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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수사는 포기했나" 공소시효 직전 몰린 선거사범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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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선거수사는 포기했나" 공소시효 직전 몰린 선거사범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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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 기소율 8년 전에 비해 14%p 감소
    선거사범 공소시효 '6개월' 28년째 그대로
    학계, 상황 변화 따른 공소시효 연장 문제 논의 필요

    ​공직선거법의 '초단기' 공소시효와 수사지휘권 폐지가 맞물리면서 선거 범죄 수사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시점에 사건이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되면서다. 검찰은 송치된 시점에야 사건을 볼 수 있어 제대로 된 기소를 하기 위한 시간이 촉박하다고 호소한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의 기소율은 8년 전에 비해 14%포인트나 떨어져 '부실 수사'가 현실화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올해 6.1 지방선거 선거사범 수사 결과를 보면, 전체 3790명이 입건됐는데 공소시효 만료 한 달 전 600명 이상의 선거사범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공소시효 만료를 한 달 앞두고 송치가 쏠리면서 검찰은 면밀한 검토와 보완수사 진행에 한계점이 노출됐다고 밝혔다. 과거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있던 때는 검찰이 경찰과 조율을 통해 적절한 시점에 사건을 넘기라고 요구하며 선거 수사를 해왔다. 이제는 경찰이 수사가 완료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4년 전에도 경찰이 늦게 송치한 때가 있었지만,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수사를 할 수 없거나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 가운데 시간이 더 있으면 밝힐 수 있을 게 보여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초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이후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넘길 때까지 기록을 볼 수 없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 기소 현황을 보더라도 전체 32명 가운데 27명이 공소시효 일주일 전에 기소됐다. 경찰의 사건 송치 후 검찰은 최소한의 보완수사를 해야 하지만 이 마저도 늦어졌다. 이로 인해 기소 시점도 모두 뒤로 밀렸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사건 수가 적은 지청의 경우 공소시효가 3개월 남은 시점에서 경찰과 사건 내용을 공유하긴 했지만, 다른 지청의 경우 현실적으로 사건이 너무 많다 보니 현실적으로 검찰에 사건 내용 등을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날림 수사' 우려는 현실이 됐다. 최근 세 번의 지방선거의 기소율을 봤을 때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기소율이 38.2%를 기록해 8년 전 제6회 지방선거보다 기소율이 14.6%포인트나 낮아졌다. 2014년에 치러진 지방선거 기소율은 52.8%를 기록했고,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는 기소율이 43.0%였다. 대검도 이에 따라 선거사범 수사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현행 6개월 초단기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하거나 선거사범 공소시효를 최소 1년 내지 2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최소한의 수사기간을 보장해달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당초 선거사범의 공소시효가 6개월로 정해진 건 1994년이다. 과학적 수사기법이 발달하면서 다른 범죄의 공소시효가 늘어나고 있지만, 선거사범의 공소시효만 28년째 그대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1년 매수 범죄에 한해서라도 공소시효를 2년으로 연장하자는 개정 의견을 국회에 냈지만, 국회는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국회의원이 입법을 해야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는 까닭에서다.

    그러나 수사지휘권 폐지, 내년 검수완박 법안(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따른 검찰의 선거범죄 직접 수사 금지 등 상황이 달라진만큼 시효 연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독일, 일본 등 대부분 국가는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일본도 1962년 관련 규정을 삭제했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모든 범죄에 대해 5년의 공소시효를 두며 선거범죄도 이에 해당한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선거 범죄는 굉장히 은밀하게 이뤄지고 수법이 교묘해 법리 적용이 간단치 않다"면서 "이 때문에 법리 해석에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데 이에 대한 제대로 점검 없이 경찰에 수사 부담을 늘리는 것은 선거범죄에 대한 엄정 수사를 포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반 범죄처럼 공소시효를 공직선거법에서 삭제하게 되면 정적 제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단기 공소시효 폐지를 할 순 없지만,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수완박 법안에 따른 상황 변화에 따라 공소시효 연장 문제는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일반 범죄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최하 3년인 점을 고려했을 때 선거법 사건 공소시효가 6개월이란 것은 국회의원들의 엄청난 특권"이라면서 "6개월만 버티자 시간을 끌고 은폐하는 등의 문제점이 계속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공소시효 연장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국정 운영의 안정성 등을 감안해 공소시효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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