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왜 이리 빨라"…택시 미터기 초록색 말, 이제는 사라졌다

  • 0
  • 폰트사이즈
    - +
    인쇄
  • 요약


서울

    "왜 이리 빨라"…택시 미터기 초록색 말, 이제는 사라졌다

    택시 미터기 기계식에서 앱 방식으로 모두 전환…요금인상 날 봉인 해제 진풍경도 아듀

    심야시간 승객의 마음은 아랑곳 않은 채 눈치도 없이 질주하던 택시 미터기의 초록색 말이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소식입니다. 서울시 택시의 99.9%가 기계식에서 앱 미터기로 전환했고, 이번 요금 인상 때는 택시들이 대형 주차장에 모여 한꺼번에 봉인해제를 하던 진풍경도 사라졌습니다. 이번 요금인상으로 배달 나갔던 택시기사들이 좀 돌아올까요?

    2019년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으로 인상되던 당시의 기계식 미터기. 왼쪽 상단에 초록색 말이 보인다.2019년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으로 인상되던 당시의 기계식 미터기. 왼쪽 상단에 초록색 말이 보인다.
    "아니 왜 이렇게 빨리 달려…" 

    늦은 회식자리를 파하고 비몽사몽 택시에 올라타고 집으로 향하노라면 택시미터기 액정 화면 한 켠에 자리잡았던 초록색 말은 언제나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곤 했다. 택시가 심야 도로를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하면 으레 작은 초록색 말은 쉴 새 없이 다리를 움직였고, 그 옆에 찍힌 택시요금 숫자 만큼이나 이 눈치없는 말은 승객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그랬던 초록색 말은 이제 적어도 서울시 택시에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시내 택시의 99.9%가 기계식 미터기에서 앱 미터기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계식 미터기는 택시 타이어의 회전수에 따라 거리를 계산하지만, 앱 미터기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GPS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요금을 산정하는 거리와 속도는 GPS 수치와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 계산된다.
     앱 미터기. 서울시 제공앱 미터기. 서울시 제공
    기계식 미터기는 속도를 높여 타이어가 빨리 돌아갈수록 말도 빠르게 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 요금 조작 시비를 없애기 위해 서울시는 택시 미터기를 봉인을 해서 아예 건드릴 수 없도록 했다. 때문에 이번처럼 택시요금이 인상되는 경우 상당한 혼란이 초래되기도 했다고.
     
    서울시 담당자는 "기계식 미터기를 쓸 때는 요금인상 당일 새벽에 서울대공원 주차장이나 난지도 주차장 등에 택시를 한꺼번에 모아놓고 봉인을 떼고 프로그램을 바꾼 다음, 검정을 거쳐 품질시험서까지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미터기 교체를 위해 서울시 난지도 주차장에 모인 택시들.미터기 교체를 위해 서울시 난지도 주차장에 모인 택시들.
    때문에 요금 인상 당일에는 거리에 나와 있는 택시가 너무 적어서 문제가 되기도 했고, 순차적으로 택시 미터기를 교체하다 보니 미처 미터기를 교체하지 못한 택시들은 요금 조견표를 달아서 미터기 숫자에 조견표를 대입해 인상된 요금을 받는 불편도 있었다. 택시 기사들도 새벽에 미터기 봉인을 떼고 교체하는 번거로움과 함께 검정 비용까지 납부하는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서울시 담당자는 당시 미터기 교체에 한 달이 걸렸고, 교체된 미터기 검정 비용만 40억 원이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시 택시요금은 1일 새벽 4시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기본요금이 1천원(26.3%)이 올랐다. 이번 택시요금 인상 때는 새벽 4시에 앱 미터기가 자동으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했고, 과거 대형 주차장에 택시를 모아 놓고 봉인을 떼고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진풍경은 더 이상 없었다.  
     
    요금 인상은 택시를 이용하는 서민들에게는 뼈 아픈 소식이다. 당장 무서워서 택시를 못 타겠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한편으로 기대감도 있다고 했다. 법인 택시 기사들이 택배나 배달 쪽으로 너무 많이 떠나면서 심야시간 대에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는데 이번 요금 인상으로 택시 품귀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서울시 담당자는 "배달로 버는 소득 정도는 벌 수 있게 해줘야 택시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겠느냐"며 이번 요금 인상으로 심야시간 대 택시 잡기가 조금 수월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요금 계산 기능은 앱 미터기에 넘겨줬지만 기계식 미터기는 여전히 택시에 달려있고 또 작동하고 있다. 운행기록계, 이른바 타코미터를 기계식 미터기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담당자는 "기계식 미터기의 요금 표시 기능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에 가림막으로 막아놨다"고 말했다. 우리 눈에는 더 이상 보이지 않지만 초록색 말은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