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에는 연이틀 사망사고와 부상사고를 낸 한국철도공사, 코레일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철도는 자동차와는 달리, 항공기처럼 기체가 크기 때문에 일단 사고가 났다 하면 대규모 피해를 피할 수 없죠. 그런데 철도 사고가 한동안 뜸했다가 작년에 증가로 돌아서더니 올해는 그 기세가 더 가팔라진 모습입니다. 국토교통부 출입하고 있는 경제부 이준규 기자와 이 내용 분석해보겠습니다.
최근 철도 사고 현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연간 철도 사고 건수는 2010년 317건에서 2015년에는 138건으로 크게 줄어들었고 2020년에는 58건까지 낮아졌습니다. 10년 사이에 5분의 1 수준이 된 것이죠. 그런데 지난해에는 다시 64건으로 늘어납니다. 2020년 10월에 사고통계 기준이 변경된 부분이 다소 영향을 미치기는 했습니다. 철도사고에 차량기지 사고 등 시설물 사고도 포함시키기로 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문제는 올해입니다.
[앵커]
올해는 상황이 어떻기에 문제라고까지 하는 거죠?
[기자]
올해는 지난 9월까지 아홉 달 동안에만 이미 66건이 발생했습니다. 1년의 4분의 3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작년에 발생한 총 사고 건수를 넘어선 겁니다.
[앵커]
9월까지 발생한 건수가 1년 치를 넘어섰는데, 거기에 더해서 10월에도 사고가 있었을 테고, 11월 들어서도 이번 탈선사고를 비롯해서 벌써 2건이나 발생했으니 확실한 증가세라고 봐야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려가 더욱 큰 것은 사고의 질도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선로를 바꿔주는 전환기 장애로 정지신호 대신에 진행 신호가 나와서 차량이 출발 10분 만에 탈선해서 17명이 다쳤던 2018년 강릉선 KTX 탈선사고 기억하실 겁니다. 그 후로 한동안 대형 사고가 없었는데 올해에만 2건이나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1월 5일에는 경부선 KTX 산천 제23열차가 경부고속선 대전역~김천·구미역 간 영동터널 내부에서 떨어져 있던 철제구조물과 부딪혀서 객실 유리창과 화장실은 물론이고 동력차까지 손상을 입으면서 탈선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앵커]
7월에도 있었죠. 대전조차장역 탈선 사고.
[기자]
맞습니다. 7월 1일에 발생한 사고였는데요, 역 구내를 통과하다가 탈선이 돼서 승객 11명이 다쳤습니다. 1월 사고는 KTX였는데, 7월 사고는 SRT였습니다. 이번사고는 무궁화호니까 쉽게 말해서 안전지대가 없다, 이렇게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의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7일 영등포역 대합실에 열차운행 중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황진환 기자[앵커]
이렇게 사고가 많이 나면 당연히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자]
그래서 지난 3일에 국토부가 철도안전 비상대책 회의를 열었습니다. '사고도 많이 나고, 탈선 같은 대형 사고도 발생했으니 정신 좀 차리자' 이런 취지의 회의였는데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고속철도 충돌·탈선사고가 2004년 고속철도 개통 후 작년까지 5건이 발생했는데, 올해에만 2건 발생했다. 책임회피적인 태도 대신 우리 스스로가 국민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진다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단단히 일렀습니다. 그러자 코레일 나희승 사장도 "두 번의 탈선 사고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은 차질 없이 추진하는 중이고, 향후 유사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답을 했는데 이번 사고가 또 일어난 겁니다.
[앵커]
그제 발생한 사고는 단순한 사고도 아니고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였잖아요?
[기자]
네. 그제 오후 8시 20분에 경부일반선 오봉역에서 발생한 사고인데요. 차량 정리 작업을 하고 있던 코레일 직원 한 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앵커]
코레일에서는 이미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해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 3월 14일에 대전차량사업소에서 열차 하부를 점검하던 50대 노동자가 숨진 채로 발견이 됐는데요. 객차와 레일 사이에 끼여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돼 고용노동부가 나희승 사장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코레일은 공공기관으로서는 최초로 기관장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이 되는 불명예를 안았는데, 또 사망 사고가 일어난 겁니다.
7일 오후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역 인근 철로에서 코레일 긴급 복구반원들이 철로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앵커]
코레일을 산하기관으로 둔 국토부도 속이 이만저만 쓰린 게 아니겠어요.
[기자]
네. 철도 비상대책 회의가 끝나자마자 사망 사고가 일어난 탓에 원희룡 장관이 "얼마 전 코레일 등 철도 유관기관 대표들에게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한 직후 사망사고가 발생해 매우 당혹스럽다"고 까지 말하면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까지 지시했는데, 바로 다음 날 또 다른 탈선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원 장관이 지금 사우디아라비아로 출장을 가 있는데, 현지에서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코레일은 이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아주 강도 높게 질타했습니다.
[앵커]
산하기관 질타는 질타고, 주무부처가 대응책을 내놔야 할 텐데, 뾰족한 수는 있는 겁니까?
[기자]
우선 국토부는 코레일에서 모두 4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오봉역 사고 직후 차량정리와 관제, 유지보수 등 철도 안전관리 실태에 대해 총체적인 안전감독과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감사 결과가 나오면 추가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코레일은요?
[기자]
코레일은 1월 사고 이후에 사고열차 기종을 중단하고 바퀴를 교체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고,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도 차량 정비역량 강화 방안을 수립해서 대응을 했는데도 이처럼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모습입니다. 특히 노후열차 교체, 유지·보수 강화에 예산을 1조원 가까이 늘린다고 말했는데도 오히려 사고가 늘어났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철도특별사법경찰이 조사 중이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고, 향후 안전 대책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합니다. 운행 정상화를 마치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추가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경제부 이준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