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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없어요"…약 사러 1박2일로 육지 나가는 백령도



경인

    "약국 없어요"…약 사러 1박2일로 육지 나가는 백령도

    18년 만에 문 닫은 백령도의 하나 뿐인 약국
    주민들 "파스 하나 구하려고 처방전" 불편
    옹진군 내 약국은 단 2곳뿐…섬의 열악한 정주여건

    최근 폐업한 인천 옹진군 백령도 혜원약국. 독자 제공최근 폐업한 인천 옹진군 백령도 혜원약국. 독자 제공
    서해 최북단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유일하게 영업하던 약국이 최근 문을 닫으면서 기본적인 상비약조차 구할 수 없게 된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8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백령도의 하나뿐인 '혜원약국'이 지난 8월 25일 폐업했다.
     

    18년 만에 문 닫은 백령도의 하나 뿐인 약국


    2004년 처음 문을 연 이 약국은 그동안 폐업과 재개업을 반복해왔다. 2004년, 2009년, 2013년, 2014년, 2016년 각각 약국장이 변경되면서 명맥을 유지했는데, 최근 약사가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영업이 어려워지자 폐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령도는 올해 6월 기준 4989명이 살고 있다. 면적으로는 옹진군 내 섬 가운데 가장 크다.
     
    이 약국은 백령도의 유일한 약국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했던 때는 연간 휴일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영업하면서 방역 최일선에 섰다. 특히 백신 접종 전후 진통제나 해열제, 간이 진단키트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주민들 "파스 하나 구하려고 처방전" 불편


    약국이 18년 만에 사라지면서 백령도 내 의약품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백령도에서는 백령병원, 백령보건지소, 편의점 2곳에서 약을 살 수 있지만 병원과 보건지소의 경우 운영 시간이 짧다. 파스 하나를 구하려고 해도 처방전을 발급받아야 해 절차도 번거롭다. 편의점에서 구비하고 있는 일반의약품은 품목이 13개로 한정돼 있고 공급 물량이 적어 두통약처럼 수요가 많은 약은 구입하기 어렵다.
     
    이에 주민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상비약 정보를 서로 공유하거나 약을 나누기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육지에 나가서 약을 대량으로 구매하려고 해도 내륙까지 쾌속선으로 4시간 가량 걸리는 데다 여객선도 오후 1차례 운항하다 보니 최소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와야 한다. 여기에 기상여건이 좋지 않아 결항되면 2박3일, 3박4일로 기간은 늘어난다.
     
    관할 지자체인 옹진군은 백령도 주민들의 불편을 고려해 약국을 인수해 영업할 경우 별도 지원을 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옹진군 내 약국은 단 2곳뿐…섬의 열악한 정주여건


    혜원약국의 폐업은 인천 섬 지역의 열악한 정주여건을 드러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날 현재 옹진군 내 약국 수는 단 2곳 뿐이다. 이마저도 모두 영흥면에 있다. 영흥도와 선재도 등으로 이뤄진 영흥면은 연륙교가 있어 옹진군에서 유일하게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섬이다.
     
    옹진군은 연평면(대연평도·소연평도), 대청면(대청도·소청도), 백령면(백령도), 영흥면(영흥도·선재도), 덕적면(덕적도·소야도·선미도·문갑도·굴업도·백아도·울도 등), 북도면(장봉도·신도·시도·모도), 자월면(대이작도·소이작도·승봉도·사승봉도·선갑도 등) 등 7개 면으로 이뤄졌으며, 모두 섬이다. 인구가 적어 국내 유일의 읍(邑)이 없는 군이기도 하다.
     
    결국 혜원약국은 백령도뿐만 아니라 연륙교가 없어 여객선을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삼고 있는 6개 면의 유일한 약국이었던 셈이다.
     
    옹진군 이성배 보건행정과장은 "인구가 적고, 여객선이 없으면 이동이 불가능한 섬 지역에서 약국을 개업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백령도뿐만 아니라 다른 섬 지역에도 약국이 개업할 수 있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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