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SK 주식회사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사상 초유의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발생하면서, 카카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밀조사와 정치권의 입법 압박이 본격화할 모양새다. 특히 복구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던 네이버와 대조를 보이면서, 카카오에 대한 여론의 질타는 더욱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화 방식, 화재 경각심 등 지적 이어져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 앞에서 스마트폰 다음 애플리케이션에 오류 메시지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발생한 화재에서 네이버는 검색 등 일부 서비스에 장애가 있었지만 당일 밤까지 대부분 복구를 마쳤다. 메인 서비스 서버를 2013년에 지은 춘천의 자체 데이터센터 '각'에 두고 있었던 점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그러나 카카오는 메인 서버를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두고 있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16일 사고 현장에서 "운영하는 주요 데이터센터 4곳 중 판교가 메인 데이터 센터고, 서버 3만2000대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로그인과 인증 서비스가 이번 데이터센터에 집중돼 있어서 전 서비스에 영향이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서비스 이중화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카카오 플랫폼에 인증, 보안 등 여러 서비스들이 물려 있다 보니 각 서비스별로 백날 백업을 해봐야 (메인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카카오라는 플랫폼 자체를 이중화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 사고에 대한 카카오의 허술한 대비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16일 화재 현장에서 "예상하는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화재는 워낙 예상을 못 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았나 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4년 전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KT의 대규모 통신 장애도 화재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카카오는 10년 전에도 전력 공급 장애로 4시간 가까이 카카오톡을 서비스하지 못한 적이 있어 누구보다 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정부, 여야 모두 '조이기' 나서
이종호 과학기술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에서 열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대통령실은 카카오톡 등 온라인 플랫폼 먹통 사태가 국가 안보 리스크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재발 방지책을 주문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16일 브리핑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원활한 운영과 리스크 대응은 민생과 깊이 관련돼 있다"며 "동시에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사안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을 윤석열 대통령의 당부로 여러분께 알리고자 했다"고 전했다.
관계 부처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윤 대통령의 지시로 이날 오전 11시 15분부터 방송통신재난상황실을 이종호 과기부 장관 직속 방송통신재난대책본부로 격상했다고 발표했다.
한창 국정감사를 진행 중인 국회도 SK C&C, 카카오, 네이버의 경영진 등의 국감 증인 출석을 기정사실화하며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실무 대표를, 민주당은 '오너'를 불러야 한다며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라 추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 과방위는 오는 24일 종합감사를 앞두고 있다. 17일까지 의결하면 증인들을 추가로 채택해 24일 국감장에 앉힐 수 있다.
동시에 법 개정에도 박차를 가할 모양새다.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상 방송·통신 재난 관리 기본 계획 제출 대상에는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2020년 관련 법제화가 추진된 적이 있지만 '데이터센터 규제법'으로 비판받으며 무산된 적이 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현재 있는 법으로도 부가서비스를 하는 통신업자들에 대해서는 안정성에 대한 의무 조항이 있기는 하다"면서 "그 부분도 정확하게 위법 사항이 있는지 좀 더 자세하게 따져볼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