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올해 첫 통화정책 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놓고 위원들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 13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31일 오후 홈페이지에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통화정책 방향회의에서 한 위원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리스크(위험)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2%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는 품목들을 지수화한 확산지수가 7월 수준에서 내려가지 않았고, 근원 품목 확산지수는 오히려 계속 오르고 있어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억제할 필요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인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한국과 미국 간 정책금리 격차가 크게 확대돼 외환 부문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미 금리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진 상황이 지속되면 원화가 빠르게 약세로 돌아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1월 통화정책 방향회의에서는 다른 3명의 금통위원도 비슷한 이유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금통위원 2명(주상영·신성환)은 지난해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 등을 내세우며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한 위원은 "국내 경기의 둔화 흐름이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하고 있다"며 "수출 부진이 심화하고, 민간소비 증가세도 실질구매력 감소와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등으로 크게 약해지는데, 긴축적 금융 여건도 경기 하방 리스크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공동취재단또 "최근 총통화(M2)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하는데, 이는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 확대를 경계할 단계가 이미 지났다는 뜻"이라며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경제 활력이 과도하게 위축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3.5%로 최종금리 수준을 더 열어놓자는 의견과 현재가 최종금리 수준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로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을 놓고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거의 3대 3 수준으로 나뉘었다.
한 위원은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추세가 확인될 때까지 긴축적 정책 기조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른 위원도 "물가 상승률이 이른 시일 내 목표 수준 가까이 수렴될 것이라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추가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장 경기 둔화 움직임이 우려되지만 '고물가의 고착화'가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신중론을 펼친 한 위원은 "금융 여건이 충분히 긴축적 영역에 진입한데다, 올해 들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추가 긴축 여부는 그동안 지속된 긴축정책의 파급효과 정도, 실물경제 흐름, 대외여건 등을 지켜본 후에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위원도 "물가 상승률이 현재의 전망대로 둔화 흐름을 이어간다면, 실질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부진과 금융안정 리스크 측면의 부담을 고려해 추가 인상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한국시간으로 다음달 2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하는 가운데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2월 금통위는 다음달 23일로 예정돼 있는데, 미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시장 예상치보다 커지면 한미 금리차 역전폭도 확대된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4.25~4.5%로 한미금리차는 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