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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마스크 곧 풀리지만 '격리의무 조정' 논의 이른 이유



보건/의료

    실내마스크 곧 풀리지만 '격리의무 조정' 논의 이른 이유

    당국 "WHO 비상사태 풀리고 국내 위기경보 하향하면 논의"
    오미크론 유입後 단축 당시엔 '짧아진 전파기'란 과학적 근거
    "지금은 방역적 근거 딱히 없어…완화 시 유행여파 더 클 것"
    '아프면 쉬는' 문화 정착도 의문…상병수당은 시범사업 단계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오는 30일부터 실내마스크 착용의무가 권고로 전환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유지하는 방역조치는 사실상 '확진자의 7일 격리'가 유일해졌다. 당국이 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 내내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강조했던 실내 마스크가 풀림에 따라, 확진자의 격리의무 단축 또는 해제 논의도 서서히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 '확진자 격리의무' 관련 논의를 하기 이른 시점이라 보고 있다. 앞서 기간을 줄였을 때는 바이러스의 전파특성 등 그에 상응하는 과학적 근거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를 딱히 뒷받침할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14일이었던 확진자의 격리일수는 현재 7일까지 줄어든 상태다.
     
    정부도 상황 상 논의할 만한 주제라면서도, 구체적인 시기에 대한 언급은 꺼리는 모양새다.

    국민 99% 항체 얻었다지만…확산 방지 위한 '격리 필요성' 유효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격리는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양성 판정을 받으면, 당국이 지정한 감염병 전담병원의 격리병상 또는 경증 치료자를 수용하기 위해 고안된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돼 14일 동안 격리 조치됐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을 추진하기 전인 2021년 10월 31일까지는 해외입국자 및 밀접접촉자도 확진 여부와 관계없이 2주 간의 격리가 의무적으로 적용됐다.
     
    같은 해 11월 1일부터는 격리기간이 14일에서 열흘로 줄었다. 일상회복 이후 자택에서 격리하는 '재택치료'란 개념이 생기면서, 기준이 다소 완화됐다. 자가에서 지내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무증상·경증 환자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도 1주일로 단축됐다.
     
    지난해 1월 26일, 전파력이 압도적인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예방접종 여부에 따라, 차등을 두기도 했다. 기초접종을 완료한 재택치료자는 1주일, 미완료인 경우는 열흘 격리가 실시됐다. 2월 9일부터는 증상 유무를 따지지 않고 확진되면 '7일 격리'가 일괄 시행됐다.
     
    확진자에 대한 격리는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역학적으로 불가피한 조치였다. 코로나19가 대면 접촉을 통해 전파되고, 공기 중에 퍼진 비말(침방울)이 감염경로가 되는 호흡기바이러스인 탓이다. 특히 감염 초기인 무증상기에도 전파력이 유효한 코로나19의 특성상 바이러스 배출이 이뤄지는 동안은 확진자를 외부로부터 확실히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다만, 7차에 걸친 유행을 거치면서 국민 대부분이 백신 접종 또는 자연 감염으로 항체를 보유하고 있단 점(항체양성률 98.6%)과 더불어 '위드(with) 코로나' 기조가 가속화되면서 확진자의 격리의무 역시 완화 수순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99%에 가까운 국민이 항체를 얻었다는 사실이 '집단 면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도 시간 경과에 비례해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내마스크 지침 조정을 두고 당국에서 더 이상 착용 여부를 일일이 단속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 스스로와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율적 착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가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국 '위기경보·감염병등급 하향' 전제…마스크 해제보다 신중

    이같은 점을 잘 알고 있는 방역당국도 격리의무 완화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한국도 이제 1단계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가 진행되면서 그런 논의를 시작할 단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지금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아직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는 비상사태가 해제되고, 이후 국내의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경계'나 '주의' 단계로 변경되면 격리의무 해제를 전문가들과 같이 논의해서 결정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말 정치권에서 먼저 흘러나온 격리일수 단축 제안을 일축했던 것과는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지만, 당장은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 없다는 취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통해 코로나 감염 시 격리기간을 1주일에서 사흘로 줄이자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당시 지 청장은 이에 대해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기간은 평균 1주일 정도로 보고 있다. 그 정도 격리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확진자 격리의무 조정은 겨울철 재유행이 안정화된 이후, 현행 2급인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인플루엔자(계절독감)와 같은 4급으로 하향되면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코로나19가 그간 당국이 수차례 비교대상으로 삼아온 '독감'과 같은 정도의 위험성이라고 공식화되기 전까지는 격리의무의 실질적 조정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단축, 해제할 만한 과학적 근거 없어"…'아프면 쉬는' 문화 아직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확진자의 격리일수를 줄이거나 의무 자체를 해제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오미크론 유행 당시 확진자의 격리일수를 단축했을 때는 분명한 근거가 있었다. 평균적으로 오미크론에 최초 노출된 후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3.7일이었다는 질병청의 데이터 등이 활용된 것이다. 한 사람이 다른 감염을 감염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인 세대기가 앞선 우세종인 델타 변이(2.9~6.3일) 등에 비해 짧은 평균 2.8~3.4일로 조사되기도 했다.

    대체로 감염되고 1주일이 지나면, 추가 감염이 이뤄질 가능성은 현저히 적다는 게 임상적으로 확인됐기에 기간을 줄일 수 있었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확진자의) 격리일수를 줄이는 게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격리의무를 유지한 상태에서 (일수를) 줄인다는 건 과학적 근거가 없는 편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 배출기간이 줄었다는 근거도 없고, 뒤로 갈수록 전파력이 없어진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엄 교수는 "(실내)마스크 착용의무를 해제했을 때 영향을 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 (적어도) 한 4주 정도는 추이를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격리의무를 해제하게 되면) 실제 유행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화두가 된 '아프면 쉬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적지 않은 일반 사기업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아도 개인 연차 등을 써서 격리기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급 병가를 주는 회사들도 감염병예방법 상 확진자의 격리가 '의무'인 점을 근거로 삼아왔는데, 의무가 폐지되면 굳이 이같은 혜택을 제공할 이유가 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픈 노동자가 부득이하게 쉬는 기간 소득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은 작년 7월에 시작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단계다.

    엄 교수는 "확진자 격리가 의무가 아니어도 1주일 격리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돼야 한다. 직장 근로자들의 업무 공백이 생겨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격리일수 단축이나 해제를) 추진할 건가"라며 "이 부분은 의학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고 노동의 문제다. (정부가) 보완책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으면 (일터에서) 불편한 상황이 계속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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