박하며 "서울시가 관급 건물이 없다고 얘기해서 이태원역도 있고, 녹사평역도 있고, 용산구청도 있고, 시청로비도 있다고 얘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이미 두 차례 계고장을 전달하는 등 행정대집행 절차를 모두 밟았다며 기어코 분향소를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서울광장에 설치된 시설물(분향소)은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시민들께서 동의하시는 분향, 추모시설 설치를 위해 유가족분들께서 직접 대화에 나서 주시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시는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15일 오전까지 유가족과 소통하겠다며 강제철거 착수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 류영주 기자 이날 서울시가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한다면, 현장에 경찰력이 투입될 가능성도 높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위한 경찰 지원을 요청할 경우 적극 나겠다고 밝혔다.
서울청 관계자는 "통상 사례를 보면 서울시가 직원과 용역을 동원해 천막을 철거할 것"이라며 "경찰은 그 과정에서 발생할 충돌을 방지하고, 공무집행 방해사범 제지하거나 서울광장 시위대 유입 차단 등 임무를 한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은 경찰과 또 격렬하게 대치하는 상황이 반복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1차 계고일인 지난 6일, 경찰이 유가족의 분향소 출입을 막다 물리적 충돌을 빚어 유가족 3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진 바 있다.
한 이태원 유가족은 "그때(6일)는 저희 말고 시민단체도 있었고, 일반 시민도 있었는데 내일은 아마도 사람도 없을 때 몰래 (철거를) 진행할 것 같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