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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대나무 입힌 구두, 서울 거쳐 베이징과 뉴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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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 대나무 입힌 구두, 서울 거쳐 베이징과 뉴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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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지방 소멸, 초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이때 '바람의 인구'가 주목받고 있다. 교통 발달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으로 여러 도시를 오가는 양상을 반영한 것으로, 한곳에 뿌리내리고 살았던 땅의 인구와 대비되는 개념이며 국내에서는 관계인구로도 알려져 있다.
    전남CBS는 저출생과 고령화,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단초로 바람의 인구들을 조명한다. 다음은 지난 4일 전남 광양시에서 열린 전남CBS · 보건복지부 주최 <2022 대한민국 인구 포럼> 강연 중 일부 내용이다.

    바람의 인구를 찾아서 ③ 로컬크리에이터 뮤지엄재희 김재희 대표

    ▶ 글 싣는 순서
    ①순천 맥가이버가 된 경기도 청년 "생태농부가 꿈"
    ②어쩌다 순천…짱뚱어 꼬막 고들빼기 그리는 웹툰작가
    ③담양 대나무 입힌 구두, 서울 거쳐 베이징과 뉴욕으로
    (계속)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저는 원래 구두 디자이너가 꿈이 아니었어요. 당시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정교사 2급 자격증을 주는 게 있었거든요. 열심히 공부해서 학교 선생님이 돼야겠다고 생각해서 서울로 상경합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려고 어느 광고 회사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돼요. 거기서 한국에 나오는 보그, 엘르, 바자 등 유명한 잡지들을 전부 다 보게 돼요. 그걸 하다 보니까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보게 되는 거예요.

    그때도 구두를 너무 좋아해서 제 차 트렁크에는 구두가 7켤레씩 있었어요. 그래서 기분에 맞게 구두를 바꿔 신는 습관이 있었는데요. 그 구두를 보고 나니까 구두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가장 마음에 드는 브랜드 하나를 딱 잡아서 그곳에 입사를 하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임용고시를 접었어요. 그리고 매장에 찾아가서 구두에 대한 열정과 구두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하는 이유 등을 이야기하고 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아파트 평수가 넓어지면 어떠한 가치가 있을까

    하루에 4시간씩 자며 구두 디자인을 엄청 열심히 해서 삼청동의 한 갤러리를 임대하고 개인전을 열었어요. 저한테 구두는 캔버스이자 하나의 조형물이었기 때문에 제가 빨간색이 마음에 들면 빨간색 구두를 만들면 되고 블랙 앤 화이트가 마음에 들면 그런 느낌의 구두를 디자인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해요.
     
    '재희야, 서울에서 월급을 타고 연봉이 오르면 제일 먼저 사람들이 하는 게 좋은 차를 바꿔 타거나 아니면 아파트 평수를 넓혀서 좋은 데 가서 사는 게 서울생활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것이 어떠한 삶의 가치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그래서 본인은 '서울에서 살기 힘드니 본향인 담양에 먼저 내려가서 혹시나 네가 회사를 그만두면 힘들 때 찾아올 수 있는 집 한 칸 터전을 닦아 놓겠다. 그리고 나는 화가로서 그림을 열심히 그리겠다' 이렇게 저를 살살 구슬리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은 먼저 담양에 내려갔고 저는 전시회를 통해서 제 인지도를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사계절이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남편과 떨어져 살면서 '이렇게 남편과 떨어져서 살 거면 차라리 영국으로 유학을 가야겠어' 하고 전부 다 접어서 담양으로 내려옵니다. 그런데 담양에 내려와 보니까 죽녹원과 메타 프로방스 조성이 잘 돼 있는 거예요. 담양에서의 일주일이 10일이 되고, 10일이 30일이 되고, 30일이 3년이 되네요. 이렇게 시간이 길어지면서 담양의 정취에 반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계절을 느끼게 했어요. 저는 사계절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첫해에는 '내가 이렇게 여유로운 삶을 살아도 되나' 아무것도 안 했거든요. 2년째는 '여기서 좀 뭘 해볼까' 이런 생각이 들다가 3년째에는 '이런 곳에 사는 것이 행운이다'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담양에 대한 감동을 많이 받습니다. 어차피 영국 유학을 다녀와서도 자리매김을 해야 되는 거면 먼저 단단하게 기반을 만들어 놓은 후에 사랑하는 남편과 1-2년 여행을 잘 떠나서 외국 생활 좀 해보지 이렇게 전략을 바꿔요. 왜냐하면 저는 결혼을 했고 남편을 혼자 두고 떠난다는 거는 배신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담양 대나무, 구두에 녹이다

    '담양에서 뭘 해볼까'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돼요. 그러다 담양 대나무의 푸르름을 구두에 녹이면 어떨까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담양 대나무를 모티브로 구두를 만들고 구두 굽을 대나무 모형을 떠서 몰드를 만들고 구김이 있는 한지 같은 가죽을 구해서 초록색 대나무의 컬러가 나는 구두를 만들어요. 우리가 전통적인 방식의 대나무를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아이템 하나를 만들면 어떨까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계속 확장성을 가지게 됩니다. 특산품에 대한 기존 틀을 깨고 현대적인 감성을 가미해서 진짜 전통을 살렸을 때 저는 그것이 진짜 현대, 지금 꾸준히 가져가야 하는 변화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담양에서 창업하고 남편과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전남 담양 대나무를 모티브로 한 구두. 뮤지엄재희 제공전남 담양 대나무를 모티브로 한 구두. 뮤지엄재희 제공

    무형문화재와의 K 콜라보

    죽녹원에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후문에 채상장이라고 있어요.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선생님이신데요. 그 선생님께 제가 콜라보 제의를 드렸어요. 색깔이 다채롭고 아름다운데 저한테는 마치 유러피안 감성 같았어요. 한국의 전통적인 컬러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건 응용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 대나무 채상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 주셔서 대나무 샌들을 만들게 됩니다.

    다른 전수자 선생님들하고도 계속 진행을 하게 되는데요. 이재현 전수자는 실은 저희 남편입니다. 우리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가치만큼 전 최고의 가치는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감정이 있고 감성이 있기 때문이죠. 또 구두와 가방의 조합이 좋지 않습니까? 그래서 토드백을 만들고 클러치를 만들고 또 담양에서 현존해 계시는 계승자 선생님들과 협업을 통해서 차 바구니나 새로운 트레이나 피크닉 바구니 등을 만들기 시작해요.
     무형문화재 53호 채상장 서신정 명장과 협업한 작품. 뮤지엄재희 제공무형문화재 53호 채상장 서신정 명장과 협업한 작품. 뮤지엄재희 제공

    협업을 넘어 상생으로

    퇴직하시고 아이들을 다 키우시고 제2의 인생을 사시려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담양에 와서 먼저 하시는 게 '뭐 배울 게 없나' '소쿠리는 옛날에 내가 우리 할머니 엄마들 썼던 건데 이런 거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셨더라고요. 이분들도 기술자 이상으로 잘 만드세요.선생님들은 재미로 제품을 만드시지만 판매가 돼서 부수입도 얻으면 좋잖아요. 이분들은 명예나 돈에 대한 관심보다 제2의 인생을 재밌게 살아보자는 마인드를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세요. 그래서 이분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상생하는 길을 찾고자 새로운 공간 하나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담양의 취향을 담고, 자연의 취향을 담고, 저의 취향을 담았다고 해서 이름을 취향담이라고 만들었어요. 주변에 많은 로컬크리에이터, 또 선생님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서 또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는지 의논하고 열린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전남 담양으로, 베이징에서 뉴욕으로

    화제를 전환해볼까요?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 디자인 베이징 총 디렉터님이 오십니다. '어라 이거 뭐야? 저기요 저랑 전시도 한번 해보세요' 이렇게 프러포즈가 왔어요. 그래서 제 작품이 아트 베이징에서 선보이게 돼요. 대한민국 최초로 저 혼자. 이 디렉터가 나중에 저한테 감사하다고 했어요, 빛내줘서 고맙다고. 왜냐하면 지금 한국은 다른 곳보다 훨씬 빨라요. 센스, 감성 이런 것이 다른 곳과 차별화될 만큼 뛰어나다고 생각하거든요. 방탄소년단만 봐도 알죠. K-POP, K-FOOD, K-CRAFT 등 세계적으로 대세이기 때문에 저도 일 좀 했네요.

    다음은 제가 담양에 있을 때 일이에요. 아지오라는 사회적 기업을 살리는 프로젝트에 유나양이라는 뉴욕 디자이너가 디렉터를 맡아요. 한국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담양까지 저를 픽업하러 오셨어요. 이 회사를 살리는 프로젝트를 해보자. 이후에는 유나양에 맞는 구두를 콜라보 하고 뉴욕 패션쇼에도 선보이게 됩니다.

    처음 블랙 앤 화이트로 시작해서 점점 구두가 컬러풀해져요. 코로나19를 견딘 후에 밝은 에너지의 구두를 디자인 해서 내놨더니 카티아조라는 유명한 디자이너 선생님과 같이 콜라보 하자는 제안이 들어옵니다. 2021년 아름다운 의상들과 함께 제 구두가 SNS 인플루언서 그리고 네이버 디자이너 윈도우에 같이 판매가 돼요. 담양에서 거꾸로 서울로, 담양에서 뉴욕으로, 담양에서 베이징으로 세계로 이렇게 뻗어나가네요.
    다양한 색채를 뽐내는 구두. 뮤지엄재희 제공다양한 색채를 뽐내는 구두. 뮤지엄재희 제공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이 지역에서도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요. 어떠한 콘셉트를 가지고 어떠한 아이템을 가지고 지역의 좋은 아이템들을 잘 접목시켜서 풀어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져야 하는데 이 삶은 풍요로움과 안정성을 주었습니다. 지방에 사는 것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할 만큼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어요. 그런데 심지어 서울에서 사는 거보다 훨씬 바빠요. 일이 많이 들어오니까요.

    여러분도 저처럼 컬러풀하고 뷰티풀하고 파워풀한 에너지를 가지고 다른 일과 접목시킬 수 있는 일을 잘 찾아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구두 디자이너 김재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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