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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강대강에 퇴로도 막혀…제동장치 없는 '외통수' 위기



국방/외교

    남북 강대강에 퇴로도 막혀…제동장치 없는 '외통수' 위기

    핵심요약

    '남조선 전역 사정권' '우월한 전쟁 준비' 등 호전적 말폭탄 난무
    과거 수차례 위기 때와 양상 달라…신냉전 기류에 중재역할 실종
    강경파 득세에 대화파 입지 축소…제2 우크라이나 가능성마저 우려

    김주애와 '화성-12형' 둘러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김주애와 '화성-12형' 둘러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남북이 새해 벽두부터 '남조선 전역 사정권'이나 '정권의 종말' 같은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정세가 전례 없는 긴장감에 얼어붙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공개된 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며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공개했다.
     
    '압도적 군사력'을 위한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산을 예고했고 핵무력의 '제2사명'은 선제공격이 될 것임을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과 새해 첫날에는 연말연시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방사포를 잇달아 발사하며 단지 말뿐인 위협이 아님을 보여주려 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사건의 파장이 이어지던 지난달 28일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며 "북한에 핵이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루 뒤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강조했다. 30일 저녁 불시에 이뤄진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시험은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남조선 전역 사정권' '우월한 전쟁 준비' 등 호전적 말폭탄 난무

     
    현 한반도 정세는 과거 수차례의 위기 상황과 맞먹거나 오히려 악화된 측면이 있어 우려스럽다. 강도가 세졌을 뿐 아니라 양상도 다르다.
     
    남북은 북한 핵개발 초기인 1993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30년간 최소 3~4차례의 전쟁 위기를 겪었다.
     
    1차 북핵 위기에 이은 2002년 2차 북핵 위기, 2010년 천안함 피격 및 연평도 포격에 따른 확전 위기, 2017년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화염과 분노' 위협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올해가 과거 사례와 다른 결정적 차이는 중간에 싸움을 말리고 중재하는 역할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1차 북핵 위기 때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고비를 넘겼고 2차 북핵 위기는 이듬해 미국의 이라크 전쟁으로 불똥을 피할 수 있었다.
     
    2010년 연평도 사태 때는 우리 군의 전투기 투입을 놓고 주저하다 반격 시기를 놓쳤다. 2017년 충돌 위기는 이듬해 초 평창올림픽을 계기삼아 대화 국면으로 급반전했다.
     

    과거 수차례 위기 때와 양상 달라…신냉전 기류에 중재역할 실종


     공군 제3미사일방어여단 8787부대를 방문한 가운데 패트리어트 발사대가 운용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공군 제3미사일방어여단 8787부대를 방문한 가운데 패트리어트 발사대가 운용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반면 올해 한반도 위기는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신냉전 기류로 인해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남북이 부딪히면 미국이나 중국이 중재하고, 북미가 충돌하면 남한이라도 완충 역할을 했던 과거와 딴판인 셈이다.
     
    단적인 예로 군 당국이 북한 무인기에 대한 맞불작전으로 송골매(무인기)를 북측에 투입했음에도 정전협정 관리 역할을 하는 유엔사는 사실상 뒷짐을 졌다.
     
    뿐만 아니라 남북 내부적으로도 누적된 상호 불신과 적대로 인해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온건 대화파의 목소리는 거의 증발해버렸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일 한 토론회에서 "북한 최고지도부가 전면에 나서면서 통일전선부 등 대남 실무부서의 역할이 실종되었으며, 전문부서의 역할 축소로 정책적 오판 발생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강경파 득세에 대화파 입지 축소…제2 우크라이나 가능성마저 우려

     북한 무인기 영공침범, 다시 냉전시대. 연합뉴스북한 무인기 영공침범, 다시 냉전시대. 연합뉴스
    우리 정부의 사정도 크게 다르다고는 볼 수 없다. 군 수뇌부는 북한 무인기 격추 실패와 윤 대통령의 질책에 자극 받은 듯 "일전불사를 각오한 응징"을 외치고 있다.
     
    군은 이미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연평도 사건 등을 거치며 교전수칙을 공격적으로 바꿈으로써 일선 지휘관의 권한을 강화해놓은 상태다.
     
    미온적 대처를 했을 경우의 문책 가능성이 오히려 높기 때문에 적어도 전술적 차원의 충돌 가능성은 커진 셈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올 상반기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역대급 수준으로 이뤄질 것을 고려하면 남북 강대강 대치 역시 역대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제2의 우크라이나 가능성을 우려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남북 모두 스스로 출로를 막아놨다는 점이다. 아무리 적대적 상황에서도 화전 양면 전술을 통해 최악의 경우 빠져나갈 여지는 마련해두는 게 상례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의 수모를 남측에 화풀이 하고 있고, 윤 대통령도 낮은 지지기반 등으로 인해 강경 일변도의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먼저 고개를 숙이는 쪽이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고, 결국 끝장을 봐야만 끝이 나는 위험한 치킨게임이 시작된 셈이다.
     
    조만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통한 미중관계 개선 가능성이 거의 유일한 변수로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이조차 전망이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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