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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자는 늘었는데…오히려 줄어든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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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주취자는 늘었는데…오히려 줄어든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핵심요약

    잇단 주취자 사망 사건에, 주취자를 방치한 경찰이 보호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주취자는 나날이 늘고 있는데, 경찰이 주취자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운영 중인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의 이용률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현장에서 일선 경찰관이 주취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는 게 어렵기 때문인데요. 센터에 주취자를 데려갔다가 의료진이 '단순 주취자'라며 돌려보내는 '헛걸음'이 반복되니 경찰도 센터 이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주취자를 받을 순 없는 의료진도 곤란하긴 마찬가지. 전문가들은 경찰도 주취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도록 상세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주취자 치료·보호하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서울 6곳→4곳 줄어
    주취자 늘어나는데…거꾸로 감소한 센터 이용률은 '4.8%'까지 곤두박질
    "응급상황"vs"단순주취"…경찰-센터 판단 달라 충돌 빚기도
    전문가 "①판단 기준 ②교육 ③환경 개선 필요"

    연합뉴스연합뉴스
    최근 주취자 사망 사건이 잇따르면서 주취자를 방치한 경찰에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고 있다. 주취자를 소홀히 보호한 경찰의 책임도 있지만, 애초 주취자를 제대로 보호할 시설·환경부터 태부족이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주취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들을 보호하고 치료하기 위해 마련된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의 이용률은 낮아져서 오히려 센터 개수가 줄었다.

     

    주취자 치료·보호하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서울 6곳→4곳 줄어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는 의식이 없거나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주취자를 인계받아 치료·보호하는 곳이다. 2011년 10월부터 서울을 비롯해 대구·인천 등 전국 18곳에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보통 센터는 일반병원 응급실 한편에 분리된 공간으로 마련돼 있고, 센터당 평균 3개 정도의 병상이 있다.
     
    경찰청 <보호조치 매뉴얼>에 따르면, 경찰이 주취자에게 치료나 보호가 필요한지 현장에서 판단해 센터로 주취자를 데려가고, 의료진이 주취자 보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센터는 입원한 주취자에게 주취 해소 등 치료·보호조치를 취하고, 이후 치료 상황에 따라 귀가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센터가 없는 일반병원의 응급실도 주취자를 받을 수 있지만, 주취자가 난동을 피울 수 있어 병원 측이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주취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센터를 따로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경찰청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센터는 애초 서울에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6곳(국립중앙의료원,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 적십자병원, 서남병원, 동부병원)이 있었지만, 2021년 서남병원과 동부병원의 센터는 문을 닫아 4곳만 남았다.

     

    주취자 늘어나는데…센터 이용률 '4.8%'에 그쳐

    연합뉴스연합뉴스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2곳이 문을 닫은 이유는 '낮은 이용률'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 A씨는 "(문을 닫은 이유는) 실적이 너무 없었던 탓"이라며 "이용자가 하루에 한두 명 수준으로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취자 신고 건수는 늘어나는 데 비해,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이용률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서울경찰청과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 내 주취자 신고는 2018년 3만 7572건, 2019년 4만 6181건, 2020년 4만 2518건, 2021년 3만 2849건, 2022년 3만 8210건에 달한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잠시 꺾였을 뿐,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로 2022년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100건에 육박한다.
     
    반면 신고 건수 대비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이용률은 현저히 줄었다. 2018년 17.8%(6694명)에서 2019년 12.2%(5641명)로 떨어졌다가 2020년엔 4.3%(1809명), 2021년엔 이용률이 2.8%(923명)까지 내려갔다. 2022년에도 이용률은 4.8%(1836명) 수준에 그쳤다.
     
    하루 평균 주취자 신고는 약 100건 수준인데, 100명 중 4명 정도만 센터를 이용하고 있었다. 서울에 센터가 4곳 있으니 센터 한 곳마다 하루에 한 명 정도만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응급상황"vs"단순주취"…경찰-센터 판단 달라 충돌 빚기도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의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의료 전문가가 아닌 일선 경찰관들이 주취자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의 <보호조치 매뉴얼>에도 센터 인계 여부를 결정하는 자세한 기준이나 체크리스트 등은 담겨 있지 않다. 매뉴얼에는 "단순 주취자는 보호조치 대상이 아니며 (…) 단순 주취자와 의식이 없는 만취자를 구분"하고, "의식이 없는 경우 호흡이나 심장박동을 확인해 의료기관에 후송"하라는 정도로 안내할 뿐이다.
     
    경찰청 <보호조치 매뉴얼> 中 주취자 관련 대목경찰청 <보호조치 매뉴얼> 中 주취자 관련 대목일선 경찰관 B씨는 "채혈을 할 수 있는 것도, 음주 단속할 때처럼 기기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센터로의 인계가 필요한 주취자) 기준을 명확하게 그을 수 없다"며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다 보니 경찰이 주취자를 센터에 데려가도 의료진이 되돌려보내기도 한다. 경찰은 '위급한 상황'으로, 의료진은 '단순 주취자'로 서로의 판단이 대립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 C씨는 "매뉴얼에 따르면 주취자를 (센터로) 데려가야 하는데 데리고 가려고 해도 조건을 이것저것 따지고 그러다 보면 갈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일선 경찰관 사이에서는 '어차피 데려가도 돌려보낸다'며 센터 이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 B씨는 "(주취자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사실 경찰관 입장에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적당히 취한 사람도 센터에 보내고 싶어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단순 주취자까지 받으면 어떻게 하냐는 입장이다. 서로 원하는 게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센터 입장에서는 경찰이 데려오는 주취자를 전부 받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관계자 D씨는 "일반 환자도 그렇듯, 주취자도 (경찰이 보기에는) 심각해 보이지만 막상 (센터에) 와보면 체크만 하고 귀가시키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얘기했다. 또 다른 센터 관계자 E씨 또한 "우리 판단도 있으니 주취자를 무조건 다 받을 수는 없다"며 "무조건 만취상태라고 데려오는 경찰들도 있어 경찰관들과 의견 충돌이 많다"고 말했다.
     
    E씨는 "아무래도 주취자들이 오면 일손도 부족하고 손이 많이 간다"며 "완전 만취가 돼 (의료진이) 맞거나 물건을 깨는 등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위험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서울 내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는 전부) 공공병원이다보니 위에서 시키니 하는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 "①판단 기준  ②교육 ③환경…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우선 보호조치가 필요한 주취자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은 "현재 (보호조치가 필요한) 주취자 개념 자체에 대한 정의가 굉장히 애매모호하다"며 "(보호조치가 필요한) 주취자 개념을 정확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 위원은 또 "(경찰과 의료진의) 의견의 불일치가 일어나는 것은 결국 (경찰) 교육의 문제"라며 "경찰이 의료 방면에 있어서 문외한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병원과 경찰 사이에 세미나나 교육을 꾸준히 해 경찰의 주취자 개념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취자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만 제대로 된 주취자 치료·보호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 B씨는 "주취자에 대해서 경찰의 초동 조치 이후 구호 기관(센터 등)에 인계할 때 그 기관에 대해 정확히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노숙인, 정신질환자와 같이 주취자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뿐만 아니라, 소방·지자체 등 유관기관이 경찰과 긴밀히 협조해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로 원활히 인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런던의 경우 소방 당국이 앞장서 경찰, 민간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주취해소버스(booze bus)'를 운영한다. 해당 버스는 최대 5명의 주취자를 수용할 수 있고, 주취 해소를 위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주취자에 대한 적절하고 신속한 치료·보호가 가능한 환경이다. 또한 크리스마스 시즌 등 주취자 발생이 폭주하는 시기에는 시내에 '간이 주취자 보호센터'(treatment center)를 설치한다.

    아울러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의 낮은 이용률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 B씨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찰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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