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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또광현, 또현종으로는 미래가 없다' 오지랖으로 끝나는 추신수 발언



칼럼

    [칼럼]'또광현, 또현종으로는 미래가 없다' 오지랖으로 끝나는 추신수 발언

    6번째 국가대표로 나서는 김광현과 양현종
    일본언론 "또 김광현이냐?" 조롱
    일본은 올림픽 우승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세대교체
    추 발언 요지는 안우진 옹호가 아닌 세대교체 필요성
    140km 공으로 160km를 이길 수 있을까?
    결국 WBC대회 성적이 말해줄 것

    SSG 추신수. 연합뉴스SSG 추신수. 연합뉴스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이냐?" "나라면 미래를 봤을 것"이라는 추신수(41.SSG랜더스) 발언이 처음 나왔을 때만해도 파장이 커질 줄 알았다. 파장이 커지길 바랬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적어도 잠실야구장 환경개선 공사 때처럼 야구계가 솔깃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파장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찬반논쟁으로 논란을 키운 것은 야구팬들의 몫.
     
    kbo를 비롯한 야구계는 추신수의 이 발언을 애써 외면했다. "한국야구를 사랑하는 한 고참 선수의 고언" 정도로 치부해버렸다.
     
    추신수가 말한 한국야구의 미래에 뜨거운 감자인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우진은 김광현과 양현종 이후 최고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잠재력으로는 두 선수보다 높고 선동열과 최동원, 류현진 이후 국내 최고 투수가 될 재목으로 꼽힌다.

    그런 안우진에게는 고교시절 학폭 전력이 뒤따르고 있다. 여러차례 해명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세척되지 않고 있다.
    힌다.
     
    키움 안우진. 연합뉴스키움 안우진. 연합뉴스
    안우진은 아무리 훌륭한 성적을 내더라도 평생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할 것이다.
     
    추신수는 "한국야구가 미래를 위해 안우진과 문동주(20.한화 이글스) 등 젊은 투수에게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안우진이 과거 잘못을 반성하고 징계도 받았는데도 국가대표로 뛸 수 없다.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후배를 위해 선배들이 나서야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추신수의 이 발언을 곱씹어보면 안우진을 두둔하는게 아니다.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자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한국야구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러 있다. 국제대회 성적은 처참할 지경이다.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차 대회 이후 매번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체험중이며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는 최종 4위에 그쳐 실망감을 안겼다.
     
    KBO리그의 민낯을 낱낱이 목격한 팬들이 떨어져나가면서 프로야구 관중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kbo리그는 국제대회를 병역면제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눈치보기와 나눠먹기식으로 대표선수를 선발한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는 평균 150km 이상을 꾸준히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안우진과 고우석(LG 트윈스)을 포함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반면에 우리와 체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왜소하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프로야구에는 150km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1군에만 수십 명에 이른다.
     
    세부적인 지표로 들어가면 더 처참하다. 투수들의 경기당 볼넷과 폭투는 각각 8.96개와 0.88개로 6.49개와 0.54개인 일본 투수들보다 제구력에서 한참 처진다. 실책은 경기당 1.38개로 0.97개에 불과한 일본과 편차가 크다.
     
    이런 상태에서 김광현(34,SSG랜더스)과 양현종(34,기아타이거즈) 선수가 오는 3월 열리는 WBC 대회에 선발 에이스로 출전한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각종 국가대표 경기에 5번씩 선발됐다.
     
    두 선수는 이번 WBC대회로 6번째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두 선수가 그동안 대한민국의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전성기를 지난 나이이다. 게다가 잦은 국제대회 출전으로 상대팀으로부터 전력이 분석된 상태이다. 오죽하면 일본 언론에서 "또 김광현이냐?"라고 사실상 조롱하는 상황이다.
     
    반면에 일본 대표팀은 우리보다 월등한 기량임에도 이번 wbc대회를 앞두고 또 다시 과감하게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일본은 지난 26일 wbc에 나설 대표팀 30명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오타니 쇼헤이와 구리야마 일본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오타니 쇼헤이와 구리야마 일본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등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들이 WBC에 나선다.
     
    일본 대표팀은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음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이끈 베테랑 선수들인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기쿠치 료스케(히로시마), 야나기타 유키(소프트뱅크) 등을 과감하게 제외했다.
     
    대신에 160km를 꾸준히 던지는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를 비롯해 타카하시 히로토(주니치), 미야기 히로야(오릭스), 토고 쇼세이(요미우리) 등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사사키 로키. 연합뉴스 사사키 로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금메달 멤버 24명 중 이번 대표팀에도 포함된 것은 10명 뿐이다. 절반 이상이 교체된 것이다.
     
    추신수는 "일본 같은 경우 국제대회를 하면 새로운 얼굴들이 많다"라며 "우리는 김현수(LG트윈스)를 비롯해서 베테랑이 많다. 나라면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봤을 것 같다. 언제까지 김광현과 양현종인가"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조용히 입닫고 있으면 편한 말년을 보낼 수 있다. 눈 한번 질끈 감으면 가정사까지 거론되는 모욕을 겪을 일도 없다.
     
    공인인 프로야구 선수에게 품성은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 프로야구 미래까지 발목잡을 만큼의 주홍글씨를 붙일 일인지는 생각해볼 일다.
     
    이미 반성과 징계를 감수한 마당에 전과자 꼬리표를 붙여 국가대표팀에 영원히 얼씬도 못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추신수 발언의 핵심은 학폭 안우진을 용서하라는 강요가 아니라 한국야구에 세대교체와 투자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추신수가 던진 돌은 연못 속에 작은 파장만 일으킨 뒤 잔잔해지고 있다.
     
    한국 야구는 '2017 WBC 서울라운드'에서 1라운드 탈락의 악몽을 맛봤다. 사진은 참사의 시작이었던 6일 이스라엘과 경기에서 연장10회 접전 끝에 1-2로 패배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고개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모습. 황진환 기자한국 야구는 '2017 WBC 서울라운드'에서 1라운드 탈락의 악몽을 맛봤다. 사진은 참사의 시작이었던 6일 이스라엘과 경기에서 연장10회 접전 끝에 1-2로 패배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고개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모습. 황진환 기자
    과연 한국 타자들이 150km를 넘어 160km를 던지는 일본 투수들의 공을 칠 수 있을 것인가?
    고작 140km대에 머무르는 한국투수들이 일본 타자들의 정교한 스윙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한국팀이 유일하게 150km 후반대 공을 꾸준하게 뿌리는 20대 초반 안우진 없이도 예선을 통과할 수 있을까?
     
    3월 WBC대회 성적이 말해줄 것이다. 추신수가 마냥 안우진의 학폭을 옹호한 것이 아니라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한 고언이었는지, 주제넘은 오지랖이었는지도 대표팀의 경기력이 증명할 것이다.
     
    그래서, 추신수 발언은 어떤 형태로든 한번 더 소환될 수 밖에 없고 그때라도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닫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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