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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공개' 고집하는 민주당…전문가들도 "두번 죽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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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희생자 공개' 고집하는 민주당…전문가들도 "두번 죽이는 일"

    핵심요약

    이재명 대표, 참사 희생자 명단·사진 공개 요구
    국민의힘 물론 정의당, 시대전환 등 야당도 반대
    민주당 내서도 지난 7일 반대했다가 이틀 만에 번복
    전문가들 "유족들 심리적 압박 상황…두 번 죽이는 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 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 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핼러윈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공식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론 정의당까지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명단 공개 요구를 강행하자, 여당을 중심으로 턱밑까지 온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모면하려는 정치적 판단이 깔린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당은 물론 정의당·시대전환도 '반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진실 규명에 정부·여당이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다시 촛불을 들고 해야 하나"라고 핼러윈 참사 희생자 이름과 얼굴 공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침몰'과 '촛불'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하며 대국민 호소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여당에서는 민주당의 명단 공개 요구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모면하려는 정치적 행위라며 각을 세웠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유가족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패륜 행위"라고 비판했고,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11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희생자들의 인권을 침해해서라도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피해 가려는 패륜적 정치 기획"이라고 날을 세웠다.
     
    핼러윈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에 함께 이름을 올린 정의당마저도 명단 공개에는 부정적이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 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그분들의 명단을 다 공개하자는 얘기를 외부인이 먼저 한다? 이거는 정말 적절하지 않은 생각이다. 이 사건의 피해 당사자들과 유족들의 의지와 의견으로 일들이 시작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시대전환 대표 조정훈 의원도 11일 YTN 라디오에서 "대장동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니까 (민주당이)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는 차원에서 계속 이태원 참사 이슈를 끌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자기 자녀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라는 정치권의 압박, 무서울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서도 반대했다가 이틀 만에 번복

     
    사실 민주당이 처음부터 희생자 명단 공개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7일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사진·프로필을 확보해야 한다"는 당 내부 메시지가 공개되며 논란이 되자 당시 메시지를 받은 문진석 전략기획위원장은 "저는 개인의 인격이 존중되는 이 시대에는 (명단 등 공개가) 불가능하고, 도의적으로도 불가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누군가 제안했다하더라도 부적절한 의견이어서 당내에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무색하게 이재명 대표는 이틀 뒤인 지난 9일 명단 공개 필요성을 공식 요구했다. 때마침 이날 회의장 밖에서는 검찰이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를 강제수사하기 위해 국회 본청 안에서 대기 중인 상황이었다. 결국 또 다른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기소에 이어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등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망이 좁혀져오면서 민주당이 희생자 명단 공개 요구에까지 이른 것이라는 공격이 국민의힘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족들 심리적 압박 상황…두 번 죽이는 일"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핼러윈 참사 현장에 참사 당시 흔적이 남아있다. 류영주 기자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핼러윈 참사 현장에 참사 당시 흔적이 남아있다. 류영주 기자
    전문가들도 2차 피해 우려와 유가족들의 트라우마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명단 공개 요구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번 참사의 속성이 과거 참사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나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당시에는 시신을 찾거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정보 공개의 필요성이 컸지만, 핼러윈 참사는 이틀 만에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유족·희생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놀러가서 그렇게 된 것 아니냐'는 등 도를 넘는 모욕성 발언으로 심리적 압박 속에 놓여있는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신상을 공개한다는 건 그분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이영주 교수는 통화에서 "아무리 공익적 목적으로 추모를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개인 인적 사항이나 얼굴을 공개하는 게 추모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건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희생자 유족분들의 심리적인 부분이다. 바깥에서 무리하게 공개 여부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죄송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명단공개에 대한 국민의힘의 비판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11일 자신의 SNS에 "정쟁에만 매몰되면 상식적인 사고가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참사 앞에서도 이러면 도대체 어떡하느냐"면서 "국민의힘도 참사를 정치에 악용하는 일 그만두시고 국정조사 동의로 진실을 밝히는 최소한의 예를 다해달라"며 역공을 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 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참사 희생자인 배우 이지한 씨의 모친이 쓴 편지를 낭독하는 등 대국민 호소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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