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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나는 무직이 됐다" 새해, 시작이 두려운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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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1월 1일, 나는 무직이 됐다" 새해, 시작이 두려운 이들

    핵심요약

    새해를 맞는다는 건 설레는 일입니다. 지난 한 해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시작이 설레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시작은 더딥니다. 새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장애아동의 학부모들은, 발달이 비교적 느린 아이의 적응 걱정에 취학을 늦출지 고민입니다. 누군가의 시작은 아립니다. 1월 1일부로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새해가 아픕니다. 코로나19와 치솟은 물가에 고통받는 자영업자들도, 앞날이 불투명한 취업준비생들도 새해가 두렵긴 마찬가집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희망찬 새해를 꿈꿉니다.

    "초등학교 입학해도 될까요?"…'더딘 시작' 장애아동 학부모들
    "1월 1일, 무직이 됐다"…'아픈 시작'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럼에도 놓지 않은 새해 시작의 '희망'…"어려움도 지나갈 것"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곳곳에서 신년맞이 행사가 열리며 새해의 설렘을 만끽하는 시민들이 많지만, 한 해 시작이 두려운 이들도 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장애아동의 학부모도, 1월 1일부로 '무직'이 된 비정규직 노동자도, 코로나19와 치솟는 물가에 고통받는 자영업자도, 앞날이 불투명한 취업준비생도 새해에 대한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CBS노컷뉴스는 새로운 해가 떠오른 날,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초등학교 입학해도 될까요?"…'더딘 시작' 장애아동 학부모들


    위 기사는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박종민 기자위 기사는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박종민 기자
    올해 취학연령 장애아동을 둔 학부모들은 아이의 입학을 망설인다. 또래 비장애 아동보다 발달이 조금 더딘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불안한데다, 장애아동의 학습 수준과 장애 특성을 고려한 특수교육 여건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8살 A군의 어머니도 입학을 미뤄야 할지 고민이 크다. A군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배정됐다. 하지만 A군이 배정된 곳은 특수학급이 없는 학교다. 입학을 한다면, 특수교사가 아닌 일반교사에게 또래 비장애 아동과 같은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A군의 어머니는 "학교에 특수학급 설치를 요청했지만 아직도 결정이 안 됐다"며 "취학 유예를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이같은 이유로 입학을 미루는 부모가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취학 연령이 됐음에도 학교에 가지 않은 장애아동은 전국 1295명에 달했다. 조경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직국장은 "장애 학생 부모에게 학교 보낸다는 것은 '우리 아이가 여기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부터 시작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걱정"이라며 "(학부모들이) 특수학교를 더 선호하지만 특수학교는 이미 포화상태"라고 했다.

     

    "1월 1일, 무직이 됐다"…'아픈 시작' 비정규직 노동자들

        12월 31일 자로 근로계약이 만료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새해는 '아픈 시작'이다. 다시 일자리를 구해야 하지만 근심이 앞선다.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하던 노인생활지원사 이재숙(64)씨. 이씨는 며칠 전 나이를 이유로 재계약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매년 재계약을 하며 3년을 다녔던 일터였다. 이씨는 "새해 제일 걱정되는 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 닥치니 스트레스를 받아 병원을 다니고 있다"며 털어놨다.

    경기도 평택의 한 아파트에서 일하던 경비원 류광은(70)씨도 새해부터 갑작스레 '무직'이 됐다. 지난 2020년부터 1년 혹은 3개월 단위로 매번 근로계약을 연장해왔던 류씨는 지난해 12월 21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듣지 못했다. 그날 이후로 소화 불량에 시달린다는 류씨는 "새 일자리를 못 구했다"며 "이제 나이가 일흔인데 생계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와 무섭게 치솟은 물가로 자영업자들도 두렵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35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김효빈(73)씨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한 60%는 매출이 줄었다"며 "물가는 올랐는데 판매가는 똑같이 하려니까 마진이 없다"고 전했다. 김씨는 "새해는 경기가 더 안 좋다고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직은 미래가 불투명한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새해는 걱정과 함께 찾아왔다. 노량진에서 만난 소방공무원 준비생 김우용(22)씨는 "새해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고 설렘은 없다. 100 중 90 정도가 걱정"이라며 "다만 새해에 시험 합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최태우(30)씨도 "새해가 이전처럼 설레지 않는다"며 "세운 계획들이 잘 진행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희망'을 부여잡다 "어려움도 지나갈 것"

        
    지난 한 해 각종 사건사고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경제 3중고에 시달렸던 시민들은 두려움이 엄습하는 새해라면서도,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자영업자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버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전모씨는 "젊은 사람들이 전부 배달시켜서 음식을 먹고 중심지로 오지 않으니까 (장사가) 어렵다"면서도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서로 나눠가면서 잘 해나가면 버틸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효빈(73)씨도 "힘들다고 문 닫고 있을 순 없지 않냐"며 "장사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또한 캄캄한 앞날을 견디며 헤쳐나가겠다고 전했다. 하루 12시간 이상 공부를 하고 있다는 공무원 준비생 김우용(22)씨는 "(새해에 그래도 가장 기대되는 건) 시험 합격하는 것"이라며 "합격하면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말했다. 공무원 준비생 최태우(30)씨 또한 "꼭 시험에 붙었으면 좋겠다"며 "붙어서 자리 잡고 좋은 인연 만나 정착하고 싶다"고 전했다.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취업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재계약이 무산된 노인생활지원사 이재숙(64)씨는 "나는 (여전히) 일을 하고 싶다"며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국가의 책무다. 정부가 책임을 가지고 채용 문제를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고된 경비원 류광은(70)씨 또한 "새해엔 비정규직 노동자인 경비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처우 개선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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