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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3잔 횡령?" 노동부 참고자료에 '물음표' 등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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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3잔 횡령?" 노동부 참고자료에 '물음표' 등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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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뀐 노동부, '신속 감독'으로 현장 대응
    올해만 기획·특별 감독 보도참고자료 7건…이슈 대응 속도↑
    신속 대응 긍정 평가 속 "객관성 훼손 우려"도

    고용노동부 제공고용노동부 제공
    정부 공문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물음표'가 고용노동부 보도참고자료 제목에 등장했다.

    이른바 '아아 3잔 횡령' 논란에 발 빠르게 기획감독의 칼을 빼든 노동부의 적극 행정을 상징하는 한편, 얽히고설킨 법적 분쟁 속에서 감독 권한을 쥔 행정기관이 속도전을 펼치는 데 따른 고심과 위험성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아르바이트생 커피 3잔이 업무상 횡령?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기획감독 착수'라는 제목의 보도참고자료가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충북 청주 소재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1만2800원 상당의 남은 음료 3잔을 임의로 챙겨갔다는 이유로 점주에게 고소를 당한 사건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자, 노동부가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이다.
     
    공식 문서에 '업무상 횡령?'이라는 표현이 포함되면서 특히 더 이목을 끌었다. 기사 제목에나 등장할 법한 물음표가 정부 입장을 담은 보도참고자료 제목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배포된 다른 자료들과도 확연히 달랐다. "과로사 의혹 제기된 유명 회계법인 기획감독 착수" 같은 무미건조한 제목이 일반적인 만큼, 물음표가 들어간 제목은 더욱 이례적이다.

    이 같은 물음표의 등장은 단속 기관의 현실적인 고민과 기획감독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전략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업무상 횡령 여부는 노동부 소관이 아닐뿐더러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기정사실화할 수 없어 물음표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섣불리 혐의를 단정 지어 경찰 수사를 지적한다는 오해를 피하려는 의도다. 동시에 대중의 이목을 끌어, 왜 프랜차이즈 카페에 근로감독을 나서는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설명이다.

    온라인상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질 만큼 뜨거운 사안에 신속하게 개입하면서도, 아직 종결되지 않은 수사 상황과 관할권의 한계를 고려해 '업무상 횡령'이라는 혐의명 뒤에 물음표를 두는 고육지책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보도참고자료에 담긴 감성적인 표현도 눈길을 끈다. 김영훈 장관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20대 사회 초년생인 청년 아르바이트생이 겪어왔을 부담감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청년 노동 문제에 대한 평소 철학이 실무진을 통해 반영된 결과로, 장관의 직접 발언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장관이 평소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사회 초년생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기성세대로서 안타까움을 자주 밝혀왔다"며 "과거 다른 유명 음식점이나 치과 병원 갑질 논란 때도 비슷한 표현이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적 이슈의 파급력에 따라 장관과 차관의 메시지를 기술적으로 안배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안의 무게감과 약자 보호 메시지를 부각하기 위해 장관의 발언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노동부는 이처럼 사회적 논란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개입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기획 및 특별·수시 감독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총 7건 발표했다. 한 달에 두 건꼴이다.

    유명 안경 제조기업 과로 의혹은 제기 하루 만인 지난 1월 6일, 수어통역센터 성폭력 2차 가해 의혹과 신재생에너지 기업 대표 폭언 의혹은 첫 보도 이틀 만에 기획·특별감독 착수 자료를 냈다. 청년 회계사 사망 사건과 외국인 노동자 폭언 의혹 역시 논란 직후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신속 대응 기조가 있는 것은 맞다"며 "이전 정부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안 발생 직후 속도전을 펼치다 보니 행정·단속 기관으로서 감수해야 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당장 이번 커피 사건만 보더라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고, 경찰의 재수사도 진행 중이다. 단속 권한을 가진 부처가 섣불리 개입할 경우 조사의 객관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노동부 역시 감독 기관으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커피 사건에서도 진정을 접수한 노동 당국이 가해자로 지목된 점주 측에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자체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이른바 '셀프 조사'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김 장관은 사용자가 가해자로 신고된 경우 노동감독관이 직접 선제 조사하는 방안을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직장갑질119 대표 윤지영 변호사는 "그동안 현장 노동 문제에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온 노동부가 적극적인 감독에 나선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면서도 "'보여주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괴롭힘 사건의 '셀프 조사' 문제처럼 근본적인 제도 개선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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